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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Dec 30. 2018

기왕이면 좋은 하루 보내기

작은 발상 전환이 갖는 힘

군대 시절의 일이다. 나는 장교로 군 복무를 했는데 3년 중 2년은 장군 전속 부관을 했다. 부관은 사회에서 '수행 비서'와 유사한 업무를 한다. 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듯 부관 역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장점은 그 부대에서 가장 높은 분 옆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초급 장교가 세상을 보던 시야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그 부대의 고직급 간부들과 친해진다는 점도 유용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다.


반면 업무는 무척 힘들다. 이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사람따라 다르고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였고 우리 부대 역시 변화의 기로에 있었으며 그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이 많았다.


어느 행사장이었다. 장군님을 모셔다 드리고 연단 바깥에서 대기를 하며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때 그 행사를 준비했던 부서에서 한 분이 내 옆에 섰다.


- 요즘 어때요?

- 힘들어요. 죽겠어요.

- 왜요?

- 아시잖아요. (직장에서도 이 한마디로 많은 것을 소통할 수 있다!) 부서장님도 비슷한 푸념하실 텐데.

- 그래도 누가 묻거든 칭찬만 하세요.

- 왜요?


기왕이면 멋진 분 모시면 좋잖아요.


나는 그 구절에서 할 말을 잃었다. 어떤 사안을 바라보던 내 시선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내 입장을 옹호했다. 그 분은 힘든 분이다. 이 업무를 위해선 내 기분, 내 시간, 내 주장을 펼치기 힘들다. 그 분 밑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부서장들도 마찬가지를 느꼈을 것이다. 이는 그 분이 고압적이거나 일방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나 높은 분을 바로 옆에서 모시면 자연히 그런 경우가 자주 생기게 마련이다.

나는 그들에게 내 입장의 푸념을 함으로써 위안을 받고 싶었다. 나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집니다. 같은 편입니다. 위로해 주시고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주세요.


그러나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시선은 상대방을 향하게 됐다. 그 분은 멋진 분입니다. 항상 부대와 장병들만 생각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부대장 보다 일을 더 많이 하시는 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힘듭니다. 그러나 장병들은 좋아합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작은 것 하나라도 바뀌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니까요.




그랬다. 내가 인정받기 위해 위를 깎아내리는 것은 하수였다. 윗 사람이 좋든 싫든 일단 칭찬을 했더니 여러가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우선 사람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힘들어서 아랫입술을 깨물던 부서장들이 하나 둘 씩 '그런 생각이 있으셨단 말이야?'하며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는 생각보다 전파력이 커서, 전반적으로 일하는 분위기에 흥이 실리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내가 기존보다 더 인정 받게 됐다. 그 분을 욕하는 사람들에게서조차 그 힘든 상황에서도 웃으며 일한다고 칭찬 들었다. 그 분을 이해하는 사람들과는 예전보다 더 확고한 동질감이 생겼다.


그 결과였을까. 나는 부대 인트라넷 칭찬 게시판에 내가 복무한 기간 동안 제일 많이 올랐고 댓글도 제일 많았다. 제대할 때 두 분의 전대 주임원사님들께 손 편지를 받았고 다른 지인들로 부터 선물로 받은 책이 다섯 권이나 됐다.


특히 손편지의 내용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를 보며 본인의 업무 태도를 돌아보시게 되었다는 것이 하나고, 다른 것은 본인이 함께 일했던 행정과장(부관 후에 행정 업무로 보직을 바꿨다.) 중 최고였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그 결과 내가 얻은 것은 이거다.

때론 내가 손해보는 것 같은 우회로가 더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제대 후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큰 무기를 얻게 됐다는 것.




놀랍지 않은가? 단순한 발상의 전환으로 결과적으로 모든 게 좋아졌다.


정말 가기 싫은 직장이고 정말 하기 싫은 업무에 정말 마주보기 싫은 상사와 일하더라도 기왕이면 좋은 하루로 만들자.

바깥으로 욕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지옥을 벗어나 이직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 직장 욕을 하는 사람을 받아 줄 새 직장은 없다. (왜 그런지는 각자 고민해 보자.)


* 지금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는 이들도 모두 남 욕하지 않기. (직장 생활하며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다만 그런 순간에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한다.) 내게 잘못이 있다면 스스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를 체화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놀라운 것은 생각보다 이런 이들이 꽤 된다는 사실이다.




발상의 전환이 이렇게나 대단하다.


내년 맞이하시는 모든 일들이 다 좋은 일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2018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 유사한 글들 링크

https://brunch.co.kr/@crispwatch/141

https://brunch.co.kr/@crispwatch/87

https://brunch.co.kr/@crispwatch/48


이 책이 말하는 것도 유사하다. 달리기에 빗대어 설명하긴 했지만 지구력에서 중요한 건 고통을 참고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다. 우리도 기왕이면 버티는 하루들을 기분 좋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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