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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pr 04. 2018

강선희, "체험으로 읽는 티벳 사자의 서".

끝까지 기회는 주어진다.

우리는 보통 1년에 얼마나 책을 읽을까? 얼마 전에 봤던 뉴스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1년 동안 평균 8.3권의 책을 읽는다고 알려줬다. 한 달에 채 한 권도 안 되는 셈이니 숫자로만 보면 적긴 하다. 그러나 몇 권을 읽었는지가 과연 중요할까?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을 곱씹는 시간이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아닐까?


한 때 나도 독서량을 읽은 책의 권수로 계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더 젊었던 시절의 치기였을까. '우리 회사에서 아마 제가 책을 제일 많이 읽을 텐데요.'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그 시절의 내가 안쓰럽다.


요새는 책을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원서를 읽는 비중이 커진 탓도 있겠지만 행간을 곱씹는 시간이 늘어난 게 가장 크다. 행간을 되새기는 이유는 단순하다. 중요한 구절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내 것으로 만든다 함은 어떤 지식을 머리에 담아 나중에 유용하게 쏟아낸다기보다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 살아가는 태도를 바꾸는 데 힘을 실어준다는 뜻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지식을 뽐내는 모습을 즐기던 시절도 있었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처럼 작가의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우쭐 댈 수 있던 때도 있었다. 마치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xxx사조를 배우고 있어.'가 아니라 '칸트를 읽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 모습을 동경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독서의 목적을 생각해 봤다. 돌아보니 어린 시절 스스로를 뽐낼 때 쓰던 지식들은 모두 퇴화되었다. 기억이 닳았든 그 지식 자체가 구시대 산물이 되었든 현재까지 유용한 것은 드물었다. 되레 내게 도움이 된 것은 그렇게 외우려 하던 태도였다.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통해' 찾아보는 태도. 나는 이를 확장하고 싶었다.


우리가 독서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살아가는 태도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나이가 든 덕분인지, (우려 섞인 혹자의 말을 빌리자면 '의욕을 잃은 것인지'), 이처럼 생각을 바꾼 덕분인지 책을 읽는 속도는 줄었지만 그 깊이를 더하고 싶었다. '아, 그 사람 "진짜" 독서를 하는 사람이지.'라는 평을 듣고 싶었다.


이 공간이 비어있던 몇 개월 동안 여러 책들을 읽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번 책을 소재로 삼아 키보드 앞에 앉은 이유도 앞서 구구절절 언급한 생각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이 책은 아래 글에 언급한 주변 어른 중 한 분이 추천해 주셨다.

https://brunch.co.kr/@crispwatch/16

종교적인 색을 떠나서라도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이라 말씀하셨다. 실제로 읽어보니 그러했다. 몇 가지 번역본이 존재하는데, 출장 중 전자책으로는 내가 읽은 버전 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티벳 불교에 대한 얘기지만 저자 스스로도 종교를 불문하고 해석할 여지를 둔다. 핵심은 단순하다. 종교에 따라 천국이라 말하든 지옥이라 말하든 어떤 사후 세계가 있든 무방하다. 우리가 생을 마감하고 그곳에 첫발을 내디딜 때 몇 번의 시험에 들 것이고, 그 단계마다 우리가 가진 본연의 성정을 되찾는다면 언제든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즉, 내가 본연의 성정(옳은 것)을 되찾는다면 끝까지 기회가 있다.


죽은 이의 여정에 대한 책이지만 산 이에게도 똑같이 적용 가능한 얘기다. 내 태도를 바꾸는 것. 내 삶을 바꾸는 것. 내 생각을 바꾸는 것. 더 나은 방향이라면 그게 언제든 좋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다.


얼마 전 좋아하는 회사 선배랑 얘기를 나눴다. 그 선배는 읽는 책, 쓰는 글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놨다. 나는 걱정 말라고만 얘기했다. 왜냐하면 그 선배는 어떤 책을 읽든 간에 훌륭하게 삶에 반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변 동료를 대하는 태도, 말투, 표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삶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독서를 한다는 지금의 생각을 나중에 바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방향이 나와 주변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런 생각이 든 동안만큼은 신나게 매진해 보고 싶다.


모두들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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