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Aug 16. 2022

광복절에 먹는 초밥


 어제  생일이었다. 멋진 하루였다.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았다. 감사하다. 좋다. 더 좋은 건 한 인간이 한 복수의 축하다. 그는 눈 뜨자마자 생일을 축하했다. 일하는 중에 카톡으로, SNS로 생일을 축하했다. 퇴근 후에 생일을 축하했다. 집으로 돌아와 생일을 축하했다. 행동이 뒤따랐다.


나는 어른답게 생일에 당위가 없다. 일상 연장 느낌의 생일에 불만 없다. 생각해 보니 정말 없진 않다. 대체로 외식한다. 메뉴는 안 중요하다. 짜장면, 치킨, 피자 상관없이 사 먹는 음식이면 충분하다. 나를 위해 돈 썼다는 인식과 함께  음식을 즐긴다. 가끔은 선물도 준다. 1년 동안 어떻게든 살았구나. 포상으로 유니클로 방문을 허락한다. 요컨대 밥 한 그릇, 유니클로 티셔츠 한 장으로 만족할 수 있는 날이다. 이 이상은 감사의 영역이다.


와이프가 내 안에 감사하는 마음을 소환한다. 소환 주문은 '스시'다.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라는  질문에 공백 없이 말한다. "스시" 조건 반사. 생일에 먹고 싶은 거 있냐는 말에 스시트레인(회전초밥)이라 답했다. 회전초밥은 메뉴가 아니다. 초밥 앞에 회전이란 수식이 붙는다. 회전은 저렴한이란 의미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식사하고 싶단 의지 표명이다. 식당에 대해 아무 정보 없이 와이프의 안내를 따랐다. 가게 문을 열었다. 입구에 정장 입은 남성이 나지막이 이랏샤이마세-를 말했다. 오픈 키친에서 스시 마는 사람들도, 서버들도 모두 일본 정통 복장을 입었다. N1 자격증 홀더이자 일본 워홀 1년 경력자의 귀에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모든 직원이 찐-일본인이다. 중국인 사장이 운영하지 않는 스시집은 오랜만이다. 문 열자마자 알았다. 무리하지 않을 수 없는 식당이다.


예약하고 자리 잡은 이상 무를 수도 없다. 에다마메에 맥주 한 잔 마시고 나갈까? 와이프 극대노가 그려진다. 그래, 이왕 온 거 맘껏 즐기자. 내일 잊고 주문했다.


나의 미식 행위는  꼬집의 불편함을 남긴다.  생일은 광복절. 광복절은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기념적 . 모두가 암묵적으로 일본 제품 소비하지 않기로 약속한 . 스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와이프가 신경써서 예약한 식당. 계산기 두드린다. 결과 도출. 남편 생각해  와이프의 마음을 온라인에 전시하기로. 와이프는 생색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담 생색내야지.


스가키(직역하면 식초 굴)과 뎀푸라모리아와세(모듬 튀김), 미소시루(된장국), 키린비-루(기린맥주)로 입맛을 돋우었다. 메인으로 사시미 엔 스시 미디움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나무판자 위에 장식된 음식물을 거의 비웠을 무렵 배가 가득 찼다. 한 입 크기 튀김 7개가 45불이다. 무게 대비 가격이 상당하다. 이 정신 나간 그람 대비 가격의 음식으로 위장을 채우다니. 호사가 따로 없다.


  먹는다.  맛있네. 고마워. 다시  . 오우 신선하다. 고마워. 다시  . 본고장 맛이네. 고마워. 맛있고, 신선하고, 본토 맛에 가깝다는 등의 이유가 고마움에 수렴한다. 결혼 이후로 생일 풍경이 바뀌었다. 저렇게까지 장식할 필요가 있나 싶은 음식을 먹는다. 식당은 시간과 노력을 과잉투자한다. 과잉은 정성으로 고쳐쓰이기도 한다.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는다. 음식이  건다.  대접받고 있어. 찰리 멍거는 행복의 요령이 낮은 기준치라 말했다.  이거 위험한데..



45불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보름 동안 썼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