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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2. 2017

조직 문화 혁신이 어려운 이유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이다.

1.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아버지 차에 치여 본 적이 있다. 공중에 붕 뜰 정도는 아니고, 주차하실 때 뒤를 봐 드리다가 스톱 스톱하고 외쳤으나 살짝 정강이를 밀린 정도다. 당시 아버지의 운전 미숙을 언급하고 싶은 게 아니다. 기계는 사람의 살갗이 닿았다고 알아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이야 센서나 카메라가 있으니 다르겠지만). 시스템이 제아무리 정교하다고 하여도, 그것을 운영하는 것, 또는 최소한 그것을 설계하는 것은 사람이란 뜻이다.



2. 조직 문화 개편을 위한 예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면,


조직 문화 개편을 위해서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곤 한다. 이른 퇴근하기, 보고서 줄이기, 옷 자유롭게 입기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어느 정도의 목적성은 갖고 있다고 본다. 가장 폄훼되는 청바지 데이도 "에휴 저 사람은 왜 꼴이 저렇지?"하는 류의 꼰대심을 표출하지 말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연습의 의미라도 가진다고 본다. 이른 퇴근도 마찬가지다.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격이지만 일단 덮어놓고 퇴근하면 일은 밀릴 것이고, 뒤늦게 처리하다 보면 자연히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구분될 순 있다.  



3. 그러나, 꼼수.


상기 두 사례에서 반드시 철폐해야 하는 것은 꼼수다. 랜선 뽑고 벽돌 피씨로 남은 업무를 본다든지, 인근 유료 회의실에서 모여 잔여 업무를 한다든지, 청바지 세대 또래 중에 말 잘 통하는 후배를 골라 그들로 하여금 꼰대심을 전파하게 한다든지 등등. 꼼수는 너무 많다. "아니오. 가라니까(입을 수 있다니까) 가야지요.(입는 거지요.)"하는 게 모난 돌이 되지 않아야 저런 류의 꼼수는 줄 것이다.



4. 무용지물 : 보고서 줄이기의 예


흥미로운 것은 보고서 줄이기다. 분명 상급자에게 올라가는 보고서 페이지 수는 50페이지에서 3페이지로 줄었는데 업무는 그만큼 줄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만 줄었을 뿐 보고 문화와 보고 하고 받는 사람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이 50페이지 짜리라면 그 대답을 위해 이미 밑 자료는 50페이지짜리로 준비가 될 수밖에 없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보고자가 지레 겁을 먹어 50페이지 밑 자료를 찾든, 피 보고자가 '문화 혁신 따위'하며 50페이지 밑 자료를 요청하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이 혁신 운동이야 말로 가장 헛수고하기 쉬운 항목이다. 되레 3페이지짜리 새 양식을 꾸리느라 가외의 공수만 더 소요될 뿐이다.



5. 올바른 문화 개선을 하려면 사람에 집중하자.


정답은 사람이라고 본다. 피 보고자는 말을 조심해야 하고. (높은 사람일수록 한마디가 갖는 힘이 크다.) 보고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진정 의미 있는 항목에 관해 피 보고자는 분명하게 질문을 요청하고, 보고자는 "그것은 따로 파악하여 언제까지 보고 드리겠습니다."하는 대화가 용인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아버지 차 일화에서, 그것이 차가 아니라 아버지의 팔이었다면 그는 즉시 팔을 거두고 나를 감쌌을 것이다. 시스템도, 문화도, 그것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포커싱 하지 않는 혁신은 구호로만 맴돌다가 운이 좋은 경우에나 세대교체가 될 때 쯤 우연히 한 귀퉁이나마 달성할 뿐, 대개는 사라지고 만다.


이른 퇴근, 자유로운 복장, 그리고 보고서 줄이기. 모두 미꾸라지 한 마리로도 망칠 수 있다. 사람에게 포커싱 하자. 어떤 집단이 영향력이 크고, 어떤 집단이 주된 장애물인지, 그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지 않으면 이른 퇴근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보고서 줄이기가 아니라 무보고 체계를 주장해도 결론적으로 바뀌는 것은 0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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