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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10. 2018

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간단히 최근 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겠다. 



1. 칼럼니스트 활동


지난 목요일 한 칼럼니스트 모임 담당자에게 샘플 글과 필진 신청서를 보냈다. 필진 모집글에서 메일 주소를 찾았다. 신청 기한이 한참 지난 상황으로, 발신이 무례로 받아들여진 가능성이 있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관리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괜찮냐 물었다. 그는 자신은 권한이 없으나 일단 보내라 답했다. 그러면 그룹 리더가 검토 후에 월요일에 연락을 준단다. 담당자는 월요일까지 메일을 확인하지 않았다. 연락이 안 와서 다시 페이스북 관리자와 접촉했다. 문화인답게 질책대신 질문으로 빠른 수신을 요구했다. 혹시 메일 받으셨나요? 그쪽에서 다시 전달하겠다 말했다.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일을 받았다. 2가지 이유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는 메일 내용. 메일에 쓰여 있는 글은 짧고 명쾌했다. 나는 필진 신청을 했다. 자연히 함께 할 수 있다 없다는 대답이 먼저 나와야 했다. 담당자는 합격 여부를 생략하고 내가 보낸 샘플을 공식 계정에 업로드하겠다고 통보했다. 업로드 시점은 당장 이틀 뒤. 느려야 할 때 빠르고, 빨라야 할 때 느리다.



두 번째는 동의 없이 글을 수정했다는 점. 메일에 첨부된 링크를 눌러보니 업로드 양식에 적합하게 글을 수정했다. 양식만 바꾼 게 아니고 나의 문체나 문장의 리듬도 바꿨다. 경어체 사용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문장의 어미가 바뀌었다. 2 개였던 문장을 하나로 바꾸고, 몇 가지 표현을 수정했다.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크게 달갑지는 않았다. 먼저 수정이 필요하다 알려줬다면, 기분 상하는 일 없이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덧붙여 바꾼 부분이 원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별다른 코멘트 없이 앞으로 경어체 사용과 언급한 양식을 준수하겠다 말했다. 



나의 행동과 사고를 돌아보니, 기저에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당신보다 많이 읽고 써봤을 텐데? 하는 우월감이 무의식에 자리했다. 자만일 가능성이 있다. 나는 내 수준 안에서만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프진단을 끝내고 앞으로의 활동을 생각했다. 상대의 의견을 조금 더 듣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원만히 활동을 이어가는게 더 중요하다. 글 쓰는 주기는 논쟁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때에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필진이 돌아가며 한 번씩 쓸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짰다. 이번에 쓴 글이 이번 주에 올라가면, 다음 달 중순에 다음 글이 올라간다. 덜 쓰니 덜 싸운다는 간단한 이치다. 



새로운 도전 치고는 맥빠지는 시작이다. 한 달 반에 한 번, 세 시간씩 투자하면 필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매체의 필진으로 활동할만큼 시간 여유가 있다. 새롭고, 글쓰기에 좋은 양분이 되며, 도전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예정이다.




2. 사진 모임


토요일엔 독서 모임에 나갔고, 일요일엔 사진 모임에 나갔다. 모임을 말하기 전 사진과 나의 관계를 서술할까 한다.



시작은 중학교 3학년 때다. 아직도 사진과 관련된 대화 토픽이 나오면, 내가 사진부 부장 출신이다고 말한다. 사진은 중학교 특별활동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출사지에서 만나 아무거나 찍었다. 필름 한 통 사 와서 찍고 해산하는 패턴이었다. 피드백도 커리큘럼도 없었다. 느낌을 살려 찍으라는 지시만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셔터를 눌렀다. 필름을 빠르게 쓰고, PC방으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사진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전역 이후다. 필름 카메라, 토이카메라, DSLR, 핸드폰 내장 카메라 등을 이용했다. 작가이고자 했다. 기술은 없지만, 프레임 안에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사진가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째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 두 번째는 있는 그대로를 담는 사람. 나는 전자였다. 생각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사진 안에 들어오는 피사체를 만들고 조작했다. 예를 들면, 21세기 인간상을 표현하고 싶어 바닥에 마이크와 헤드폰을 두고 케이블을 프레임 밖으로 뺐다. 현대 기술을 통해 말하고 듣고 보는 우리를 담을 생각이었다. 빛과 구도, 노출에 대한 지식은 블로그 글 몇 개 읽어본 정도였다. 



