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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Dec 13. 2017

좋은 Inner Circle을 만들어야 한다.

왜 소수의 나쁜 사람들로 다수의 좋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가?

1.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직업 특성상 해외를 나갈 일이 종종 있다. 물론 여행으로 해외를 나갈 때도 있지만 일을 하러 들르면 같은 나라일지라도 받는 느낌이 다르다. 당연히 그 나라에 오래 산 사람들은 나와 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받았던 느낌으로 얘기를 진행하려 한다. 일견 고지식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사는 사회가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싶다. 


어디든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


선진국이든 그렇지 않은 나라든 내가 받는 느낌은 비슷했다.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 퇴사, 그리고 연이어 해외로의 진출 (학업이든, 이주든, 취직이든) 관련한 글들이 넘쳐났다.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을 그들이 열심히 보여줄 때, 다른 한쪽 구석에서 체념한 듯 내뱉던 말이 정확하게 저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종의 허무를 담고 있었다면 나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에서 이를 내다보고 싶다. 해외로의 진출기가 그들의 성공담을 들려주기도 하지만 '이런 면은 우리 사회가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뜻도 담고 있었다고 믿는다. 어쩌면 이 글도 그 믿음을 조금은 차용하고 있다.




2. 어디든 이너서클이 있다.


역시 양날의 검과 같은 이야기다. 어느 사회든 이너서클이 있다. 선진국이든 아니든 마찬가지다. 그 나라에서 성공을 목표로 삼기에 분명 빠른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조건을 갖춘 이들은 대부분 그 문화에서 소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반감의 방향이 그들을 향해 있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많은 나라의 교육제도가 그 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쪽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갖되 나는 (혹은 내 자식은) 그 안에 들어가게 하고자 노력하는 형상이라 하겠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대부분 학연, 지연 같은 부정적인 관념을 떠올릴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관계망들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모든 개선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3. 좋은 이너서클이 필요하다.


직장에도 당연히 그런 관계망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이와 연관된 개념을 찾자면, '사내 정치', '줄타기'처럼 부정적인 개념이 금세 떠오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것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 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네이버를 질타할 때 이해진 전 의장이 한 얘기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검색엔진 1위인 것은 맞지만 인터넷 사업은 글로벌로 봐야 한다는 말 말이다. 사내정치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회사가 좋은 조직이 되려면 그 이너서클이 좋아야 한다. 즉,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좋은 이너서클이라 함은, 좋은 후배를 키워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함을 뜻한다. 연속성이 없는 조직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좋은 후배를 키워낼 수 있는 선배가 회사에서 좋은 선배다. 그렇다면 좋은 이너서클은 실력을 가지고, 후배를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으며, 때가 되면 그 역할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런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어느 회사든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이 이너서클이 되어야 한다. 




4. 왜 소수의 나쁜 사람들로 다수의 좋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가?


사내정치로 점철된 이너서클은 좋은 이너서클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인품 좋은 사람들끼리 끌어주고 당겨주는 것이라면 좋은 이너서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사내 정치가 나쁜 점은, 그것이 사람에 대한 호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 우연의 일치도, 선배가 좋아한 후배의 역량이 엉망인 경우 일순간에 나쁜 이너서클로 변모하고 만다. 


좋은 이너서클은 실력으로 연관되어야 한다. 감정은 배제하는 것이 옳다. 호오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은 대개 소수다. 그런데 그 소수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다수의 선한 사람들은 굳이 모진 말을 못 하여서 묵묵히 참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소수의 나쁜 사람들이 핵심 권력에 가깝게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수도 있다. 후자의 조직이 정말 위험한 경우다. 나쁜 사람들은 대개 조직을 개인의 편익을 위한 수단으로만 삼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들이 주요 고위직을 차지한 뒤, 건재한 기업을 헐값에 다른 데다 팔고 자기들만 매각대금 나눠갖는 파티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조직은 나쁜 이너서클 때문에 망하고 만 셈이다. 


