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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17. 2022

신사임당 킵고잉(Keep Going)

리뷰


유튜버 신사임당이 책을 냈다. 제목은 킵 고잉. 무엇을계속한다고? 돈 버는 일을. 저자는 책에 자신을 소개하는 표현 두 가지를 넣었다. '돈미새'와 '자낳괴'다. 순서대로 '돈에 미친 새끼'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다. 돈에 미치게 된 이유를, 돈의 역설로 대신 설명한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포기하며 돈을 벌면, 돈이 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켜준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돈이 최고 가치로 튀어나오는 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 순간은 바로 돈이 가장 필요할 때다.'

요컨대 돈에 미친 새끼가 되어야만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돈으로부터의 자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존엄을 지킨다. 돈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돈이 최우선 가치가 될 때엔 나머지를 돌 볼 수 없다. 이는 논리적으로 볼 때 순환논증의 오류다. 그런데 돈에 미치지 않기 위해 돈에 미쳐야 한다는 역설은 현대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명확하게 다가온다.

책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돈에 미칠 수밖에 없던 이유 2. 돈을 버는 방법 3. 돈이 주는 이점. 이는 모든 재테크 서적이 공통적으로 갖는 메시지다. 필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다. 돈을 갈구하는 사람이 돈을 번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돈 버는 방식을 논한다. 책은 동기부여와 동시에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 독자가 재테크 책을 산 이유는 돈을 벌고 싶어서다. 목적에 부합한다. 실용 서적으로도 쓸만하다. 부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실례를 제공한다. 스마트 스토어를 위시한 온라인 마켓에서 돈 버는 방법을 공유한다.

그의 방법론은 온라인 마켓 밖에서도 쓸모 있다. 그는 자신의 돈 버는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수저론을 사용한다. 금수저가 사회적 지위를 세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실패의 반복'으로 꼽는다. 내 과거를 돌아봐도 한 번에 일이 풀리는 경험은 많지 않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성공에 가까워진다. 게임이든, 주식이든, 글쓰기든 실패가 성공을 만드는 도식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금수저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할 수 있다. 자본이 없는 사람은 한 번의 시도로 재기불능에 이른다. 그의 방법은 자본금을 압도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100억 자산가는 1억짜리 사업에 100번 도전할 수 있다. 1억 자산가라면 1억짜리 사업 대신 100만 원짜리 사업 100번 도전하면 된다. 자본금을 줄이면 1억 자산가도 100번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책의 한 구절이 와닿았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자신에 실망할 일이 많다. 그도 비슷한 사람이다.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변화시킨 방법을 공유했다. 생각하는 날과 실행하는 날을 구분하는 것이다. 행동으로 이르지 못 하는 이유는 생각이 행동을 막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애초 생각이 잘못됐다면 어쩌지? 귀찮은 일 생기면 어쩌지? 등등. 이때 행동하는 날이 필요하다. 일련의 피드백과 개선안을 철저히 무시한다. 고용된 직원처럼 시키는 일만 한다. 바보처럼 생각 않고 일하면 쉽다. 책임질 게 없기 때문이다. 한편 바보처럼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결론, 내가 그 바보가 되면 된다.

책은 분량이 짧다. 한 페이지 정도의 토막글로 구성됐다. 어려운 내용도 없다. 글을 꾸미지 않는다. 일상 언어를 사용해 문장을 짧게 유지한다. 그의 합리적 투자처럼, 글도 필요한 말만 한다. 잘 읽힌다.

편견을 갖고 읽었다. 사짜 냄새나는 유튜브 스타 출신의 책에서 기대한 바가 없다. 이동진이 말하길 못 만든 영화는 못 만든 부분 비판하는 재미로 본다. 리디 셀렉트에 인기 순위에 오른 이 책을 고른 내 마음이 그랬다. 리디셀렉트는 구독 서비스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득이다. 공짜로 읽은 책의 수는 만족감을 준다. 읽은 책 수 늘리기 위해 짧은 분량의 트렌디 서적을 읽는다. 트렌디 서적 중 가장 질 낮은 게 유명인이 유명세로 쓴 인사이트 없는 책이다.

막상 읽고 보니 킬링타임용 책이 아니다. 괜찮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저자는 합리적이다. 그의 자기 분석도, 투자도, 글도. 그는 뛰어난 메타인지 능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갔다. 부자가 되겠단 의욕 불러일으킨다. 재테크 서적의 쓸모도 있고, 솔직한 에세이가 주는 글맛도 있다. 그는 아웃사이더다. 사회성 없고, 모나고, 열등감에 휘둘리고 사회에서 상처받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얻는 것을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삼았다. 문제를 분석하고 과정을 설정하고, 실행에 이르러 돈을 쟁취한다. 가치관에 차이가 있다 해도,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분투는 항상 자극이 된다.

글의 깊이는 '왜?'라는 질문의 수에 비례한다. 왜라는 질문이 덜하면 여기저기서 쓰인 너덜너덜한 표현과 들어봄직한 교훈이 지면을 채운다. 예를 들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명제가 그렇다. 질문한다. 왜 행복을 살 수 없는데? 행복은 관계에서 나오고, 사람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까. 여기서 글이 끝나면 읽으나 마나 한 글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논증 수준이다. 잘쓴 글은 저자가 본인이 행복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걸로 시작한다. 논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귀납적 방식으로, 계량화 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검증한다.  둘째, 연역적 방식으로, 그 본질을 타고 올라가 철학적으로 논증한다.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서 충돌하는 요소를 콕 찝어야 한다. 킵 고잉은 인플루언서 트렌디 서적 치고 '왜'라는 질문에 충실했다. 귀납적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충실히 논증한다. 수입의 차에 따른 선택의 폭을 구분한다. 노동, 사업, 이자 소득을 통한 돈의 가치도 구분한다. 돈이 자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행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사례를 통해 말한다.

적당한 사유와 흥미로운 사례가 섞인 기대 이상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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