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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27. 2019

Self-Motivated Organization.

스스로 성장하는 조직

외국계 회사에 대한 자료를 찾다 보면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항목 중 Fast Learner가 되라는 것만큼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Self Motivation이 필요하다는 구절이다. 직역하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이 말을 보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는 곧장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잘하는 것'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해석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직의 궁극적 목적이 '성장'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결국엔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하는 자세'를 뜻한다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 듯하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02


어쨌거나 경영서에 나오는 모든 개념이 그러하듯 이 말은 듣기에 정말 좋다. 뭔가 회사 분위기가 도서관과 비슷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부하게 두고 조금이라도 성장하면 서로 그 공을 축하해주는 모습 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세상은 이상과 다르다. 설사 이상적인 환경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도 쉽게 반증할 수 있다. 다른 것 하나 없이, 간단한 예시 하나만 들면 된다.


(사실 굳이 군대로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 군대에서 가장 기피되는 선임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솔선수범하는 상사"다. 나를 깨는 상사가 아니라 묵묵히 먼저 일을 찾아 하는 상사란 말이다. 나를 깨는 상사라면 하다못해 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솔선수범하는 상사는 욕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그 일을 따라서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내가 암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상사를 따라 빗자루를 잡거나 제초기를 들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피곤한데 쉬지도 못하고 불평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모두가 하하호호 웃는 교훈적 모습은 도덕 교과서에서나 있을 뿐, 우리는 급격히 줄어드는 에너지와 매일 들쭉날쭉 변하는 컨디션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뭔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이상적인 모습도 결코 분홍빛 만은 아니라는 것을 대강 짚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현실을 통해 이를 좀 더 파악해 보자.




이곳은 팀 구성원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이합집산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메바 조직'과 유사한데, 이 역시도 실상은 이론서의 거창함과 다르다. 그냥 현실은 프로젝트 1에 직원 A, B, C가 Assign 되고, 프로젝트 2에 직원 B, D, E가 Assign 되는 것뿐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한국의 회사들과 유사한 모습이다. 단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그 구성원을 부서장이 지정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는 점이다. 


A는 자기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 한다. 부서장이 진행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A는 이내 거기에 걸맞은 동료를 요청한다. 때로는 그 반대 방향의 손짓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올해 실적이 필요한 직원이 먼저 그 프로젝트에 자신을 포함시켜 달라며 요청하는 경우다.


어느 경우든 괜찮아 보이는가? 일견 학창 시절 축구팀 가르기 정도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회사의 팀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일상 예를 들면 이는 생각보다 피를 말리기도 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부서장 주관으로 업무 미팅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부서장이 물을 것이다.


- 강철근육 씨, 지난주 무엇을 했으며, 이번 주는 무엇을 할지 공유해 볼까요?

- 아 네, 저는 지난주에 프로젝트 1의 데이터 정합성을 검증했습니다. 그중 오류가 발견되어 이웃 부서에 확인을 요청한 상태고요. 그들 얘기로는 1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 프로젝트 milestone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긴 합니다만 일단 꾸준히 모니터링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그와 별개로 프로젝트 2에 대한 시나리오별 테스트 모델을 짤 예정입니다. 단순한 수준의 테스트는 지난번에 해 봤는데, 이번에 변수가 훨씬 더 늘어나 결과가 제대로 나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멋진 대답이다. 그런데 이게 왜 피가 말리는 것일까?


그 콘텐츠를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진도도 스스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것으로 성과를 판단받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매주 창작의 고통을 겪는데, 그것을 실제로 몸으로도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즉 결과물이 정말로 나와야 한다. 회사라면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하 생각이 든다면 지금 잠시 눈을 감고 내가 하는 업무 중 몇 %가 스스로 모든 동력을 부어가며 꾸려가는 것인지 가늠해 보자.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역시 부장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세상 편하지!'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오산이다. 언제까지나 시키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성장과도 거리가 멀어진다. 리더십을 연습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정답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되, 부서장을 비롯한 타 구성원의 참여를 높이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팁은 - 늘 그러하듯 - 단순한 데 있다.


1. 질문해야 한다.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내 아이디어가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결과를 좋은 쪽으로 극대화할지 수시로 의견을 묻는 것이다. 즉 상시 피드백 체계를 갖춘다는 뜻인데 이로 말미암아 팀 전체가 함께 나아가는 분위기로 만든다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물론 질문을 함으로써 나만의 독단에 빠지지 않게 한다는 효과도 있다. (* "이거 그때 부장님께서 이 방향이 좋다고 하셨잖아요." 하는 식의 공동 책임 부여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 측면을 부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2. 시선을 멀리 두려 노력한다.


당장의 개인 실적보다 부서나 회사의 전략 방향에 더 부합하는 프로젝트에 더 무게를 싣는다. 이는 부서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더 중요한 곳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는 영업에서도 무척 중요한데, 단타만 노리다가 전략적 부합성이 없는 상품들로만 구성된 팀이 얼마나 하나 되기 힘든지 생각하면 된다. 물론 개인의 실적도 현실에선 중요하므로 단타와 장타의 비율을 잘 유지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두 가지의 느낌이 들 것이라 예상한다. 하나는 내 업무 중 '시켜서 하는 일'의 비중이 나름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안도감(!)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감 안됨' 일 것이다. (졸렬한 필력 탓에 공감 안 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분들 말고 업무적으로 공감이 안되실 분들은-) 대부분 직접 사업을 꾸리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인 분들일 것이다.


그분들은 스스로가 조직 자체거나 아니면 조직을 이끄는 입장에 있으므로 무조건 Self motivated 여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분들은 '아니 무조건 필요한 일과 당연한 말을 왜 이렇게 주절주절 적는 것이야?' 하실 수도 있다.


그런 분들께는 실로 존경한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일을 감히 글로 쓸 역량이 내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조직이 마냥 동화 같지만은 않을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아, 물론 모든 건 사람마다 다르다. 더 큰 자유에서 비로소 역량에 날개를 다는 이도 있다. (참고로 그런 사람은 마냥 창의적이기만 한 '발산형 인재'가 아니라, 발산과 수축을 자유자재로 하는 '자율형 인재'인 경우가 많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고로 이번 글의 결론도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즈음으로 여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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