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아마존의 영업 구조를 알아보자. 이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 회사와 연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뉴스를 보고 쓰는 글은 아니다. 그리고 아마존 분석도 재무제표를 보며 엄밀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아래 소풍님의 글을 읽다가, 첨부된 사진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글을 남기게 되었다. "아마존에게 맡기면 이번 주 토요일까지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아,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다면 수요일까지도 가능하다." 이 농담은 미국에 살아보면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미국이 넓다 하되 모든 물품의 배송이 오래 걸리는 건 아니다. 당신이 월 15불 정도의 회비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된다면 거의 대부분의 상품을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일부 2~3일이 걸리는 품목도 있지만, 반대로 아침에 주문해서 저녁에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그동안 구축해 온 여러 가지 항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난 결과다. 재고 창고의 위치, 판매선 관리, 차량 등록 대수 증가, 효율적 배송 루트 관리 등. 아마존은 이를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해냈다.
2. 아마존은 데이터를 갖고 있다.
위에 언급한 효율성 확보가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충분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별로, 상품군별로, 지역/성별/나이별로 구매량과 주기가 어떠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을 이기려면 이 데이터를 축적할 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3. 프라임 회비는 그냥 배송비가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비를 배송비 15불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누군가 '그럼 내가 이를 10불로 낮춰 시장에 진입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필패다. 왜냐하면 저 15불을 내는 순간 동시에 생기는 혜택이 더 있기 때문이다. 그 혜택은 : 아마존 프라임 TV 채널 기본 활용권, 홀푸드 마켓 할인, 아마존 북스 할인, 킨들(e-book) 할인 등이다. 즉 온라인 몰 이외에 엔터테인먼트와 오프라인 마켓까지 연동한다.
4. 그렇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홀푸드 마켓은 미국의 프리미엄 식료품 가게다. 오스틴에서 설립하여 남부 위주로 퍼지던 것을 아마존이 인수했다. 비싼 마트지만 프라임 회원은 일부 품목이나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주요 쇼핑 거리마다 있는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도 마찬가지다. 킨들과 같은 최신 기기도 전시된 핫한 매장에서 직접 책을 골라, 할인받고 살 수 있다.
5. 아마존은 의뭉스러우면서도 화끈하다.
만약 당신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아닌데 뭔가를 구매하려 한다면 배송비 옵션은 자동으로 가장 비싼 것에 체크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프라임 회원을 몇 개월만 써볼까 하면 자동연장 옵션이 체크돼 있을 가능성도 크다. 이들은 고객의 부주의와 실수를 노련하게 활용한다. 그러나 나중에 이를 발견하더라도 취소는 쉽다. 무척 쿨하게 고객의 뜻을 따른다.
이는 오배송, 파손, 불량품/짝퉁 배송 시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환불 정책은 쿨하다. 이를 판매사에 전가하는지, 아님 회사에서 충당금을 쌓아두고 활용하는 건지 모르지만 빠르다. 전자라도 그 많은 판매선과의 신뢰와 네트워킹,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후자라면 그만큼의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
아마존을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보면 안 된다. 그런 쇼핑몰은 이미 미국에도 많다. 그저 외부의 눈에는 아마존이 제일 유명할 뿐이다. 아마존의 강력함은 다양한 사업의 연계와 결합에서 나온다. 그냥 미국에서 살다 보면 느끼는 것만 저만큼이다. 좀 더 깊이 재무적, 법적으로 살펴보면 더한 것도 나올 것이다.
버지니아에 아마존 제2 본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 소문이 났을 때 주변 집값이 엄청나게 요동쳤다. 인근 대학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무엇을 오퍼 했는지는 카더라만 나돈다. 우리 대학 부지를 비싸게 사 달라는 얘기를 했다더라, 우리 대학 졸업생에게 티오를 주면 부지를 싸게 넘기겠단 얘기를 했다더라, 우리 대학과 연계해 연구를 하자고 했다더라 등등. 이 중 어떤 게 사실일지, 아니 사실이 하나라도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 수도 옆에 붙은 큰 주 하나가 들썩일 정도의 네임 파워를 가진 게 아마존이라는 것. 그 점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미국 증시 상장이 꼭 미국 내 활동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국 업체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나는 이를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건 이도 저도 아닌데 그저 일부의 정보로 사실을 부풀리는 사람들이다. 잘못된 정보가 가격에 거품을 낳고 시장에 왜곡을 불러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려면, 미국의 상황을 좀 아는 게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