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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l 20. 2019

독점 없는 모노폴리 게임

무한동력 에너지인가?

모노폴리라는 게임이 있다. '독점(Monopoly)'이라니, 게임 치고는 꽤나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즐겨하는 부루마블하고 상당히 비슷하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모노폴리에서는 '특정한 영역의 도시를 다 산 경우에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란색 구역의 도시가 세 개 있다면 그 파란색 구역을 내가 다 사들여야만(=독점) 거기에 건물을 지어서 다른 플레이어가 그 도시에 걸렸을 때 몇 곱절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은 일견 부루마블보다 더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부루마블은 제아무리 비싼 '서울'이라 할지라도 내 차례에 그 도시에 안착했을 때 가진 돈만 충분하다면 집이고 빌딩이고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구역이란 개념이 없는 것이다.


대신 모노폴리는 일단 구역 전체를 획득만 하면 내 차례인지, 그 도시에 지금 내 말이 당도했는지에 상관없이 건물을 몇 개고 지을 수 있다. 굳이 정리를 하자면, 부루마블은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독점이 아니어도 좋다. 내 차례가 된다면 내 돈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사겠다.)을 표방하고 모노폴리는 '승자독식의 극한'(차례는 상관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돈이 내게 오게 하겠다.)에 주안점을 둔 셈이다.


그런데 모노폴리를 하다 보면 재미난 현상이 발생할 때가 있다. 어떤 플레이어도 하나의 구역을 독점하지 못했을 때다. 모든 플레이어가 알록달록 다양한 구역을 고루고루 가진 경우를 말하는데 이때 상당히 흥미 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이를 간단히 풀어보자.


- 말이 움직이는 칸은 한 면에 총 10개씩 40개다.

- 주사위 두 개를 던져서 나오는 합의 평균값은 7이다. (간단한 기대값이다. (1*1/6  + 2*1/6 + 3*1/6 + 4*1/6 + 5*1/6 + 6*1/6) * 2)

- 건물을 짓지 않은 남의 땅에 걸리면 렌트는 평균 20불이 안 된다.

- 한 바퀴를 다 돌고 받는 월급은 200불이다.


그렇다면 누구도 건물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내 말이 거치는 도시는 평균 40÷7= 5.7 약 6개이고 모두 타인의 땅에 걸린다 해도 6 * 20불 = 120불의 지출이 있는 반면 월급은 200불이므로 매 바퀴마다 80불의 잉여 자금이 남게 된다.


모두가 고루 땅을 가지고 아무도 독점을 하지 않으니 순번을 계속할수록 돈이 모이는 것이다. 그것도 모든 플레이어에게 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일부 사상가들이 꿈꿔온 유토피아이자, 일부 발명가들이 상상한 무한 동력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1. 생산이 없다. (이는 조만간 일본과 영국의 사례로 글을 써 볼까 한다. 현재 몇 꼭지를 위한 자료 수집 중-에 둘째가 태어났-다.) 굳이 따지자면 용역(서비스, 여기서는 렌트)이 있긴 한데 그것만으로 소득이 창출될까? 전 세계 모든 나라가 IT산업에만 종사하기로 한다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서비스업 (이를 테면 카페나 빵집이나 호텔 등등)에만 종사를 한다면 그때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이는 상당히 좋은 생각거리다.


2. 화폐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다. 단순히 말이 한 바퀴를 돌았다고 하여 월급을 주는 것은 화폐를 찍어 국민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 소득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빵을 사기 위해 몇 억 마르크가 필요했던 독일의 사례가 유명하다. 원체 인플레이션 속도가 빨라 빵 사러 줄 서서 기다리는 사이 빵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독점이 필요한 건가?


이런 고민은 논리적으로 방향이 옳지 않다. '나는 철수가 좋아.'라는 딸의 얘기에 '특정한 친구만 편애하면 안 돼.' 했더니 '그럼 철수를 미워할게.'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진짜 해봐야 하는 고민은, 과연 현실에서도 저런 형태의 경제가 유지될지 어떨지에 대한 것이다. 정답은 나도 모른다. 내가 가진 지식은 기껏해야 위에 언급한 두 가지뿐이다.


다만 참고로 무한동력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해 본다. 어떤 괴짜 천재가 한 번만 에너지를 유입하면 그것이 그대로 다시 재유입되는 기계를 만들었다고 치자. 코드를 한번 꽂았다 빼면 그게 모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스스로에게 다시 공급하는 것을 상상해도 된다.


이 설계가 제아무리 완벽해도 무한동력이 불가능한 이유는 모든 움직임들에 열에너지로 소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자가발전하는 모터라도 그 모터가 돌아가며 발생하는 열만큼 에너지는 줄어들고 따라서 원래 공급받았던 에너지만큼 재공급하지 못한다.


모노폴리의 세계로 안내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상당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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