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든 페널티든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직원은 곧 가족인데 어떻게 자르나요? 어떻게든 가르쳐야지요."
"맞지 않는 직원은 바로 보냅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거든요."
요새 조직문화에 대한 이런저런 책들을 읽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재미난 점들을 종종 발견한다. 똑같이 좋은 기업이라고 소개된 회사들도 그 문화는 제각각인 것이다. 위에 적은 글들은 좋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의 CEO들이 한 말이다. 정반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핵심은 이거다. 어디도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 즉, 정반대로 보이는 CEO들의 생각들도, 그 운영방향과 조직 구성원들의 성향과 맞물리면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올챙이처럼 아랫배가 튀어나온 미천한 몸이지만, 나름 헬스 구력은 올해로 15년에 접어들었다. 몸이 엉망이라고 엉터리로 배운 것은 아니고, 정말 제대로 배운 채로 15년이다. 지금도 할 일이 없을 때 들여다보는 것은 운동 관련 영상이나 글들이다. 아랫배는 현실 탓으로 잠시 미뤄두고 논의를 이어가 보자.
운동을 할 때 휴대폰과 연결된 이어폰은 상당히 불편했다. 치렁치렁 거슬리기도 하거니와, 때론 기구에 걸려 다칠 뻔한 경우도 생긴다. 줄 때문에 휴대폰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그에 비하면 예사다.
그래서 Wireless 이어폰을 사기로 했다. 후보 몇 개를 정한 뒤 와이프와 논의를 하고 최종 선택은 내가 스스로 하기로 했다. 원래 번들 이어폰도 잘 쓰는 막귀이지만 10만 원이 넘는 이어폰은 처음인지라 매장에 가서 청음이란 것을 해 봤다. 신기했다. 사람마다 맞는 음향이 다르다더니 처음에 모양새로만 염두에 뒀던 비싼 제품보다 저렴한 것이 내 귀에 쏙 맞았다. 만듦새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 나름 젊은 취향이 느껴져 괜찮았다.
참으로 검색을 많이 했지만 최종 구매를 앞두고 다시 한번 검색을 했다. 둘 다 비슷하게 평은 좋았다. 그런데 글을 보다 보니 점점 기분이 안 좋아졌다. 저렴한 제품은 대부분의 블로거가 제품을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후기를 쓴 것이었다.
화가 났다. 누구는 공짜로 얻어 쓰는데 나는 기 십만 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도 언짢았다. 하지만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은 따로 있다. 그들의 글이 그야말로 천편일률적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수준의 글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지도 보지 않고 제품을 그냥 준단 말인가.
나는 예상을 비틀어 비싼 제품을 집었고 그 길로 결제해서 나왔다. 그 제품도 일부 블로거들에게 제공되었지만 좀 더 고가여서 그런지 대부분 '대여'였다.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다.
외국 영화를 보다 보면 괴물이나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영화에서 여행 가던 학생들이 고립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때 많은 경우 학생들은 스쿨버스로 숨곤 했다. 영화로 보면 우리나라 매끈한 버스와 달리 철판 붙여놓은 것 같은 허술한 버스에 왜 숨나 의아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스쿨버스를 보고서야 영화 속 학생들이 정말 제대로 숨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철판을 몇 겹을 두른 건지, 겉보기만으로도 단단해 보였다.
소방차는 이보다 더하다. 부딪히면 내 차를 산산이 부숴놓고 본인은 생채기 하나 없이 탱크처럼 돌진할 것처럼 생겼다. 어쩌면 앞차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소방차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동이든 가치관이든 변화를 꾀할 때 집중해야 할 곳은 개인이다. 상기 사례들을 보면 알겠지만, 개인에게 감명을 주지 못하면 천편일률적인 블로거 만 명을 고용해도 나라는 고객 마음을 돌릴 수 없다. 개인이 무서워할 만큼 차가 크고 단단하면 굳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면 비키라고 안 해도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린다.
"우리 제품이 좋아요!"라고 똑같은 (심지어 제목까지 똑같은 블로거도 있었다.) 내용, 똑같은 사진으로 광고를 해봐야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허한 외침 밖에 되지 못한다. 부딪혀도 내차 네차 반반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소방차 앞을 암만 비키라고 해도 보험금이나 타내자는 심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포커싱은 개인이다. 어떤 것을 변화시키려 하든 마찬가지다. 그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선택의 변화를 추진하면 그게 곧 마케팅이다. 어떤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추진하면 그게 곧 제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든,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든,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든 임직원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으려면 개인에게 집중해야 한다. 첫 문단에서 언급한 정반대의 CEO도 자신과 함께 일하는 임직원 개인에게 집중하며 그들에게 직접 작용하는 제도와 문화를 세웠기에 둘 다 똑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소설을 쓴다고 생각해 보자. 적당한 이야기와 그럴싸한 주인공 구성도 해 뒀다. 막상 펜을 들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서사의 수준을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사가 세밀하면 다양한 독자에게서 공감을 얻기 힘들다.
반면 너무 일반적인 서사 수준으로 적으면 깊이 감동하는 독자를 찾기 어렵다.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이거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이 둘을 잘 조합한다. 개인의 삶/느낌/생각이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뭔가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그래서 어렵다.
앞서 언급한 마케팅, 제도도 똑같다. 특정인(=나)을 겨냥한 듯 보이는 광고지만 그런 느낌을 받는 사람이 최대한 많아야 그 제품이 잘 팔린다. 일괄적으로 공표한 제도지만 각 개인이 그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어야 준수율이 높아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의 유인책을 제시한다면, 각 구성원(=나)이 잘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결론적으로 회사도 잘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어렵다 보니 대부분의 회사는 경제적인 유인책으로 많은 것을 대변하려 한다. 회사가 돈을 잘 벌면 당신도 부자가 된다는 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An Everyone Culter』에서 언급된 Next Jump라는 회사의 가치관이 주목할 만하다.
모든 사람은 남을 돕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회사에서 이를 행하기 마땅치 않아 (싫을 수도 있을 테고-) 대부분 회사 바깥에서 봉사활동, 기부, 선한 행동 등을 하며 이를 채운다. 그래서 이를 회사 안으로 돌리는 스킴을 짰다. 동료 직원을 돕는 것을 업무에서 중요한 항목으로 넣은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성장, 동료의 성장, 그리고 조직의 성장 모두를 얻게 되었다.
번역이 아니라 기억에 의존한 복기다. 세부적인 것은 중요치 않다. 저 맥락이 놀랍지 않은가? 각 개인이 움직이는 동인을 非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훌륭히 찾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동인은 생각보다 많다. 15% 자유시간을 부여하는 3M의 문화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예다. 15%는 보장된 자유 시간이다. 이때 회사의 자원을 사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실험을 마음껏 행한다. 개인에게 자유와 자원이라는 유인을 주었다. 여기서 터지는 잭팟 상품들은 곧 회사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유인책을 다양하게 찾자.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 시간, 자율성 등 분야는 많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배경과 특성에 따라 직원들이 어떤 데서 강점을 갖고 있는지 곰곰 생각하면 재미난 방안들이 많이 도출될 것이라 생각한다.
* 조직문화에 대한 Reading List는 장영학 님의 브런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