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내딛는 첫발

by 띤떵훈

카카오톡으로 한국을 평정한 다음 카카오 그룹이 더 대중친화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기획하고 만든 '브런치'. 글쓰기에 흥미와 열정이 있는 사람을 작가로 등용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소리를 듣고자 한다. 대기업 주도로 기획된 아이템이라 그런지, 타 칼럼 사이트에 비해 체계적이고 회원들의 활동도 왕성하다. 유명 매체와의 협업도 주선하고, 아마추어 작가들의 출판도 가능케한다. 브런치의 존재를 알게된 시점은 불과 몇 달 전이다. 글쓰기 동호회 파운틴의 멤버로서 '콘텐츠하다'에 칼럼을 기고하며 첫 만남을 가졌다. 파운틴의 매니저님은 콘텐츠하다와 더불어, 브런치에도 파운틴 그룹의 이름으로 회원들의 작품을 업로드했다. 단체 채팅에서 브런치 URL을 보내주며, 앞으로는 이 곳에서도 여러분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말했다. 얼마 후, 아는 동생과의 이야기에서 글쓰기 플랫폼이 화제가 됐다. 동생의 입에서 브런치라는 이름이 나오자, 그제서야 사이트의 인지도를 실감했다.


칼럼이 기고되며, 사이트에 종종 접속했다. 글쓰기라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소리를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댓글 달렸는지 확인해볼 요량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접속했지만, 어플을 사용하고 나서는 접근성과 다양한 읽을거리에 반해 매일 찾게 됐다. 규모만큼 많은 실력자가 있었다. 그중에는 프로 작가도 있었고, 실력 미달의 '작가'라 부르기 민망한 이들도 있었다. 브런치 내의 글쓴이는 모두 '작가'란 타이틀을 달게 되는데, 작가란 직업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탓에 아니꼽게 봤는지 모른다. 경험을 글로 잘 녹여낸 회원을 발견하면, 구독 버튼을 눌렀다.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생각을 확인했다. 반대로 어디서 본 듯한 '있어 보이는' 한 문장을 쓰고, 작가 행세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페이스북 중고딩 유저가 타깃인듯한 허접한 감성글을 보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조소를 날렸다. 대충 싸지른 글은 작가를 기만하는 듯했다. 마음에 드는 글엔 댓글도 달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가끔은 파운틴에서 하는 것처럼 글을 비평했다. 이 부분은 좋았고, 이 부분은 이런 이유로 아쉬웠다. 처음으로 단 댓글에 자기가 놓친 부분을 알려줘서 고맙다,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겠냐는 말을 들었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여기저기 시키지도 않은 족적을 남겼다. 어떤 글쓴이는 기분이 상했는지 아무 말 없이 글을 삭제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한 행동이었지만, 상처받는 이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없어진 글을 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일 수 없다. 그에 앞서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정도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지금까지 쓴 글을 확인했다. 정돈되지 않은 글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다. 이 정도 수준으로 남을 평가하다니. 자기반성과,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갈증, 동년배 회원들의 완성도 있는 글을 보며 받은 자극이 더해져 연습의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브런치에서 한 키보드 워리어 활동을 계기로 매일 에세이를 한 편씩 쓰게 됐다.


블로그에 에세이를 쓰며, 부족함을 깨닫는 동시에, 글이 조금씩 나아짐을 느꼈다. 가볍게 쓰던 많은 글이 끝맺음으로 귀결되지 못 했는데, 강제성을 더하니 개선의 기미가 보였다. 문장력은 차치하더라도, 기본 양식은 지킨 에세이가 꾸준히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낮은 퀄리티는 여전한 골칫거리였다. 매일 쓰는 것도 바쁜데, 퇴고할 여유가 어디 있냐. 글의 수준이 높을 수 없다. 형편없는 글을 보며 언짢아진 감정을 헛소리로 위로했다. 브런치에서 그 사람의 철학이 잘 드러난 깊이 있는 글을 보며, 위기감이 들었다. 경쟁심은 글쓰기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누워서 스크롤을 내리다, 벌떡 일어나 랩탑을 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치기를 달랠 방법으로 고안한 것은, 이번에도 브런치였다. 유입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블로그는, 일기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나뿐인 게시판엔 글 외에는 어떠한 사진, 영상 자료도 없다. 네이버도 성의 없는 블로그를 내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픈된 장소이지만, 찾기 힘든 곳이다. 그래서 퍼블리시를 목적으로 한 글을 제외하곤, 공책에 낙서하듯 가볍게 쓴다. 긴장감 없는 것이 문제라면, 긴장하게 만들면 된다.


지난주 목요일, 모든 생각을 마친 후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블로그 주소를 첨부하고, 지원 동기를 짧게 적었다. 더 잘 쓰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쓴 글을 보여주고, 의견을 나누고 싶다. 거만하지만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그리고 오늘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메일로 본인 인증을 끝마치고, 글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시험 삼아 며칠 전에 쓴 에세이를 올렸다. 글의 주제에 맞는 커버 사진도 골라서 올렸다. 브런치 나우에 등록한 글이 나타나자, 새로운 플랫폼에 첫발을 내딛었음을 실감했다. 이제부터는 브런치에도 매일 에세이가 올라가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랫폼에서 많은 사람이 보게 됐으니, 괜찮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반나절 동안 브런치에 올라갔던 글의 조회수는 6. 아무래도 그렇게 힘을 줘서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 혼자 고요한 이 곳, 브런치에서의 첫발을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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