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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y 24. 2018

직장 내 진정한 인맥쌓는 법

주량이 아니라 역량이 필요하다.

친구 중에 출세가도만 달리는 녀석이 있다. 오죽 운이 좋게만 풀렸는지, 사주나 팔자 즉 "운" 따위는 믿지도 않던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후배가 그를 보고선 "이쯤되면 저 형은 평생 운 다 썼다."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나 역시 질투가 안 난다면 거짓말이다. 어쩌다가 와이프와 그에 대해 얘기를 한 적 있다. 저 후배의 발언을 인용하는 순간 와이프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 사람은 평생 잘 될거야. 주변의 운을 부르게끔 행동을 하거든." 잠시나마 근거리에서 그를 바라본 적이 있던 와이프는 말을 이어갔다.


때론 어떤 결과를 부르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이야.


그러고선 와이프는 이내 그가 성공을 누리는 이유를 망설임 없이 짚어냈다. "그는 항상 자기를 낮춰. 누구에게도 거만하게 구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겸손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야."






며칠 전 다급한 일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웃 부서가 평소보다 서둘러, 내게 유리한 해석을 해 준 덕분에 발등의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날 샤워를 하면서 그 일이 흘러온 과정을 곱씹어 보았다.


일은 미리 시작했다. 진행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중간을 넘긴 어떤 시점에 외부 관계자가 판을 깼다. 나는 황급히 대안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늦게 찾은 탓인지 새 관계자는 나하고만 연락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새로 찾은 이와 일을 말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으리란 보장을 할 수 없었다.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예상했던 이익이 아니라 되레 약간의 비용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비록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다들(나를 포함해) 당연히 일이 잘 진행되겠거니 안심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비용을 지출하는 옵션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이 틀어질 가능성이 80%이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새로 찾은 이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나는 이웃 부서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 메일을 보내야 검토 후 답신을 받을 때까지 시간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확보할 수 있었다. 검토는 빨라도 만으로 하루는 걸릴 것 같았다.


일단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로 조금은 안심한 순간, 잠시 뒤 그 부서 담당자가 메신저를 걸어왔다. 몇가지 사실 확인을 하더니 몇분 후 회신이 왔다. 내게 운신의 폭을 확보해 주는 고마운 내용이었다. 





나는 그 담당자와 안면이 있었다. 다만 엘베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 정도 물을 수준이었을 뿐, 식사는 커녕 차 한잔 한 적 없다.


물론 업무로는 자주 연락했다. 종종 겹치는 분야의 일을 할 때는 내가 그쪽 회의실로, 때론 그 사람이 우리 층으로 오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서인지 언제부턴가 그 사람의 부탁은 내게 있어 우선순위를 차차 높여갔다.


내 친구에 대해 와이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그 사람의 일을 유독 열성을 가지고 도와주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 사람은 내 일을 엄청 빠르게 도와 줬을까?


샤워가 채 끝나기 전에 답이 나왔다. 그 사람은 일을 잘 했다. 어떤 일이든 고민을 하는게 눈에 보였다. 우리쪽 업무의 정보가 필요하면 최대한 이해를 하려 노력했다. 그 사람에게서 받은 자료를 보다가 지난번 다른 사람이 줬던 자료와 숫자가 다르다고 내가 문의하면 반드시 답이왔다. 무엇으로 오차가 생겼는지 설명해줬고 그 사람이 실수를 한 것이라면 깔끔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실수를 한 적은 거의 없다.)






때론 우리가 어디선가 "배웠던 것"들이 알고보면 잘못된 일들인 경우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예가 "주도(술자리 예절)"이다. 군대에서 장군 전속 부관을 했던 덕에 정식으로 의전을 배웠던 나는 주도도 약간 알게 되었다. 제대 후 사회생활 초창기에 정식 주도대로 행동 했다가 높은 분께 된통 혼이 난 적 있다. 그분이 아는 주도와 내가 배운 주도가 달랐고, 그분은 당신이 알고 계셨던 것이 정답이라 여겼던 탓이다.


인맥도 이와 유사한 오해들이 많다. 대부분 인맥이라 하면, 학연 / 지연 / 혈연 등 부정적인 것을 떠올리고 인맥을 형성하는 공간으로 술집을 떠올린다. 술자리에서 호형호제를 외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친해지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나중에 곤란한 부탁으로 이어져 부탁하는 사람이나 부탁받는 사람 모두 언짢아지는 경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봉착하면 자기 뜻대로 뭔가를 관철하기 위해 논리를 배제하고 윽박지르기로 업무를 진행하게 만든다. "아 모르면 가만 있고, 시키는 대로 해!"






속한 조직마다 추앙받는 사람은 다르다. 조기 축구회에서는 드리블을 잘 하는 사람이 장땡이고, 독서회에서는 많은 책을 읽고 깊이 사색하는 사람이 최고다. 직장은? 당연히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추앙받는다.


나는 종종 앞선 글들에서 에이스들이 발휘하는 긍정적 효과의 하나로,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언급했다. 내가 그 사람의 일을 도와주고 싶게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일을 잘 한다는 평판, 또는 인식이다.


https://brunch.co.kr/@crispwatch/62



밑 감정이 어떤 쪽이든 결과는 동일하다.


1. 저 사람하고 일을 하면 뭔가 의욕이 생기고, 나 역시도 대단해 지는 느낌을 받는단 말이야.
2. 저 사람 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만약 내가 구멍 을 내면 일이 어그러졌을 때 다들 내 탓을 할 게 분명하잖아!


2번은 좀 슬프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1번과 다를 바 없다.


회사에서의 인맥은, 저렇게 내 일을 도와주기 위해 애써 주는 사람들의 정도(수, 노력 수준 등)를 말한다.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그가 가진 업무 역량(태도 포함)이다.




* 꼭 쓰고싶었던 일화라 (간접적으로나마 그분께 감사드리고 싶었다.) 휴대폰 자판을 쉴 새 없이 두드리긴 했지만 써야지 하면서도 걱정했던 것은, "도움을 빠르게 받은 네가 일을 잘해서 그런 덕분이라고 자랑하는 거냐?"라는 질문이었기에 미리부터 생각해뒀던 답을 던지고 나는 다시 뒷방으로 숨는다. "아뇨. 다행히 일 잘 하는 사람이 담당자였던 상황의 덕을 본 것 뿐이고, 제가 그의 일에 두 팔 걷고 나서는 심리를 곱씹어 본 쪽에 가깝습니다."  역시 변명은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다. ㅎㅎ


* 술자리 인맥도 좋아합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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