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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Oct 26. 2019

vs. Japan

지극히 사적인 의견입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930180317923


최근 뉴스를 보니, 그간 경색됐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있는 듯하다. 역사적으로 풀어야 할 것도 많지만 나는 역시 내가 몸담고 있는 경제 쪽에 국한해서 얘기를 하려 한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위 기사는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출자/출연금의 규모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15%라고 한다. 역으로 추산하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6.6배를 더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8년 기준 일본의 GDP는 4.9조 달러, 한국의 GDP는 1.7조다. GDP로만 보면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고작 2.8배 밖에 안 되는데 출자금은 6배를 내고 있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될까?


자, 이런 순간이 바로 숫자에서 빠져나올 때다.




1. 경제력 전파 방식


일본은 아직도 종합상사의 영향력이 크다. '영어를 못해서 아직도 수출할 때 상사를 이용하나?'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사의 역할은 경제의 첨병과 오히려 유사하다. 그 대상이 새로운 나라이든, 아니면 새로운 사업 영역이든 여전히 '개척'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역할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 일본 상사가 공산품 수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원개발, 인프라 투자, 부동산, 나아가 해외 기업 M&A에 더 전문성을 띠고 있다. 특히 그 대상 국가가 개발 부족 상태라면 상사의 탐색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를 위해 일본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방식을 파악해 보면 생각보다 치밀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그 나라에 들어가서 계속 친밀도를 높인 뒤, 큰 선물을 제시한다.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을 지어주는 게 좋은 예다. 그러면 이후는 수월하다. (* 물론 여기엔 JICA의 역할이 크다. 참고로 '19년 JICA의 예산은 1.7조 엔이었다.)


도로가 있는데 차가 없다. 일본 차를 수출하면 된다. 공항은 있는데 드나드는 사람이 적다. 일본 개발 회사를 부르면 된다. 왜 하필 일본 차, 일본 회사냐고 묻는다면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라 답하겠다. 심리의 기본은 외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보는 시야에 따라 '경비 지출'이 될 수도 있고, '과감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얼마나 일렀는지(시점)와 얼마나 과감한지(파급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일본은 앞서갔고 과감했다. 그게 가능했던 요인 중의 하나로 정보력을 들 수 있다. 인용한 기사에서 언급된 국제기구들도 이 부분에서 연관성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2. 통화량


기축통화라는 말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돈' 하면 떠오르는 '기준이 되는 통화'라는 말이다. 한때 일본 엔과 유로존 출범에 따른 유로, 그리고 최근 급부상한 중국의 위안 등이 또 다른 기축 통화로 추가될 수 있을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살아남은 것은 달러뿐이다.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받아들여지는 보편성이 중요한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달러밖에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보편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주 1) 이는 단순히 경제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얼마 전 위안화 평가절하를 감행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기축 통화가 되면 좋은 점이 있다. 그것도 굉장히 크다. 통화 정책에 있어서 상당히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각주 2)


보통 국가 내에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화폐를 더 찍어내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 시중에 많이 나돌아 다니는 그 종이 양이 늘어나니 값어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다. 그 결과 종이 말고 손에 잡히는 실물을 사람들은 찾게 된다. 부동산이나 금 같은 것이다. 사람들의 수요가 몰릴수록 그 값은 더 올라간다. 이를 일컬어 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그런데 기축 통화가 되면 그 통화가 유통되는 대상이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통화를 찍어내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경기 위축 상황에서 정말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 비록 내 나라 화폐가 기축통화가 아니더라도 투자처를 전 세계에 늘려 두면 간접적인 기축통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투자한 해외 기업, 기관, 정부에서 우리나라 채권을 사들이는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찍어낸 돈을 해외로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통화량을 조절에 여유를 준다.


