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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문화에 맞는 표현을 먼저 입에 익혀두자.

의사소통도 문화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by 강철근육

우스개로 '스미마셍'만 배우면 일본에서 의사소통의 80%는 해결할 수 있다고들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죄송합니다.' 외에 내가 아는 뜻만 해도 다음과 같다.


- (길을 묻거나 할 때) 실례합니다.
- (식당에서 직원을 부를 때) 여기요~
- (버스에서 내가 내릴 정류장일 때) 저 내려요~


이는 스미마셍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국한해서 생각할 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라는 문화로 넓혀서 바라 볼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다 보니 사소한 것에서도 스미마셍이라는 말이 그만큼 자주 나오게 되었다고 이해하는 형식이다. 일례로 일본 출장 때 신칸센을 타고 가는 중간에, 앞자리 승객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한 말도 '스미마셍'이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영어권에서 중요한 것이 'Please.'와 'Thank you.'라고 생각한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영어권 국가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면 그 중요성을 실감할 때가 많다. 다음의 대화를 보자.


- 실례합니다만 여기 예약은 당일 것만 가능한가요?
- 네 그렇습니다.
- 아, 네 알겠습니다~


한국어로 된 대화엔 이상할 점이 거의 없다. 되레 상당히 예의 바른 편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대화를 그대로 영어로 직역하면 2% 부족한 대화가 된다.


- Excuse me but, is the reservation available only for today?
- Yes it is. If you want to make a reservation for tommorrow, pleae come by tommorrow.
- Okay.


이상의 대화는 여기 휴가처에서 들은 것이다. 한국어로 생각하는 대화의 흐름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정보 취득'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대방 입장에선 약간 아쉬운 대화란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이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상대방에게 요청할 때 'Please.'를,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을 때 'Thank you.'를 입에 붙이는 영어권 문화의 요소가 상기 대화에선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좀 이른 여름 휴가를 왔다.


영어권 문화에서 땡큐는 상대방의 시간이나 정보를 내게 할애해 줘서 고맙다는 문맥 같은 느낌이다. 굳이 일본과 비교를 하자면 일본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영어권은 내 입장을 고려하되 상대방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 형태다.


문화를 이렇게 일률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 대표적 문화의 특성을 알면 어떤 뉘앙스로 얘기를 하는 게 나은지, 거기 직접 갔을 때 어떤 행동이 더 나은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팁 같은 것이다.




얼마 전 어떤 운동 유튜버가 올린 영상 중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그는 해외에 거주하며 본인 운동 노하우를 주로 업로드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언어에 대한 개인 생각을 올렸다. 영어는 목 뒤편, 한국어는 입 중간, 일본어는 코 쪽을 사용해야 현지 발음과 유사해진다는 내용이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서 관용적으로 가장 중요한 표현을 익히면 의사소통이 상당히 수월해진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의사소통은 문화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 정보만 올바로 주고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굳이 그 이상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





앞서 언급한 유튜버는 왜 해외에서 살다 온 친구들의 발음은 하나 같이 유사할까 궁금해하던 것에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삶을 탐구하는 것을 나는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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