그 후엔 관심을 잃었다. 내 생각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실력이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결말이었다. 결과물이 예쁘지 않았다.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몰랐다. 온라인 포럼에 사진 몇 개를 골라 올렸으나 아무도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내 문제였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자문하는 빈도가 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적극적이고 명쾌하고 구체적인 글쓰기가 사진의 자리를 뺏었다. 지금은 보다시피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모임엔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 오전에 벼룩시장을 둘러보고 낮에는 요리해서 먹고 집에서 쉬었다. 심심해서 와이프가 활동하는 사진 모임에 참여하기로 정했다. 일전에 와이프를 통해 모임장이 나도 한 번 나오라고 권유했었고, 폰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면 유익하겠다싶어 급하게 정했다. 모임 장소에 나가자 나의 안일함을 탓했다. 참가자들은 다들 진지했다. 그들의 열정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있는 동안 집중했다. 



첫 2 시간은 각자가 찍은 사진을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고 질의응답에 썼다. 다들 사진에 조예가 깊었다. 특히 모임장은 준 전문가 수준이었다. 열정도 실력에 비례하는지 말하는 그는 들떠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아마 글쓰기 모임이었다면 내가 저렇게 떠들었겠다 싶었다. 덕분에 다양한 테크닉을 배웠다. 구도와 크롭,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 색 매치, 보정,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의 효용 등.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써의 사진이 다르게 보였다. 여태껏 글쓰기에 의미를 두며 다른 장르를 평가절하했음을 깨달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관심을 갖고 생각을 하며 찍으니 전보다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기록 수단에 머물던 사진이 새로운 역할을 받았다. 와이프의 지도 편달을 통해 후보정까지 무사히 마쳤다. 모임의 룰에 따라 편집한 사진을 정리해 모임 채팅방에 업로드했다. 다른 모임원들의 반응이 괜찮았다. 그들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다.




3. 사업 수완


전날 사업하다 알게 된 친구를 만났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로마의 법을 따라 친구로 대했다. 40대 후반의 짐은 비영어권 유럽 국가 출신이다. 그도 사업을 하는데,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고 있다. 그가 가짜 견적을 작성해달라 부탁했고, 나는 견적을 작성했다. 그는 $3,600이란 금액을 적었고, 나는 그가 돋보일 수 있게 $3,900을 적었다. 



300만 원짜리 일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일은 금액에 비례해 까다롭다. 보통 기업에서 오퍼 하는 잡이다. 나도 비슷한 금액의 일을 한 경험이 있다. 5명이 며칠에 걸쳐 일했다. 추가 요구에 맞춰 몇 차례나 재방문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에게 얼마나 터프한 일인지 물었는데 그는 예상과 정반대되는 대답을 내놨다. 3,4 시간이면 끝나는 단순한 일이라고. 



그의 대답에 놀란 반응을 보이자 그는 신이 난듯했다. 그리고 올해 보낸 인보이스 내역을 보여줬다. 천 불 대의 일이 수두룩했다. 금액이 높다고 힘든 게 아니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선 한두 시간 대충 도와주고 

몇 천 불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같은 일을 하지만 수입이 차이 났다. 그에게 조심스레 연 수입을 물었다. 그는 잠깐 계산하고는 3~40만 불을 번다고 대답했다. 우리 돈으로 3.5억 정도인 셈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기 위해 순수익이 아닌 총매출을 말한듯싶었다. 그렇다 해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뺄 거 다 빼도 억 이상 주머니에 넣는다. 



일전에 그가 급하게 일손이 필요할 때 구인을 도와줬다. 그는 몹시 고마워했다. 사소한 도움이 호감이 된 듯했다. 그 이후로 그는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하자며 여러 차례 권유했다. 짐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그는 내가 배짱이 부족하다 말했다. 자신감을 갖고, 필요에 따라선 고객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갑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고. 나는 질문했다. 고객이 네가 낸 견적이 비싸다고 지적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대답은 이랬다. 우선 내가 그 일에 가장 적합함을 언급하고,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돈이 일의 가치에 비해 크지 않음을 지적하라. 우리는 전문가다. 전문성을 드러내라. 몰라서 못 하나?라고 속으로 반박했다. 그의 방법론보다 행동력에 감탄을.



그는 나이트클럽 기도 출신이다. 내게는 친절하고 호의적이지만 상대에 따라 행동을 달리할 줄 안다. 일전엔 기도로 일할 때 경험담을 풀어냈다. 뉴질랜드 출신의 마오리족 남성과 2m 넘는 장신들을 땅바닥에 패대기칠 수 있는 패기가 사업에도 도움이 됐으리라. 나는 평화주의자이자 사업에 있어선 을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을티를 벗고 있지만, 여전히 갑과 을 사이에 있다. 그의 강단이 부러웠다. 내가 될 수 없는 모습이란 것을 인정하지만 가능한 만큼의 노력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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