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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20. 2021

50문50답

싸이월드의 브런치 침략



50문 50답을 하겠다. 싸이월드 사진첩과 블로그가 오버랩된다. 50문은 온라인 모임을 함께 했던 분 게시판에서 가져왔다. 자신을 알고 지난날도 추억하는 일타이피 문답이 되리라.








Q1. 내 이상형 중 특이한 조건을 말해보자면?




나보다 똑똑할 것. 맹점이 있다. 똑똑함을 측정할 절대 지표가 없다. 때때로 출신 대학교가 지표가 된다. 나는 대학교를 안 나왔다. 이 기준을 따르자면, 동년배 한국 사람의 절반 이상이 나보다 똑똑하다. 물론 나는 이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보다 똑똑한 몇 억을 두고 볼 수 없다. 내 똑똑함의 기준은 철저한 주관이다. 걸스플레닛999의 심사위원 선미의 말을 빌리자면, 아우라다. 아우라가 말하길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얼마 없다.






Q2. 살면서 놓쳤던 인연 중에 한 명을 다시 잡을 수 있다면 누굴 잡을 것인지?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나는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곁에 있는 사람을 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3. 내가 태어나서 가장 열정적으로 배운 것은?




돈 버는 방법. 덕분에 나는 부자가 될 예정이다.






Q4. 내가 좋아하는 계절+시간대는?




과거와 지금의 나는 선호하는 계절과 시간이 다르다. 예전엔 활동하기 편한 가을을 좋아했다. 이제는 여름을 선호한다. 바뀐 원인은 사진이라는 취미다. 여름이 사진 찍기 좋은 계절이다. 낮이 길고, 빛이 강해서 강한 이미지를 포착하기 쉽다. 시간은 오전이 좋다. 채워 넣을 여백이 많다.






Q5. 지금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




중국이 첫 번째다. 요리가 맛있고, 치안이 좋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편하다. 중국 여행이 끝나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나 인접한 동유럽 국가에 가보고 싶다. 빠니 보틀 여행 유튜브에서 그쪽 에피소드가 가장 흥미로웠다. 거리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다.






Q6. 내가 이유 없이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




이유 없이 좋아하는 단어는 없다. 이유는 항상 있다.






Q7. 내가 가장 자주 쓴 유행어는?




락다운






Q8. 주변 사람을 덕질해본 적이 있는지?




없다






Q9. 내 생각에 내가 가장 예뻤던 시기는?




3년 전쯤이 가장 괜찮았다. 다이어트해서 지방이 적었다.






Q10. 나는 몰랐지만 남이 말해줘서 알게 된 나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와이프가 말하길 말할 때 싸가지 없단다.






Q11. 내가 빠지지 않고 하는 하루의 일과 중 가장 특이한 행동은?




특이한 행동은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뜻한다. 책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담 독서.






Q12. 우울할 때 하는 행동은? (구체적으로)




내 기분을 망가트리는 원인을 파악한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구분한다.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개선 중이라는 인식이 우울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돕는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판명 나면, 크게 2가지 행동을 한다.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거나, 잠을 잔다.






Q13. 내가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영상들은 주로 어떤 종류?




거리사진 POV 사진가 시점 영상/ 빠니 보틀 여행기/ 아이돌 안무 영상/






Q14. 핸드폰에서 자주 하는 어플 세 가지는?




 크롬/ 유튜브/ 리디북스






Q15. 내가 꾸준히 모으는 물건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




돈을 물건으로 친다면 돈이다. '꾸준히' 모으는 것은 돈 밖에 없다. 집 사이즈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물건을 한도 없이 사 모을 수 없다. 일정 범위를 넘어가면 기존 것을 처분하고 새로 산다. 모든 물건은 최대치가 정해져 있다. 돈만이 예외다.






Q16. 나는 나 자신을 많이 알고 나 자신과 친하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 물론 친하다. 심지어 신뢰한다. 인생의 많은 고비에서 나의 효율성과 지적 능력에 의존한다. 뭐라도 해줄 거라 믿는다.






Q17. 내가 원하는 내 인생의 마무리는?




주변인 괴롭히지 않고 잠자듯 편안한 마무리






Q18. 삶의 질을 높여준 제품 2개를 꼽아보자면?




핸드폰, 에어프라이어






Q19. 절대 잊지 못할 인생 썅놈은?




