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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17. 2022

화재가 이끈 카카오와 SK의 가치 하락

2022년 10월 15일은 누군가에게 평생 기억할 날이 될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카카오 임직원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다.



카카오톡의 서버가 있는 빌딩에 불이 났다. 회사는 안전을 위해 전원을 차단했다. 그 결과 카카오톡과 카카오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대부분이 먹통이 됐다. 대한민국은 카카오라는 빅브라더의 영향권 아래 놓였다. 빅브라더가 잠시 요양 갔다. 그의 부재에 온 나라가 뒤집혔다. 카카오 주식회사는 아들이 많다. 낳고 출가시키고 낳고 출가시키고 낳고 출가시켰다. 출가한 자식들의 이름이 연달아 호명됐다. 자식들은 대한민국 다양한 산업으로 퍼졌다. 주된 업무 방식은 마담뚜와 같다. 일감 매칭 서비스다. 플랫폼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한다. 국민의 생계와 동기화한다. 카카오 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손가락을 닳게 만든다. 카카오 없이 돈도 없다. 손가락 밖에 빨게 없다. 손가락 빠는 이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고성을 지른다. 물론 대상은 카카오 임직원이다.



카카오는 남이 싼 똥 치우고 있다. 카카오는 서버 관리를 위탁했다. 카카오 서버를 SK C&C가 관리하고 있다.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 소재는 SK에 있다. 굳이 카카오의 문제를 찾자면 서버를 한 곳에 몰빵한 안일함 정도다.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할 수 있다. 본진에 모든 생산시설 모아뒀는데 상대 테란에 핵 한방 맞았다. 모든 생산이 중단됐다. 앞마당 멀티 정돈 지어야 했다. 위험을 분산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주된 원인은 SK에 있다. 식당이 음식 만들고 포장한다. 배달대행업체가 음식을 받는다. 배달원의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난다. 음식이 바닥에 쏟아진다. 책임 소재는 식당인가 배달업체인가? 왜 배달을 직접 하지 않냐 묻는다면 반독점법, 전문/분업화된 산업 구조 등의 대답이 나온다.




월화수목금요일 열심히 일하면 토일요일 열심히 쉴 필요가 있다. 토요일 발생한 화재는 카카오 임직원으로 성스런 노동의 터전으로 소환했다. 토요일 밤 카카오 사옥은 등대처럼 밝다.




카카오 서비스 중단은 내게도 영향을 끼쳤다.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심각한 영향과 심각하지 않은 영향. 심각하지 않은 영향이라면 친구들과 잡담을 나눌 수 없었단 것이다. 해외 거주자가 이용하는 카카오 서비스는 메신저뿐이다. 카카오 택시, 카카오 뱅크, 공용 스쿠터, 카카오페이, 가상화폐 거래 등의 일상 밀접 서비스가 멜번까지 침투하지 못 했다. 심각한 영향은 떨어질 게 분명한 나의 자산 가격이다.




나는 주식투자자다. 자산을 몇 개의 기업에 분산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이 많지 않다. 각 기업별로 들어간 자산이 상당하다. 카카오가 그중 하나다. 최고가 17만 원에서 4만 원대까지 내달렸다. 내리막길에서 가속이 붙었다.  "다 비켜 이 새끼들아!" 멈출 만도 한데, 폭주 기관차는 스탑을 모른다. 영원한 하락은 없다. 눈 뒤집고 난동 피우던 주가가 정신을 차렸다. 오랜 하락 끝에 약간의 반등이 찾아왔다. 꼬리가 살짝 올랐다. 차트에 나이키 스우시(끝이 짧은 V자 로고)가 생겼다. 이게 금요일 이야기다. 월요일엔 뉴발란스 로고로 변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실질적으로 받는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루치 수입, 서비스가 정지되며 손해 본 이들에게 배상 등. 회사 매출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휘청일 정도는 아니다.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한 기업이 국가에 이 정도로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퍼졌다. 문어발식 확장에 고까운 시선 보내는 이들에게 치명타를 날릴 기회를 줬다. 카카오 기업 구조에 가해지는 비판이 양과 강도 모두 강해졌다. 낙타를 자빠트릴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 대체제를 찾자는 말이 가장 위험하다. 카카오의 사업 기반은 압도적 가입자 수다. 이탈하면 전과 같은 파워를, 전과 같은 성장을 누릴 수 없다. 카카오의 여전히 높은 멀티플의 근거는 가입자 수다. 가입자 수 떨어지면 멀티플이 낮아진다. 시장은 호재든 악재든 몇 달 앞서 반영한다. 카카오 서비스 중단은 내 자산에 타격을 가한다.




점입가경이다. 몇 안 되는 보유 기업의 목록을 본다. 당당히 한 자리 차지한 기업이 있다. 'SK'. 상장 기업 목록에서 SK C&C를 찾을 수 없다. 왜냐면 몇 해 전, SK C&C가 SK와 합병을 했기 때문이다. 벌 받을 학생 이름은 SK다. SK는 이번 사건에 보상 책임이 있다. 고객 이탈도 예견된다. 카카오는 이번 일로 서버 분산의 필요성을 깨닫고, 머지않아 가르침을 실천할 것이다. SK에게 당장의 손실과 미래 이익의 감소가 함께 찾아온다. 외적인 피해는 보험사가 커버해줄 것이다. 그래도 내제 가치는 떨어진다. 주가는 죽 쑬 예정이다. 카카오 서비스 중단은 내 자산에 이중으로 타격을 가한다.



화재가 두 기업의 내재가치 하락을 불러왔다. 한국 기준으로 현재 시간 5시25분. 3시간 반 뒤에 장이 열린다. 묻지 않아도 누구나 주가의 행방을 안다. 주주는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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