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또는 '기획'이라 통칭되는 분야를 두고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하늘에 동동 떠 다니는 구름이 손에 잡히지 않듯, 해당 주제가 현실성이 없다는 뜻으로 하는 얘기다. 물론 가끔은 비아냥 거림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히 회사에서 그 '뜬 구름' 잡는 이야기를 해야 할 상황이 존재한다. 매일같이 진행되는 일상 오퍼레이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잘해서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실효성은 보이지 않더라도 이런 고민을 지속해야만 회사가 유지된다.
오늘은 그 전략, 또는 기획성 회의를 어떻게 하면 잘 진행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 비록 회의라는 업무 형태를 대표로 들긴 했지만 다른 형태의 기획성 업무를 진행할 때도 응용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 사고에 일정한 테두리를 치자.
이런 류의 회의는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안건이 없기 때문에 대개 첫 세션을 아이디어 도출에 할애한다. 흔히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라고 말하는 시간이다. 일단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키워드나 일화를 참석자가 몇 개씩 던져보는 것이다.
이 과정은 중요하다. 비유를 하자면, 처음 도착한 미지의 공간에서 지도를 이리저리 펴 보며 우리 위치를 가늠하려는 과정과 비슷하다.
나는 이전부터 통합교과 사고를 중시해왔던 사람으로 이때 자유분방한 토론의 중요성에 손을 들어주는 쪽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말 그대로 '아무거나' 얘기를 하게 두기만 해선 안 된다.
사실 엉뚱한 생각도 가만 살펴보면 뭔가 연관 고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인도 시장 내 매출 증진"을 위한 회의에서 인도 - 면 산업 - 어제 옷을 사러 갔더니 기장이 다 짧던 기억 - 유행에 대한 고민 - 우리 제품의 트렌드 적합성 분석 등의 흐름이다.
제아무리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해도, 제시되는 안건의 범주는 이처럼 연관 고리를 보일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시간 안간다.", "이런 회의를 해봐야 답도 없고." 하는 식의 생각에서 비롯한 생각은 차단하는 게 좋다.
2. 실행 방안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모든 일은, 그것을 왜 하는지 고민하며 진행해야 한다. 전략과 기획도 마찬가지다. 이유나 목적이 다양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사가 더 잘 되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인지도 상승, 매출 증가, 사업 범위 확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즉, 기획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과 기획은 방향성을 설정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니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이 실행 방안은 반드시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언뜻 자명해 보이는 이 말을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전략과 기획에 능한 이들은 실무에 취약한 반면, 실무 능통자는 전략이나 기획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의 참가자나 팀 구성 시 사람들 업무 성향을 고르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수평적 조직이면 좋다.
이때 수평적 조직 문화가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수직적 조직 구조에선 부지불식 간에 "부서장/간부는 전략, 부서원/주니어는 실무'라는 경계가 지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뜬 구름 잡는 간부와, 실무만 하다 진이 빠져버린 주니어 사이에 생긴 소통의 벽을 깨기 어렵다.
만약 수평적 조직 구조라면 말이 달라진다. 너도 나도 동등한데 그저 나는 좀 더 전체를 볼뿐이고 너는 디테일에 집중할 뿐인 것이다. 마치 취미가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듯 업무 협의에서도 조화를 꾀하기 유리하다.
이상으로 기획성 업무를 좀 더 유용하게 해낼 수 있는 짧은 팁을 공유해 보았다. 이번에도 굳이 한 단어로 핵심을 뽑자면 "조화"다. 그리고 조화를 위해선 타인이 가진 역량을 인정하고 내가 가진 역량에 겸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