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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13. 2017

요시나가 요시마사, "괴델 불완전성 정리".

수학에 다가가는 꽤 괜찮은 접근법.

2017년 10월 3일의 기록-




1. 얼마 전 운전을 하다가 문득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디어란 그런 것이다. 운전을 하다가, 샤워를 하다가 문득 번쩍하고 나타난다. 조금 생각을 다듬어 집에 와서 긴 글을 썼다. 쓸 때는 기고만장했다. 다 쓰고 다시 훑어 보니 역시나! 오, 또 하나의 똥글이 탄생했다. 건강한 장의 소유자인가. 1일 1똥마냥 줄창 싸댄다. 운전을 하다 내게 떠오른 아이디어란 그런 것이다. 고체도 액체도 아닌. 변기 물을 내리듯 비공개로 전환했다.



2. 최근의 독서는 조금 편향되었단 느낌이 들었다. 문학의 비중이 컸고,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범위가 좀 좁았다. 그래서 안 그래도 두루뭉술한 논리력이 닳아버린 듯싶었다. 책을 샀다. 좌뇌를 위해 교양수학 책을 사고, 우뇌를 위해 판타지 소설을 샀다. 리디북스에서 조지 R. R. 마틴 걸작선 네 권을 묶어 팔기에 이를 산 것이다. 곰곰 생각하니 삼체 이후로 처음인 듯싶다.



3. 교양수학 책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다룬 것이다. (요시나가 요시마사 저, "괴델 불완전성 정리", 전파과학사.) 수학사든 뭐든 이 역시 김민형 교수의 "소수공상"이후로 처음이다. 많이 외떨어진 생활을 하긴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 참 재밌다. 수학과 철학을 전공한 교수가 쓴 탓도 있겠지만 이 책의 구성부터 마음에 든다. 다른 교양 수학책처럼 피타고라스적 부터 읊지 않는다. 괴델을 위해 칸토어의 집합론부터 바로 시작한다. 칸토어 - 힐베르트 - 괴델로 이어지는 콤팩트한 구성이다. 책도 200페이지 중간밖에 안되고 증명도 어지간한 것은 다 실려있다. 정말 불완전성 정리를 위한 책이다. "내 책을 읽으면 적어도 불완전성 정리에 대해서는 대화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있던가?  



4. 독서가 편향되었던 것은 어느 정도는 의도한 바였다. 독서에는 목적이 있다. 직장인이 하는 독서와 작가가 하는 독서가 같을 수 없다. 나는 직장인이다. 조직과 인력, 노력과 성과 등 그 거대한 운영 스킴이 관심사다. 소설을 읽으면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도 있지만 인간에 대해 배우면서 회사에 접목할 수도 있다. 경영서는 직접적으로 적용할 거리가 많기도 하거니와 그런 틀을 개인 삶에도 갖다 붙일 수 있다는 덤을 준다.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사는 특정되기 마련이다. 오죽했음 예전에 좋아 죽던 시계나 운동화도 거의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늙어가는 것인지, 특정한 곳에 더 집중하게 된 것인지 결과는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만 우선 그런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건 독서는 그렇게 편향되었다.



5. "괴델 불완전성 정리"를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유사한 책을 카트에 더 담았다. 대부분 전파과학사 것이다. 일본 저자가 유독 많다. 수학을 재밌게 썼다. 이렇게 한 토막씩 읽으니 부담이 덜하다. 수학과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OO 분야를 주로 연구해."라고 하는 그 분절성이 이해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 1단원을 모르면 3단원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수학의 연속성이라는 특질을 무심결에 우리에게 심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처럼 분절해서도 흥미롭고도 완전하게 설명이 가능하다면 뒤늦게라도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이가 생겨날지 모른다. 문득 오늘 있었던 노벨상 발표가 생각났다.





* 운동선수, 예술가, 작가 등의 일화에 "힘들고 지겨워도 한번 더 슛을, 연주를, 작문을 하는" 것이 갖는 위대함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 페이지라도 더. 하는 느낌 말이다. 확장하면 일도, 인관관계도 다 마찬가지다. 한 번만 더 검토하고, 한 번만 더 양보하고 등등. 그렇게 하루를 이겨내는 모든 이가 영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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