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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Oct 19. 2019

저희 은행에 예금하려면 이자를 내세요.

마이너스 금리의 현실화!

재미난 기사를 접해서 급히 써 본다. 원래 3일 정도씩은 간격을 두고 글을 올리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다. 정말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사를 먼저 보자. (* 링크를 클릭했을 때 해당 뉴스 매체에 가입하라는 내용이 뜨면, 구글에서 기사를 따로 검색해서 볼 수 있다.)


1. 은행이 (Morgan Stanley) 최근 10년래 최고의 실적을 낼 것 같다는 뉴스다. IB(투자은행) 쪽 수수료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어쨌든 수수료 수익의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링크는 여기 클릭


2. 은행이 (Credit Suisse) 정말로 고객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이자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다. 물론 모든 개인 고객이 대상인 것은 아니다. 2백만 스위스 프랑 (현재 환율로 약 24억 원) 이상의 고액 예금자에게 -0.75%, 천만 프랑 이상의 기업고객에게 -0.85%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링크는 여기 클릭


이 두 기사의 큰 맥락을 한 데 묶으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은행에다 이자를 "지급"하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은행에 현금을 예치하려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했고 이슈 됐었다. 얼마 전 기사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의 채권 중 상당수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내용도 있었다. (몇 년물인지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 비율은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 국채의 경우 100원짜리 채권을 110원에 사서 만기에 100원만 돌려받는(!) 형태가 되는데, 국채 대부분이 발행 금액이 크다는 점 때문에 개인에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가 해당된 것이다!




은행이 예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는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원래 은행의 역할은 돈을 보관해 주는 것이었고 당연히 그에 따라 고객이 은행에게 수수료를 지급했다. 돈을 맡기는 고객이 늘어나자 은행은 그 돈 중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뒤 이자 수익을 얻기 시작했고, 그 수익이 괜찮자 사람들에게도 예금 이자를 지급하며 돈을 더 예금하도록 유인다.


은행의 수익 원천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출 금리와 이자 금리 간의 차이에서 오는 예대마진 가장 기본으로 꼽는 이유 바로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자, 그러면 지금의 현상은 "은행이 과거의 역할로 회귀했다!"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제 문제에 답을 선뜻 내리기 쉽지 않다.




경제는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제 주체들 수많은 경제 활동을 한 결과의 집합이다. 사람들이 파동을 분석하며 주기성 존재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하곤 하지만 (예: "5~6년마다 경기가 순환합니다!"라는 류) 사실 기계적으로 들어맞긴 불가능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뱅크런(Bank run)'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어떤 은행의 작은 부실이 공개되었는데 사람들이 혹시 내 예금에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려워 인출을 하기 위해 너도나도 은행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정말로 그 은행이 망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 공개된 부실이 충분히 시정 가능한 정도로 작은 것이었더라도 고객들의 심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은행이 망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무 부서나 중앙은행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너무 급격히 쏠리지 않도록 유의하는 정책을 쓴다. 경제 정책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이 그 한 방편인데 이는 우리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다. 또 한 가지는 정책 의사 결정을 공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정책의 변화가 시장에 잘 흡수되게 도와준다.




자,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기 하향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돈을 은행에 맡겨둔다는 사실은 그만큼 투자할 곳이 없다는 뜻으로 비친다. 투자할 곳이 없다는 것은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소리고 이는 곧 경기의 하락과 연관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우려만 할 필요는 없다. 위 시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리기 유리하다. 그래서 기업에게는 좋은 투자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또한 예전 글에서 적은 바와 같이, 금리의 변화를 단순히 한 나라 안의 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 금융 고리 속에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환율의 변화뿐 아니라, 그에 따른 무역/무역외 수지 등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55


내가 모든 브런치 글의 바탕에 까는 맥락은 여기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경기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는 신중한 중립성이 필요하다. 앞선 단락에서 적은 바와 같이 개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기업에겐 유리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기업가의 정신이다. 기억하자. 누군가는 태풍 파도 속에서 서핑을 탄다.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에 투자나 아이템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것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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