어쨌거나 소수의 나쁜 사람들로 다수의 좋은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다.

① 호오가 개입된 사내정치

② 나쁜 사람들로 구성된 이너서클

③ 그냥 참는 선량한 다수


영화에서는 소수의 영웅이 다수의 악당을 상대하지만, 현실에서는 악당이 소수다.




5. 이를 개선해보자. 


① 우선 사내정치에서 호오를 배제한다.


일견 모순된 이야기지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1) 사내정치의 선배들이 어여뻐하는 후배 중에 인식이 제대로 잡힌 사람이 있는 경우다. 그는 자신이 이너서클에 들어간 뒤 자신이 끌어올릴 후배도 실력을 바탕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후배도 호오를 배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내정치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2) 실력과 후배를 발굴하고 키울 수 있는 안목을 갖춘 사람들끼리 뭉친다. 정당을 새로 하나 만드는 것과 유사한 스킴이다. 나쁜 사람은 소수다. 그러므로 그에 대응할 세력도 큰 규모일 필요는 없다. 유사한 수만 되어도, 좋은 무리는 실력을 동반하고 있기에 결론적으로 우세하다. 정치적으로 규합하라는 뜻이 아니다. 업무에서 협업 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좋은 프로젝트, 큰 성과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손을 모으라는 소리다. 


② 그러면 좋은 사람으로 구성된 이너서클을 만들 수 있다.


③ 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언로(言路)의 개방'이다. 

조선시대 격쟁 상언 같은 것을 일컫지는 않지만 맥락은 동일하다. 누구나 동일하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 전 평등한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회의 때 공평한 발언권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적이 있다. 그런 문화에 어색한 사람들은 서툴게나마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해봐'라고 말을 하곤 했다. 


이때 말을 해야 한다. 싸우라는 소리가 아니다. 당신의 의견을 중립적으로 말을 하라는 것이다.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면 발언을 하라. 나쁜 사람은 소수다. 


나쁜 사람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어떤 안건을 반대했다고 하자. 

1) 다수의 좋은 사람들이 찬성을 한다면 그 안건은 진행될 수 있다. 나쁜 사람이 득세할 기회를 한 번 앗아갔다. 그는 불평을 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그 일에 손을 얹든, 끝내 자기는 싫다며 빠지든 하겠지만 상관없다. 핵심은 좋은 사람들이 이름을 올릴 기회를 한 번 더 얻었다는 데 있다.


2) 다수의 사람들도 반대를 할 수도 있다. 안건이 객관적으로 안 좋은 것이라면 당연히 반대를 해야 한다. 나쁜 사람들이 자기뜻이 관철되었다며 좋아하더라도 그냥 무시하라. 무슨 감정을 느끼든 그 사람 혼자의 생각일 뿐이다. 일에서 호오를 배제하고 우리는 객관적으로 반대를 했을 뿐이다. 당신은 발언 역량을 +1만큼 증진시켰다.


내가 한마디 한다고 세상이 바뀌겠어?


대부분 이런 생각에 회의 때 입을 닫는다. 그냥 말을 하라. 말을 하는 연습을 하라. 자기 의견을 표출하라는 글들이 여기저기 넘쳐나는데 대체 그 의견들을 회의 때가 아니면 언제 표출을 하겠다는 말인가? 핵심은 내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나쁜 사람들만큼 좋은 사람들도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들 수가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나쁜 사람들을 다수결, 논리, 이성으로 이겨라. (물론 다수결이 반드시 논리로 연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식 장소를 정하는 회의라면 다수결로 그들을 이길 수 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 어디나 이너서클이 있다. 대부분 그 이너서클을 질투하면서도 거기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너서클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이너서클은 그 사회, 문화, 조직의 핵심이 되는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들로 거기를 채워야 한다. 그들이 응결핵 같은 역할을 하게끔 해야 조직이 성장한다. 작은 응결핵에 물방울이 모여 작은 눈송이로 내리지만, 그것이 회전을 거듭하면 거대한 눈덩이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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