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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y 01. 2019

엔드게임을 봤다.

결국 귀결되는 것은 인간이다.

다크나이트 시리지를 무척 좋아한다. 배트맨 비긴즈가 나왔을 때의 흥분을 아직 잊을 수 없다.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수퍼 히어로에 그토록 멋지게 녹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끝장면을 보고서는 차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정말 아쉬웠다. 배트맨은 모든 것을 로빈에게 넘기지만,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더 이상 로빈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단 느낌이었다. 정의를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된다는 시그널 정도일 뿐 초록색 옷을 입고 재주를 넘는 로빈이란 캐릭터는 그 시리즈의 핵심이 아니었다. 조셉 고든 래빗을 로빈으로 고른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했다. 중요한 건 정의를 지키는 일을 잇고자 하는 그의 의지이지 그가 보여 줄 액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크나이트 속 배트맨은 인간이다. 관절이 닳아 무릎 펼 때 고통의 신음을 내기도 하고 부모와 사랑하는 이를 잃은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며, 충실한 집사 알프레드에게 토라져 그가 집을 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그가 선택한 정의 구현 방법에 '살인'은 없다. 언제나 범인을 잡아 경찰에게 넘긴다. 투 페이스가 되기 전 하비덴트 검사를 향한 그의 믿음이며, 고든 청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수퍼 히어로지만 그는 같은 인간일 뿐이며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감히 다른 생명을 처단할 권리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어벤저스에선 그 비슷한 역할을 아이언맨이 가진다. 다들 그의 부와 천재성, 개성, 멋진 수트에 매력을 느끼지만 사실 그가 가진 매력은 고민하는 데 있다. 처음 어벤저스로서 지구를 구한 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렸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폭탄을 안고 배트맨이 바다로 향했듯이 아이언맨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간다. 소위 신의 하나라 불리는 토르도 있고 팀의 대장인 캡틴 아메리카도 있는 데 말이다. 결국 그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한 자만이 거기에 상응하는 합당한 책임감을 짊어지게 되는 셈이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말은 못 하지만, 어벤저스도 그런 관점에서 애정을 가지고 봤고 그 막도 끝이 났다. 오늘 혼자서 엔드게임을 봤는데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끝이 났을 때 느꼈던 아쉬움을 오랜만에 느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에 로빈이 없듯 어벤저스 시리즈에도 새 팀의 구성은 없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혼영이지만 팝콘은 라지다! (혼영의 시간을 배려해 준 와이프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팀의 구성을 따지자면 캡틴 아메리카도 빼놓을 수 없다. 알다시피 그는 가장 강한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그 역시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체다. 때로는 팀 멤버 중 일부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팀이 가야할 방향을 잊지 않는다. 그 결과 그가 팀의 리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운동이 좋은 비유가 된다. 가장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모두를 잘 챙기고 팀을 승리로 이끄는 동력을 줄 수 있는 선수가 주장이 된다.


배트맨도, 아이언맨도, 캡틴 아메리카도 모두 인간이다. 미완성이지만 고민 끝에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한 걸음 씩 디디는 그 존재 말이다. 그들이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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