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발언자가 유독 나를 바라보며 얘기할 때가 많다. 누군가 얘기를 하면 내가 고개를 잘 드는 탓도 있겠지만 심지어 높은 분들도 그러시는 것을 보면 왜 그럴까 생각이 좀 더 드는 게 사실이다. 군대 시절 장군 수행 부관을 해서 높은 분과의 자리가 불편하지 않아 그런가 생각해 보면, 또 답이 쉽지 않다. 그때도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고 되레 높은 분들과도 편했으니 그 덕에 부관 보직을 받은 건가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누군가 당신을 바라보며 얘기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때 내가 쓰는 방법이 있어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은행 시절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 교육을 받을 때 고객의 입을 바라보라는 팁을 배운다. (어디까지나 팁이다.)고객을 마주해야 하는 입장에서 마냥 눈을 바라보기엔 부담스러운데 입을 바라보면 그 부담을 덜면서도 고객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나를 마주 보며 대하고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눈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진심 어린 응대가 아니라는 반박을 할 수 있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이것은 상당히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데, 실제로 고객들의 감정 변화를 잘 캐치하며 응대가 가능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그에 대한 합당한 근거도 얻었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을 읽을 때였다. 헬로키티가 서구에선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다룬 부분이었다. 동양은 감정을 눈으로 표시하고 서양은 감정을 입으로 표시한다는 구절이 뇌리에 박혔다.
동양의 이모티콘은 ^^처럼 눈이 강조되지만 서양의 이모티콘은 :)처럼 입이 강조된다.
ㅡ 자세한 내용은 위의 책을 참고 바란다.
입이 강조된 좋은 예. 이 전시회에 이민정씨가 왔다는데 우리 부부는 딸만 미술 수업에 넣어두고 카페에 있었다는ㅜㅜ 와이프의 눈을 바라보며 얘길 나눴..
그랬다. 동양과 서양이 눈과 입 중 어느 하나를 더 강조할지라도 어쨌거나 사람의 감정은 모두 어우러져 표현된다. 즉 입을 보고 응대 하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윗분들과의 식사가 부담스러운가. 단체로 모인 장소에서 유독 시선을 받는 게 어리둥절한가. 걱정 말고 상대의 입을 바라보라. 집중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동시에 발언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단, 정말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눌 때나 연인이나 가족과의 관계라면 눈을 보라. 눈에는 훨씬 더 많은 감정 정보가 담겨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