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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03. 2017

대쉬의 기준

이상형 기준을 50% 충족한다면 일단 대쉬를.

1. 결혼을 하고 나니 편한 것 중 하나는 이성관계에 대한 얘기를 수월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서도 야릇한 눈빛을 보내며 상대에게 직접 이런 류의 얘기를 하는 건 문제다. (소위 M.B.A which means Married But Available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대개는 아직 풋풋한 사람들 앞에서 제 3자적 관점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할 뿐 그 자신은 대상에서 벗어나 있게 마련이다.


2. 나의 기준은 이거다. 일단 이상형 기준의 50%를 충족하면 대쉬한다. 20%는 내가 맞추고 상대가 20%를 맞춰주면 이 관계는 오래갈 수 있다. 서로가 상대를 향해 각자 20%를 맞춰주고 바뀔 수 있겠다는 판단은 곧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비례한다. 나머지 10%는 그냥 둬야 하는 부분이다.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영역이 같길 바라면 안 된다.

  

3. 이는 사랑을 벗어난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동호회든 성격이 마냥 좋다고 하여 만인과 동일한 정도로 친해지지 않는다. 역시 서로가 생각하는 기준점 이상을 넘고, 서로 상대방에 맞춰주는 노력이 있어야 오래간다. 물론 사랑에 있어서는 그 기준을 360도 방면에서 생각한다면, 사회생활에서는 90~180도 정도의 분야만 다루면 된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4. 이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내가 맞춰주는 %의 노력이다. 상대가 맞춰주는 것은 쉽게 보이고 내가 맞춘 것은 작거나 없더라도 크게 보인다. 영화 부당거래에 나와서 자주 인용되는 류승범의 대사가 이를 맛깔나게 표현했다. "사람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 상대가 내게 주는 것의 강도와 지속성은 계속 눈에 보이지만 내가 줘야 할 만큼은 이미 충분하다고 여긴다. 판단의 비대칭이다. 스토커나 짝사랑의 비운도 결국 여기서 비롯된다.


5. 결국 원인은 내게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내게 노력을 베풀었고 나 역시 그가 좋다면 내 노력이 관성에 젖어 줄어들고 있진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상대가 싫다면 그의 노력에 감사하되 희망고문하지 않도록 거리를 멀리하는 것이 옳다.




직장생활이나 팀 과제 메이트라 내가 관계를 결정짓기 어렵다면 적용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야 하는 일은 일단 상호 정당한 단계를 주고받되, 식사나 술자리나 혹은 사소한 농담 등으로 구성된 그 이상의 영역은 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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