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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y 13. 2020

미국 연준(Fed)이 푼 돈은 어디로 가는가?

중앙은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금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발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되었다. 그러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연방준비위원회 (Federal Reserve System)의 준말=Fed)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0%까지 인하하고, 엄청난 달러를 시장에 내놨다. 특히 후자의 정책을 일컬어 양적완화 (Quantitative Easing : QE)라고 하는데, '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거진 금융 위기 이후 다시 시행된 데다 규모가 전무후무하게 커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조치 이후의 반응은 다양하다. ‘미국 양적완화 덕분에 미 증시 상승’ 이라거나 ‘달러 배포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 재하락’ 등 방향이 전혀 다른 기사가 함께 공존했다. 오늘은 이러한 중앙은행의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는지, 그리고 그 영향은 어떻게 시장에 전파되는지를 Fed를 주축으로 하여 아래의 흐름으로 살펴보겠다.


1.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 세 가지. (화폐 찍기가 전부가 아니다?)
2.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방법. (화폐를 그냥 발행하는 게 아니다?)
3. 중앙은행이 망하면 어떻게 하나요? (부실한 채권도 마구 산다던데?)
4. 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인 이유. (그렇게 많은 돈을 풀었는데 왜 시장의 반응은 들쭉날쭉한가요?)
5. 모든 중앙은행의 꿈. (중국이 전자 화폐를 발행한다던데?)



1.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 세 가지


어떤 나라가 경제적인 위기에 봉착했을 때 크게 힘을 쓸 수 있는 두 주체가 있다. 하나는 정부, 나머지 하나는 중앙은행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 확장을 돕거나, 세수를 늘려 경기 과열을 줄일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의 뉴딜 정책,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물론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중앙은행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주로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여 간접적인 수단을 쓴다. 시중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필수적으로 돈을 맡겨두어야 하는 비율을 조정하거나 (지급준비율 조정), 이자율을 변경하기도 하고 (기준 금리 조정), 채권을 사들인다. (공개시장운영)


이중 마지막 수단의 범위를 넓히고 규모를 키우는 것을 ‘양적 완화’라고 부른다. 여기서 범위를 넓힌다는 것은, 국채가 아닌 다른 채권을 사는 행위를 말한다. '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모기지 기반의 상품을(MBS : Mortgage backed securities) 사거나, 금번에 회사채를 사들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중앙은행이 가진 세 수단은 결국엔 연관이 된다. 채권을 사들이면 채권 수요가 높아져 가격이 올라가고, 이는 채권 가격과 반비례하는 이자율의 하락을 불러와 결국 금리 인하의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렇게 각 정책들이 서로 영향을 주다 보니 중앙은행은 정책을 운영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따로 정립해 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물가 안정’을 한국은행법으로 지정해 두고 있다. Fed는 이보다 조금 포괄적으로 목적을 지정해 두고 있는데, 최대 고용 / 물가 안정 / 장기 이자율 조정이다. Fed가 금리를 내릴지 말지 결정하는 주요 지표가 실업률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2.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는 방법


화폐를 발행한다고 하면, 주로 조폐국에서 종이돈을 찍어내는 장면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무턱대고 그렇게 인쇄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면 중앙은행이 화폐를 어떻게 발행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앙은행이 내놓는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앙은행도 재무제표를 공개한다. Fed의 경우 매주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자산]은 대부분 채권이다. 앞서 언급했던, Fed가 사들인 채권들이다.

[부채]는 대부분 화폐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화폐 외에 시중은행들이 맡겨 둔 준비금과 그에 대해 지급해야 할 이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자본]은 Fed에 출자한 시중은행들의 자본금이다.


여기서 Fed가 민간은행이고 일부 대규모 금융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음모론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책이 쑹홍빙의 『화폐전쟁』일 것이다.) 실상은 법규에 의거 미국 시중은행은 반드시 Fed 자본금에 납입을 해야 할 뿐이다. 실제 Fed 뉴욕 지사에 출자한 시중 은행만 수천 개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은 Fed 이익의 6%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재무부로 환입하게 되어 있다.           * 이런 음모론은 결국 '일루미나티'와 같은 곳으로 연결될 뿐이다..