군대 선임






Q20. 인상 깊었던 생일은?




9살 생일이다. 어머니가 생일상의 이데아를 현실로 불러왔다. 가운데 케익, 주변에 과자, 고기반찬 등. 식탁을 삥 두른 10명 남짓한 친구들까지. 어머니, 아버지가 친구들을 픽업해왔다.






Q21. 살면서 고친 버릇이나 성격은?




무례. 사회가 공유하는 예의란 컨셉을 잘못 이해한 채 살아왔다. 군대 선임이 내가 놓친 것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Q22.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꾼 어머니 돌아가신 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꿈속에서 하늘에 이게 꿈이라면 정말 착한 아이가 될게요라고 빌었다. 꿈이었다. 착한 아이는 못 됐다.




Q23. 좋아하는 시의 제목은?




보물찾기 - 김순옥






Q24.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끝낸 것 기준 -톰 소여의 모험


진행 중인 것 기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Q27. 잘한다고 자부하는 요리 한 가지는 무엇?




김치찌개. 다 잘하는 것 같은데, 딱히 하나를 꼽기 어려웠다.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김치찌개란다.






Q28. 조건 없이 아주 사소한 초능력 한 개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초능력을 가질 것인가?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초능력은 가질 수 없다)




하루 한 번 필살 유머. 누구 깎아내리지 않고, 박장대소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전부터 생각한 사소한 초능력이다.






Q29. 나만 가지고 있을 만한 자신의 특징은?




나만 가지고 있는 특징은 없는 것 같다. 세상 어딘가에 그 특징이 존재하리라 믿는다.






Q30. 특이하고 사소한 장점을 자랑해본다면?




농담 따먹기를 잘한다.






Q31. 나의 인생의 워너비는?




정승민






Q32. 내가 좋아하는 글귀나 노래 가사는?




Rule 1 : Never lose money. Rule 2 : Never forget Rule 1.






Q33. 내 분위기는 어떤 느낌?




실없는 사람. 편한 사람들 사이에서 말장난과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Q34.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얼굴 혹은 성격)


생김새가 닮았다






Q35. 장래희망이나 직업 말고 내가 원하는, 살면서 꼭 이루고 싶다고 생각하는 꿈은?




글 쓰며 세계 여행. 여기까지 오니까 대답이 짧아진다. 문장 형식을 유지하길 바란다.






Q36. 집에 방이 하나 더 생긴다면 무엇을 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은지?




서재. 물론 책은 침대에서 볼 것이다.






Q37. 유튜버가 된다면 올리고 싶은 콘텐츠는?




거리 사진을 중심으로 한 컨텐츠. 예를 들면, POV 영상, 사진집 소개, 구독자 비평, 사진 분석






Q38. 내가 자주 하는 상상은?




내 탈랜트(신이 내린 소질)가 춤인데, 평생 춤추지 않고 살다가 죽는다.






Q39. 삶에서 가장 설레었던 인상 깊은 추억은?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시작한 첫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 밖 첫날이었다. 모든 게 일본어였다. 광고판도 일본어, 간판도 일본어, 메뉴판도 일본어, 행인 입에서 나오는 말도 일본어. 한국을 벗어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과정이었다. 다사다난한 여행 끝에 귀향하는 오딧세우스처럼, 다양한 경험으로 365일을 채우리라 다짐했다.




위에 너무 짧게 쓴 것 같아 분량을 늘린다. 첫날 부동산 담당자에게 포켓 와이파이와 집 키를 받았다. 핸드폰과 환전한 일본돈 소액을 챙겨 집을 나섰다. 초여름 우기였다. 포켓 와이파이와 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잃었다. 간간이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면서 걸었다. 빗줄기가 거세지면 가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옷은 땀과 비로 다 젖었다. 맥주 자판기에서 100엔짜리 맥주 한 캔을 꺼냈다. 신분증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다는 데 한 번, 길빵하며 마시는 맥주가 너무 맛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집을 찾았다. 아끼고 아껴 쓰면 3주 정도 버틸 수 있는 돈을 들고 왔다. 집 근처 마트에서 100엔가량하는 인스턴트 라면을 샀다. 라면 면이 국수면이었다. 2인용이었으므로 절반만 끓였다. 간장 라면 국물에 소면 넣은 맛이다. 너무 덥지만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실감하지 못 할 내일 아침의 나에게 2일 차 생활을 토스했다.






