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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2. 2017

실행 가능한 회사 전략

회사가 안 해주면 내가 한다.

1. 2017년 노벨 경제학상으로 주목받은 것 몇 가지.


얼마 전 리차드 탈러 교수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미 "넛지"라는 저술로 유명세를 탔던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자 책만큼 다시 회자가 된 것이 영화 "빅 쇼트"였다. 그는 그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 '오스카 상 대신 이것을 받게 되었다.'는 구절을 포함했다.)


"빅 쇼트"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다룬 영화다. 영화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분간하기 애매하지만 어려운 경제용어와 정책적 의미를 짧은 영화 한 편에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결말은 조금 별로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연관하면 퍼뜩 떠오르는 책이 3권 있다. 

① "행동하는 용기", 벤 버냉키.

② "블랙스완", 나심 탈렙.

③ "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그리고 나는 회사 전략과 관련하여 ③ 얘기를 조금 해 볼까 한다.




2.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미국 재무부 장관의 경력


티모시 가이트너는 IMF 국장,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거쳐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이다. 뉴욕 연준과 재무부 장관 시절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연결되는데, 이때 그가 느꼈던 고민과 갈등이 책에 잘 녹아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서브프라임 사태 해결의 주역으로 벤 버냉키를 떠올리기는 하지만, 티모시 가이트너를 내가 언급한 이유는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는 직업, 하는 일을 옮길 때마다 느꼈던 두려움을 가감 없이 책에 표현했다. 처음 해 보는 일,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할지 모를 업무 등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우리 모두는 두려움을 느낀다. 학창 시절 학년이 올라가며 반이 바뀔 때도 어떤 친구들이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웠고, 직장에서 작은 프레젠테이션 하나를 앞둔 정도로도 청자의 반응이 어떨지 설레면서도 두렵다. 


그런데 그처럼 큰 무대에서 일하는 사람도 두려웠다고 하니 같은 직장인으로서 꽤나 위로가 되었던 것이다.




3. 그가 일을 대하는 태도


티모시 가이트너는 그런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일단 해 보자."는 마음을 가졌다. 언뜻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전개다. 이에 아래 두 가지 전제를 달고 논지를 전개한다.


① '무조건' 하면 된다는 군대식 발상이 아니다.

② 나를 그 일에 임명해 준 사람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도 아니다.


모르는 일을 처음 맞닥뜨리면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두려운 일들이 해결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은 아니다. "일단 해 보자."는 그의 말은, "일단 일이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부터 해 보자."는 뜻이다. 처음 이사 간 동네가 낯설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익숙해지던 느낌을 기억해 보자.


강박관념을 완전히 버리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어느 정도는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임명권자여서는 안 된다. 히틀러의 명을 착실히 수행한 아이히만의 사례를 생각해 보라. 대신 우리가 품어야 할 생각은 "내가 이 일을 놓아버렸을 때 야기될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쪽에 가깝다.




4. 그의 태도가 회사의 전략 구체화와 무슨 상관이기에?


회사의 전략은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고 그들이 하고 있는 업무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그러한 상황에서 모두에게 실행 가능한 전략을 짜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비전은 간결한 형태로 제시되고, 이를 진행하기 위한 전략들이 몇 가지 세분화된 형태로 제공된다. 그러나 이 역시 당장 실현 가능한 단계로 되기에는 어렵다. 

(그 결과 세부 부서들에게 전략이 하달되는 형태가 Task라서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적은 적 있다.)


어쨌거나 회사의 전략은 정해졌다. 이제는 그 전략을 받아들이는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다. 회사가 집단 최면을 걸지 않는 이상, 비전과 전략을 체화하는 것은 개인이 몫이다. 교육 같은 제도를 회사에서 수립하겠지만 직원들의 내면까지 알 길은 없다. 말을 물가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하려면 말이 스스로 의지를 가져야 하는 것과 꼭 같다.


티모시 가이트너의 태도가 회사 전략을 실행 가능한 것으로 변환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다.


전략은 정해졌다. "우리는 체스 말에 불과해!"라며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을 것인가.  역설적이게도, 전략을 받아들이는 것이 능동적인 자세를 불러올 수 있다.



5. 해결책 : 나라는 개인이 제시하는 예시 몇 개.


핵심은 일단 그 전략을 받아들여보자는 마인드다. 그리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거나, 전략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기 위해 연습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봤다.


   1) 수립된 전략이 내 주변에 미치는 영향 판단하기


1단계 : "이야, 회사가 전략을 고민하는 것을 보니 망하지는 않겠어. 오래 다닐 수 있겠군."

2단계 : "오, xx분야 경쟁력을 높이겠다니, 이봐 홍길동 씨네 영업에 기회가 많겠는걸?"

3단계 : "어디 보자, xx분야라면 우리 팀에서는 yy부서나 zz부서에 업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크겠군."

4단계 : "yy부서는 준비가 잘 된 듯하고, zz부서는 우리 부서와 업무가 닿아 있으니 헬프를 요청할지도 몰라."

5단계 : "그렇다면 aa 쪽을 미리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되겠어."


인정한다. 너무나 이상적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2단계라도 주변과 얘기를 해 보자. 대부분은 1단계도 안 한다. "전략은 무슨! 보나 마나 한 소리일 텐데!".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을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을 하려면 공감이 우선이다. 회사의 전략이 어떤 맥락에서 세워졌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 우선 2단계라도 해 보자. 내 주변과 연관을 짓는 일이니 본성을 아주 많이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2) 업무 객관화 하기


업무를 하다 보면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다. 'xx 안건은 aa부서에서는 진행을 바라는데, 그러면 이익은 볼 수 있습니다만, 지금 추진하는 회사 전략과는 yy면에서 좀 어긋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xx안건을 ① aa부서의 이익 ② yy면에서 전략과 불일치로 분리했다. 늘 주장하듯 업무에서 호오는 배제했다. 고등학교 사회나 도덕 시간, 대학의 교양 법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적용할 때다. "비교형량"의 순간이다. aa부서의 이익과 전략과의 불일치 정도를 놓고 경중을 따져 보자. 실행 초기라서 전략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면 aa부서의 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는 기각해야 마땅하다. 반면 aa부서의 이익이 크고 전략의 전반적인 흐름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일치가 아닌 데다 일회성이라면 그 업무는 추진할 수도 있다.


즉, 업무를 객관화할 때, ① 호오를 벗겨냄과 동시에 ② 전략과의 일치 여부도 고려하는 것이다. 


   3) 전략의 일관성 관찰하기


주변을 관찰하자. 그리고 회사가 흘러가는 모습에 관심을 갖자. 이런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가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아니면 유야무야 사라져 버렸는지 살펴보자. 


① 전략이 잘 유지되고 있다면 다른 부서는 전략의 일관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② 전략이 사라졌다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변경을 한 건지, 아니면 ③ 의지 부족으로 사라진 건지 알아보자.

(물론, 각 관찰 결과에 대한 후속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 회사의 전략 내재화라고 하면 일단 반감부터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세뇌 또는 사이비 종교 같은 모습을 떠올리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방법은 그런 위험이 없다. 그저 티모시 가이트너가 일을 대하는 태도를 응용한 것이다. 전략이 주어지면 일단 그것에 맞게 일을 해 보자. 전략과의 불일치로 빚어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을 해 보자. 


업무를 하는 실제는 미시 세계지만, 그렇다고 거시적 관점을 동시에 지니지 못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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