어쨌거나 재무상태표를 보면 어떻게 화폐를 공급하는지 알 수 있다. 자산을 늘리면 (= 채권을 사면) 부채가(=화폐가) 늘어나는 형식이다. 그래서 Fed가 QE를 하면 언론에서 ‘Fed가 Balance sheet을 키웠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아래 링크의 표는 Fed의 자산 규모가 어떻게 변동해 왔는지 보여주는 시계열이다. 이를 보면 자산이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직후인 '08년 2 trillion 달러로 늘었다가 이후 3~4 trillion 달러를 유지하다가 '20년 초 6 trillion 달러로 치솟는다. 6 trillion이면 0이 12개이니까, 6조 달러, 즉 7조 원 정도가 화폐화 된 셈인데 그 규모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bst_recenttrends.htm


즉, 위의 논의를 다시 종합하면, Fed가 발행할 수 있는 화폐의 총량은 시중에 나와있는 채권의 총합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중앙은행이 망하면 어떻게 되나요?


자,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중앙은행이 사들인 채권이 부실해지면 어떻게 될까? 물론 평시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채권이 국채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를 들면 '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 산 MBS 중 일부가 부실을 초래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금번에 산 Junk bond 수준의 회사채가 종이조각으로 변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커져 자기 자본을 잠식하고 나아가 망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Fed에 대한 잡상이 이 질문에 이르러 글을 쓰게 됐다.)


실제 이런 위기론을 부추기는 일부 학자들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Fed는 망하지 않는다. 당장 Fed의 재무제표를 보면 흥미로운 특징이 보이는데, 보유한 채권에 대한 시가평가 (Mark to market)가 없다는 점이다. 이로써 채권 보유기간 중간의 가격 변동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이 망하거나 살 때에 비해 팔 때 가격이 오르면 중앙은행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데, 이 를 대비해 Fed는 Deferred Asset이라는 계정을 마련해 두고 향후 수익이 나면 먼저 갚게끔 해 두었다. 즉, 일반 기업과는 달리 절대로 손실이 누적되어 자본에 영향을 미칠 리가 없는 것이다.


 

4. 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인 이유


자, 그렇다면 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인 이유도 추론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돈을 찍어 시중에 마구 뿌리는 게 아니다. 채권을 사서 은행에 지급한다. 즉 은행이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책 실효성이 달라지는 것이다. (개인에 대출해 주느냐, 기업에 대출해 주느냐, 다른 곳에 투자하느냐, 부채부터 갚느냐 등)


Fed가 회사채까지 매입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간접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최근 코로나 이후 한국은행도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Fed가 한 방식처럼, 회사채만 다루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보증하는 형태가 언급되는데, 통화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소는 중앙은행 부채 계정에 적힌 ‘화폐’ 중 ‘유동되고 있는 화폐’의 비중과 ‘은행이 유보금으로 예치해 둔 화폐(=잠든 화폐)’의 비중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암만 사들이더라도 시중은행이 중앙은행 계좌에 넣어두고 시장에 풀지 않는다면 통화 정책의 실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천문학적으로 풀었다고 해서 모든 경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모든 중앙은행의 꿈


강력한 화폐 정책의 효과를 가지는 것은 모든 중앙은행의 꿈일 것이다. 중앙은행을 보유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면 풀리는 화폐의 양이 크면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화폐를 시중에 내 보내면 돈의 가치가 하락하고 실물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나라의 화폐가 다른 나라에서도 큰 문제없이 사용될 수 있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Balance Sheet에서 [부채] 계정이 커 지므로, [자산] 계정 내 채권을 조정하는 운신의 폭이 커진다. 이처럼 다른 나라에서도 잘 받아들여지는 통화를 '기축 통화'라고 부른다. 기축 통화를 보유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갖는 꿈을 실현시켜 주는 지름길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16년 SDR에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나(SDR이 뭔지에 대해 쓴 이전 글 링크!), 최근 전자화폐를 발행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등이 모두 이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게다가 1분기 화폐정책 집행 보고서에서 그동안 기재해 왔던 '대수만관 (양적 완화의 중국식 표현)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삭제하며 적극적 통화 정책을 암시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의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살펴볼 때, 각국 중앙은행 또는 그 화폐의 입지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지켜보면 이해의 깊이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딸 아이를 재우면서 Fed 재무제표를 늘려보기도 하고 줄여보기도 하던 잡상이 글로 이어졌습니다. 혹시 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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