Q40. 내가 좋아하는 외국어는?




물론 영어다. 세계 공용어에 가장 가깝고, 능숙하게 구사했을 때 따르는 혜택이 상당하다. 더 나은 직장, 더 나은 직급을 얻을 수 있고, 세간 인식도 좋다. 또한 영미권 국가에 살고 있는 나로선 필히 구사해야 한다. 좋아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Q41. 내 현재 능력과는 상관없이 하고 싶은 직업이 있다면?




아이돌 댄스 트레이너








- 하루 경과-


전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는 바람에 하루가 지났다. 2시간의 검사 여행은 글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가져갔다.




*지나가며 블로그 화면을 본 와이프는 비웃으며 물었다.




"설마 100문 100답 하는 거야? 하하하하"


"아니"




나는 문답을 하는 내가 묘하게 부끄러웠다. 강하게 부정했다.




"그럼 50문 50답?"


"맞아"




예리하다. 결혼 잘했다. 이런 현명함을 원했다.




*24번 질문의 답이 변했다. 오늘 아침부터 '이재명은 합니다'를 읽기 시작했다.






Q42.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귀찮은 것은?




잠들기 직전에 양치와 세수하기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침대 위에서 이뤄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현실과 무의식 세계의 경계에 있을 때, 현실은 양치라는 상상의 질서를 강요한다. 나는 현실을 포기할 수가 없다. 질서에 순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 질서를 따르는 것은 어렵다. 무의식 세계에 걸친 한쪽 다리를 다시 현실로 잡아당겨야 한다. 반발이 대단하다. 위생과 청결이라는 가치에 복종하는 나로선 줄다리기를 포기할 수 없다. 줄은 항상 팽팽하다. 이 다툼이 하루 일과 중 가장 귀찮은 일이다.






Q43.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의 능력은?




장황한 이야기에서 핵심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삶의 효율성 증대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나는 경쟁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 정승민 박사의 말대로 상대주의 세계에선 약간의 차이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여기에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효율성이다. 핵심 파악을 잘하는데서 효율이 나온다. 잘못된 진단은 시행착오를 부르고, 시간과 노력을 무의미로 환원시킨다. 그렇기에 핵심 파악 능력은 소중하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잘한다. 나는 멋지다.






Q44. 다시 돌아가서 싸우고 싶은 순간은?




1분가량 생각했다.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다음 문제.






Q45. 이제까지 본 글 중에 인상 깊은 글은?




"1달러 지폐를 40센트에 산다는 생각은 사람들에게 즉각 먹히든가 아니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참 흥미롭다. 예방접종과 비슷하다. 어떤 사람이 이 생각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붙들고 몇 년이고 같은 말을 해봐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그 개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뿐이다. 린 게린(저명한 가치투자자) 같은 사람은 경영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가치 차원에서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는 개념을 금방 이해하고 그로부터 5분 뒤에는 그걸 써먹는다."




어쩌다 보니 32번 답도, 이번 답도 출처가 같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찾은 것 같다.






Q46. 자신이 계산 기준으로 삼는 물건은?




용도에 따라 다르다. 빈도를 기준으로 하면, 식비 사용을 가장 많이 계산한다. 그때에 기준은 신라면 한 봉 가격이다. 가장 저렴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신라면 끓여 먹는 것이다. 관객수를 UBD(엄복동) 기준으로 계산하듯, 나는 식비를 SRM(신라면)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를테면 5불짜리 햄버거 세트는 3SRM이다. 식비에서 신라면이 기준이다.






Q47. 나에게 있다고 믿고 있는 초능력은?




초능력은 없다. 내 모든 능력은 인간의 범주 안에 있다. 자연법칙을 벗어난 능력은 없다. 또한 그런 사람을 현실에서 본 적도 없다.






Q48. 나를 2가지 단어로 표현해보면?




효율, 농담(유머로 할까 했는데, 농담과 더 잘 어울린다. 웃음을 전제하지 않은 실없는 말이 근거다)






Q49. 내 인생을 3가지 단어로 표현해보면?




돈, 웃음, 책






Q50. 50문 50답을 하며 느낀 것은?




50문 50답, 혹은 볼륨이 다른 모든 문답은 길티 플레져의 상징과도 같다. 민망하지만 재밌다. 사실 길티보다 플레져가 우세하다. 또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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