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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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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l 15. 2019

둘째가 태어났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

오늘 둘째가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2주 반을 앞당겨서 세상에 좀 더 일찍 나왔다. 엄마 뱃속에서 양수와 함께 있다가 처음으로 맨 공기를 마시고 어둠이 아닌 빛을 보게 되었음에도 나름 의젓한 모양새다.


영어가 약해서 활 여러 면에서 아직 부담이 많았던 와이프는 생명의 탄생 앞에서 위대하리 만치 담대한 모습을 보여 줬다. 두려웠던 방향으로 곧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만으로만 6살 터울. 뒤늦게 다시 품에 안아 본 갓난아기는 참 작다. 삶의 모든 무게를 오롯이 내 팔 하나에 안긴 채 자기 키 몇 배는 되는 높이에 안겨서는 무서움이나 두려움 하나 없이 내 어깨에 뺨을 비벼대고 갓 먹은 모유 일부를 토해내기도 한다.


도와줄 친척 하나 없어, 와이프와 신생아만 병원에 둔 채 늦은 밤 첫째만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재우려는데 문득 울음을 크게 터뜨린 딸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머리를 말려주다가 생각했다. 너도 6년 전에 꼭 저만치 작았었고 신기했었는데. 어느새 이리 자라 둘째의 탄생을 목도하고, 저도 모르게 느껴왔을 질투나 불안함을 꾹꾹 누르다가 이제야 울고 말았구나.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페북도 아니고 카스를 했다. 잠든 첫째를 무릎에 뉘이고 잠들지 못하고 있을 와이프와 둘째를 생각하며 카스를 뒤졌다. 2013년 어느 밤에 적은 글이 있었다.




오늘은 **이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그 말은 ♡♡이가 조리원에서 나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시각에 글을 쓴다는 건
오늘도 야근을 하고 자정 넘어 들어간단 얘깁니다.

저는 술이 약하지도 세지도 않습니다.
술 한 모금 못 드시는 아버지와
술의 꽤 세신 어머니의 딱 중간입니다.

주종을 가리진 않습니다만
사케만큼은 한잔에 취해버립니다.

기이한 것은 막걸리는 그다지 세지 않으면서
참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싫어하지도 약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아빠입니다.
저는 ♡♡이 남편입니다.
좋아하는 만큼 강하게 지내서
**이와 ♡♡이에게 멋진 세상 안겨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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