어떤 연유로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를 가득 찍었다 치자. 그리고 그 엔화를 일본이 투자한 해외 기관/기업이 사들이면 엔화 방출로 인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줄이면서 외화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거양득이다. (각주 3)



3. 연결매출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건, 일본은 요새 해외 기업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 일본 상사들의 홈페이지에 가면 매년 전략 자료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은 일본어 외 영문 버전 홈페이지도 제공한다.) 모 기업의 경우 아예 '해외 기업의 지분을 사 들인 뒤 매년 수익금의 일부로 그 지분을 늘려 나가는 전략'을 품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회계적 용어를 빌리자면 '지분법 대상 법인'을 '연결 대상 법인'으로 점점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이것의 효과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채권 재매입 효과 외에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자원 기업을 사 들인 것이라면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부동산 기업이면 다른 나라에 일본 땅과 건물을 지어두는 셈이다. 투자에 따라 자명하게 따라오는 직접적 효과다.


그 밖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GDP 언급하고자 한다.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의 준말로 '국내총생산'이라고 번역한다. 조금 더 풀어쓰자면 '국내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나 서비스의 총합'이며 좀 더 정확하게는 '국내에서 형성된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그리고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지금 그 나라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벌어들인 돈'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별 경제력을 비교할 때 원래 GNP라는 개념을 먼저 사용했다. Gross National Product로 풀어쓴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계산 방식의 차이는 그 대상을 '국내(GDP)'로 보느냐 '국민(GNP)'으로 보느냐에 있다. 해외로 나가서 거주하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GNP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대표하는 데 부적절해졌고, GDP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GDP를 나라별 '삶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되 (각주 4) '경제 영향력'을 설명하는 지표로는 부족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잘 먹고 잘 산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나라가 복잡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시장이 크고, 경제가 활발하다는 정도는 알 수 있겠지만, 경제는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해 보자. 연봉 10억을 받는 사장이 있다. 그리고 연봉 3000만 원을 받는 직원이 있다. 10억을 받는 사람이든 3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든 한 달에 식비로 쓰는 비용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반면 가진 권한의 차이는 크다. 사장은 기업의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직원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식자재를 공급하는 업주라면 내 고객의 소득이 10억인지 3000만 원인지 보다는 그가 사장인지 직원인지가 훨씬 중요하게 된다.


여기서 연봉을 GDP에, 사장/ 직원 같은 직함을 바로 영향력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해가 수월하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에서 영향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 나라에 속한 기업의 연결매출 합이다. 연결 대상 법인이 되면 본사가 해외 법인에 대해 영향력을 가진다. 이 말은 비록 그 법인이 해외에 있더라도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주는 근원은 우리나라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이에 정성적인 영향력까지 고려한다면 연결 매출이 가지는 효과는 단순 숫자 이상이다. 해외 법인이 해당 국가 내에서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를 상상하면 된다.




오랜만에 자료도 좀 찾아가며 긴 글을 썼다. 내가 언급한 방식대로 해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일본과의 경제력을 비교할 때 GDP를 쓰지 말자는 주장도 아니다.


싫든 좋든 상대를 해야 하는 대상이라면 전략과 전력을 분석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의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하는 코치진이나 선수의 마음이다.


사실 나는 브런치 글을 적을 때 굳이 자료를 찾아가며 신경 써서 쓰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 작업은 회사 보고서에서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리프레시용 글에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쓰고 싶지 않다.


그러나 보고서든, 가끔 끼적이는 이런 글이든 자료를 찾으면 늘 느끼게 되는 점이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학계나 사회단체든 각자의 영역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부라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아니 xxx에서는 이런 것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라는 비판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다.


이 글의 목적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좋겠다. 나 역시 내가 처한 곳에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이 글 속 내용은 그 결과 만들어진 나만의 무기이고, 이 글을 보며 다른 사람들도 각자에게 알맞은 무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이다.





(각주 1) : 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관 중인 외환의 60% 이상이 달러라고 한다.

(각주 2) : 물론 사람에 따라서 효과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폴 크루그먼의 경우 자금 융통에 따른 이자가 적다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고 했다.

(각주 3) : 이는 국가 부채가 커지는 격이라며 부정적인 효과로 편입하는 사람도 있다.

(각주 4) : '삶의 질'에 경제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행복/ 환경/ 부패 지수 등을 추가한 지표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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