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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20. 2022

단문 예찬

벌린 클링켄보그의 짧게 잘 쓰는 법



   고려하는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짧게 쓰기다. 짧은 문장을 선호한다. 단문은 여러모로 편하다. 리듬 만들기 쉽다. 주술 일치가 쉽다. 생각 통제가 쉽다. 분량 뽑기 쉽다. 쓰는 과정에서, 이미  다음에 곱씹는다.  짧게   있는가? 예스.  짧게 고친다.



나는 믿는다. 단문이 장문보다 쓸모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평판은 다르다. 글 잘 쓰는 하버드 교수님과 아무도 모르는 일개 블로거. 하버드 교수님이 책을 냈다. 이름하야 '짧게 잘 쓰는 법'. 책 내용 일부를 발췌하고 생각을 덧붙인다.




교수님의 말은 고급지다. 단문을 사용하는 이유가 폼 나다. 일개 블로거가 한 문단에 정리한 장점을 한 권으로 늘여 썼다. 리듬감 파트는 이렇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문장이 하나씩 무대 위에 섭니다.

하려는 바로 그 말을 하고 나서

무대에서 내려옵니다.

다음 문장을 끌어올리지도 않고,

이전 문장을 끌어내리지도 않습니다.

관객으로 온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지도 않습니다.



교수님과 생각이 비슷하지만, 실제 글 쓰는 방식은 다르다. 선생님 이건 시가 아니에요. 저렇게 줄 나누면 안 되는데.. 저건 파워블로거가 조회수 올릴 때 쓰는 방식이잖아요. 저 빈 공간 어떻게 할 거예요. 종이 낭비입니다. 네? 디지털이라 종이 낭비 안 한다고요? 그건 그렇네요. 그래도 문단 구조가 안 보인다고요. 구조 파악이 성가셔요.


다른 내용은 이렇다.


짧게 쓰면 접속어가 필요 없습니다.

관련 없는 단어나 문구, 절을 지우면

암시(Implication)의 공간이 생깁니다.

문장이 길면 길수록 암시의 밀도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작가들의 가장 중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를 활용할 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 도구란 단어의 표면적인 의미 이상을 제시하는 능력과

말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말하는 능력입니다.



'암시'는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파트였다. 단문이 암시에 용이하다 생각해 본 적 없다. 반례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작가가 긴 문장 행간에 메세지를 넣는다. 단문(수식을 뺀 문장)의 경우 정도를 숨긴다. 매우 많이인지 적당히 많이인지, 누구 기준의 많이인지 모른다. 정도를 상상하게 만든다. 정도를 말하는 게 암시에 불편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되려 정도가 구체적일 때 생기는 암시가 있다. 그건 관련 있는 단어나 문구, 절이니 저자의 의견에 반하는 건 아닐 수 있다. 단문과 단문 사이에 생기는 암시라면 생각할 여지가 있다. 짧은 문장일수록 문장과 문장 사이 공간이 두드러진다. 그의 말을 빌리면 '짧은 문장 간에 통하는 찌릿한 전류'의 출처다.


암시 파트에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하버드 선생님은 단문이 가진 표면적 의미 이상을 제시하는 능력에 꽂혔다. 나는 분명한 표면적 의미를 제시하는 능력에 꽂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글자 그대로의 의미. 앞서 내가 장점으로 꼽은 통제하기 쉽다는 파트가 여기 속한다.



책을 통해 단문의 강점을 되짚어봤다. 내가 얼마나 단문을 좋아하는 지도 발견했다. 짧은 문장은 경쾌하다. 가볍다. 무난한 옷을 좋아한다. 흰 티셔츠, 생지 청바지, 캔버스화.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이 조합하기 쉽다. 어디에나 어울린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우수하다. 단문도 마찬가지다. 어디에나 쓰인다. 의미 전달하기 쉽고, 다루기도 쉽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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