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진 찍기

by 띤떵훈

가끔 동네 산책을 나간다. 바닷가 동네라 여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대체로 카메라를 챙긴다. 바다는 독특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카메라 들고 돌아다니는 나도 마찬가지다). 잠깐의 마실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을 마주한다. 걷다가 멈춰 찍고 다시 걷는다.


이번엔 5번 째 카메라인 라이카 Q를 잡았다. 거리 사진을 주로 찍기에 컴팩트 카메라를 선호한다. 리코GR이나 후지X100F, 라이카 X2, 라이카 Q 모두 넓은 화각 렌즈를 내장한 똑딱이 카메라(컴팩트 카메라)다. 비슷한 화각에 비슷한 무게에 비슷한 용도를 가진 카메라지만 저마다의 장점이 달라서 계속 사게 된다. Q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다소 무겁지만, 뛰어난 해상력과 더 뛰어난 겉멋을 갖고 있다. 폼잡고 싶은 날엔 Q를 든다. 폼 잡고 싶었던 것 같다.



셔터를 누르기 위해선 몇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1. 피사체가 흥미롭고 2. 그 피사체가 잘 보여야 하고 3. 배경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4. 웃겨야 하고(가장 중요하다) 5. 이야기에 도움이 되는 구도가 있어야 한다. 거리 사진에선 사진기 든 사람이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다(몇몇은 그러기도 한다). 대부분의 흥미로운 장면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사라진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사이에 위 조건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 시간 반 가량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몇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을 보면 내가 어떤 장면에 흥미를 느끼는지, 뭐를 보고 웃기다 생각하는지 알게 된다.


지게가 주차장 입구를 기웃거렸다. 반쯤 들어갔다.
창은 안과 밖의 경계다. 대체로 안에 있는 사람은 멈춰서 무언가를 하고, 밖에 있는 사람은 지나친다. 멈춘 이와 지나치는 이가 마주보거나 교차할 때의 간극이 좋다.
찢어져서 팔락거리는 포스터가 중심 피사체를 가리켰다.
우편함은 나로 향하는 타인의 말이 물질화되는 공간이다. 듣고픈 말이 있고 듣기 싫은 말도 있고, 별 생각 안 드는 말도 있다.
대형 마트 광고 잡지가 입구가 좁은 우체통에 들어가려면 돌돌 말려야 한다. 말린 잡지의 곡선이 신경쓰였다.
쓰레기통 뒤지는 사람. 대체로 담배 찾는다.
콩고물 헌터
상점 통유리는 그 자체로 광고 목적을 지닌다. 알림판 또한 마찬가지다. 팔고자 하는 물건을 강조한다. 강조되고 싶었나보다.
다양한 패턴과 색과 프레임과 빛이 프레임 채우면 뷔페에서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 다 담은 기분이 든다.
해변 상점가 모습이다. 전경에 흥미로운 피사체(광고에 심취했다)가 해변가 군상에 색을 입혔다.


잘 관리된 해변가에 손님1.
갈매기가 도트무늬같다. 화려한 조명이 가수를 감싸듯, 비둘기가 피크닉 나온 가족을 감쌌다.
인간은 크기의 가늠쇠다. 주변 사물과 배경의 압도적 크기를 강조할 때 사용된다. 인간이 지나치게 작아 보일 때 만족스럽다. 실제 그러니까.
브레송이 말하는 결정적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같다. 중간 지점이 아니라 행위의 초입이 내겐 결정적이다.


인간들. 좌에서 우로 지그재그로 시선이 움직인다. 결승점엔 홀로 해를 등진 아저씨.
할아버지 머리에도 산책하는 개의 머리 위에도 빨간색 사인.
출입 금지 사인과 경고 의미를 지닌 빨간 삼각형이 줄에 나란히 걸려 있다.
뜬금없는(전혀 관계 없는) 두 피사체를 한 프레임에 담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연결성을 찾는다. 그래서 프레이밍은 강당 효과와 같다. 나는 교수가 된 기분이다.
색의 3원색 빨강 파랑 초록, RGB가 비슷한 비율로 한 이미지에 담기는 걸 좋아한다. 세상 모든 것을 포착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 사람이 형식을 만들어 줬다.


잘 지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동차 창문은 사람 얼굴이 온전히 보일 수 있는 가장 작은 프레임같다. 프레임이 있으면 눈이 간다. 그래서 눈이 갔다.
공중전화는 이제 소품의 역할만 수행한다. 본질을 잃어버렸다. 소품을 소품답게 썼다.
가려진 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빵집이죠? 간판은 쓰임을 규정한다. 그래서 걸고 찍는 걸 좋아한다. 인간도 간판이 필요하다.
주연과 조연이 좋은 비율로 등장했다. 안경과 선그라스 함께했다.
강렬한 원색과 인체가 만드는 삼각형, 유리가 반사한 이미지. 안 찍을 수 없었다.
나는 사진 찍는 이로서만 사진에 존재한다. 개체성을 빼는 좋은 방법은 그림자로 들어가기.
DHL 국제 배송. 물 건너 온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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