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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l 13. 2019

직장에서 버티는 소소한 팁 몇 가지

연극처럼 살기.

오늘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재미난 얘기가 나왔다. 아프리카에서 온 (우리 부서에서 가장) 젊은 직원이 있는데 요새 아침 여섯 시에 회사 헬스장에 와서 두 시간을 운동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회사 근처로 이사를 와서 그런 건가 물어봤더니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탓이라고 했다. 내가 농담조로 '너는 컴퓨터만 있으면 못 하는 게 없다!'라고 칭송을 하는 엘리트인 그에게도 새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스트레스였던 듯하다.


그렇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국경도 인종도 나이도 무관하게 찾아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새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새로운 곳에서의 업무와 생활 적응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문득 어제 퇴근길에 든 생각이 여기에 덧붙여져 망상이 이어졌다. 망상은 또 기록으로 남겨둬야 훗날 작게라도 응용의 가능성이 있는 법. 뻘글을 하나 더 추가해 본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순간을 넘기는 몇 가지의 팁이다. 부제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연극처럼 이겨내는 데 포인트가 있다. 




1. 산업 스파이라고 생각하기

좀 오래 버텨야 하는 경우 내가 쓰는 방법이다. 부서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상한 선배가 있다거나 이직한 직후에 후회가 된다든지 할 때 쓸 수 있다. 나는 산업 스파이다. 여기서 최대한 고급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못한다고 말하면 나는 암살을 당한다. 이를 테면 나쁜 나라의 정보기관 요원인 셈이다. 좀 기분 나쁘더라도 이상한 상관에게 다가가 '아니 근데 대체 지금 쓰는 보고서는 어떤 것인가요? 되게 멋져 보이는데요!'라고 말을 해야 하는 역할이다. 이게 효과가 있는 이유는, 내 목을 죄어오는 곳이 지금 이 조직이 아니라 가상의 정보기관이라는 데 있다. 이곳이 어떻든 나는 버티기만 하면 된다. 정말 무서운 곳이 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 조직이 없다. 고로 나는 암살당하지 않는다.)


2. 기업 총수처럼 생각하기

뭔가 비효율적인 것을 목도했을 때 유용하다. '아 또 저러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피해자가 될 뿐이다. 하지만 시야를 급격히(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넓혀 '흠. 내가 만약 기업의 총수라면 이것을 용인하고 넘겨야 할까? 아니면 단번에 바꿔야 할까? 문화란 건 어려운 것이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체이탈의 고급 버전이다.


3. 인생역전 드라마 주인공처럼 생각하기

혼날 때 유용한 방법이다. 나는 지금 비루하고 쓰는 보고서마다 퇴짜를 맞지만 어느 날 (마치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그 유명한 대사처럼 '그러던 어느 날!') 대박을 터뜨리거나 회장님이 오셔서 '아니, 자네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가!' 하시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좀 유치하지만 때론 버티기도 필요한 법이다.


4. 위인전의 한 구절이라 생각하기

앞서 기업 총수처럼 생각하는 게 시야를 횡으로 급격히 넓히는 것이라면 이건 시야를 종으로(시간의 축으로) 넓히는 격이다. 나는 훗날 위인이 되는데 그때 내 위인전에 이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는다고 생각한다. '아! 이 사람도 이럴 때가 있었구나!'라는 구절로 독자들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그 순간을 모면하는 방법들일뿐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때론 그 몇 초의 인내가 인생을 가르기도 한다. 참을 인()이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을 이겨내고 오늘을 참아내면 그렇게 인생이 되는 거다.


물론 무조건 참기만 하라는 얘긴 아니다. 인생에는 다양한 기회가 어떤 형태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며 좋은 기회는 당연히 잡아야 한다. 다만 내 감정이 차분하면 그 기회를 바라보고 분석하고 잡아내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직장과 삶에 대한 매거진을 쓰게 된 계기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 내 소개에도 보면 알겠지만 나보다 조금이라도 어린 후배들은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지 않고 내 어깨를 밟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사회 구성원들이 기분이 좋으면 사회가 더 나아지리라는 것이 내 지론이므로 이것은 진심이다. (공리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험험) 


최근 몇 개의 글을 각 잡고 썼더니 재미없는 내가 된 것 같아 오랜만에 지극히 캐주얼한 소재를 다뤄본다.


언제나. 모두 파이팅입니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44

https://brunch.co.kr/@crispwatch/141

https://brunch.co.kr/@crispwatch/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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