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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n 17. 2019

강철근육

아빠가 근육을 키우고 싶었던 이유는.

1.

결혼 초 와이프에게 얘기했다.


"여보, 나는 꾸준히 운동을 할 거야. 나는 애들이 암만 커도 안아달라고 할 때 '아빠 힘들어서 안 돼.' 하는 말을 하는 아빠가 되긴 싫어. 다 커도 안아달라면 안아 줄 수 있게 운동을 계속하겠어."



진실로,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애들이 크는 동안 나도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오늘 한 30분 딸을 안고 걸으며 29분 정도 왜 다 크면 혼자 걸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한 것 같다.





2.
어느 날 후배가 물었다.


"좀 더 그럴싸한 필명은 없어요? 강철근육이라니."


나는 대학교 1학년 때까지 175Cm에 58Kg, 허리둘레는 28Inch였다. 그러던 몸이 2학년 때 행정고시를 시작하면서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175Cm 키는 그대로인데 85Kg, 허리는 36Inch가 되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고열량의 밤참이 이어졌던 탓이다.


신림동 헬스장을 찾는데 두 번째 장소에서 인상 좋고 덩치 좋은 트레이너가 서글서글 웃으며 다가왔다.


"야 되게 반갑다. 나랑 이름이 똑같은 사람은 내 인생에 네가 처음이다."


그렇게 1년을 무료 PT를 받았다. 하루 세 시간씩(나 고시생 맞았니?) 고강도로 3 분할 운동을 했다. 독서실 자리에 앉아 펜을 잡았을 때 이두근이 터질 것 같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75Kg, 허리 32Inch가 되었고, 이후 늦깎이 장교 입대시에는 기본군사훈련에서 상을 받으며 임관했다. 줄 타고 오를 때 다리 안 쓰고 팔로만 올라가던 시절이었다. 임관시엔 68Kg에 30Inch. 나의 Heyday였다. 그때 내 별명이 강철근육이었다. 학교 후배 한 녀석은 반달가면 노래에 맞춰 강철근육이라 흥얼거려 주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스토리를 굳이 후배에게 들려준 뒤 얘기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본 첫 경험이었거든. 그래서 투박해 보이지만 변화에 대해 항상 열려있자는 마음으로 강철근육이란 필명을 쓴다."




2차 시험을 또 떨어지고 트레이너 선생님께 물었다.

- 근데 왜케 저를 빡세게 가르치셨어요?

- 어, 못 느꼈어? 나 너 대회 내보내려고 했는데. 근육이 잘 붙더라고!


그.. 그런 건 의사 정도는 묻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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