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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Nov 24. 2022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지난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첫 방영됐다. 나는 원작 소설의 팬이다. 드라마 시작을 손꼽았다. 막이 열렸다.



방영 전 나무위키를 통해 배경 정보를 검색했다. 설정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가족 인원 감소다. 진양철 회장의 자식이 5남매에서 4남매로 슬림해졌다. 손주 수도 줄였다. 모든 남매가 복수의 자녀를 키운다. 중국 진출을 염두한 걸까? 드라마는 한 자녀 정책을 펼쳤다. 송중기 쪽을 제외하곤 모두 한 자녀 가정이다. 원래 세계엔 송중기가 죽은 것이어서 4남매 모두 한 자녀의 가족이다. 덕분에 대가족 장면에서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다. 인물 파악에 용이하다. 인원수 채우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 한 이들이 사라졌다. 원작에서 두어번 언급되고 사라진 이들이다. 슬림화 후에 개명이 이어졌다.



드라마는 몇몇 인물의 성격을 개조했다. 원작에서 첫째 아들은 다혈질에 오만하다. 둘째 아들은 냉정하고 철저하다. 그들이 페이스오프 했다. 첫째와 둘째의 성격이 바뀌었다. 남편을 청부살인을 지시했던 진양철 회장의 부인은 온화한 인물이 됐다. 악인 끝판왕이 우리네 할머니가 된 셈이다. 송중기와 대적하는 상대를 명확히 하고자 했던 의도가 보인다. 1시간 분량, 16부작은 모든 다툼을 담기 넉넉하지 않은 그릇이다. 미라클 투자회사의 레이첼은 백인에서 동양인으로 인종을 바꿨다. 능숙한 영어와 과장된 백인 제스처를 동일하게 구사하면서도 한국말 패치가 된 셈이다. 티파니가 이 역을 맡았다.



송중기의 십대 시절 에피소드 대부분을 삭제했다. 진양철 회장에게 받은 분당 땅을 시드머니로 국제 무대에서 활약한다. 성인이 되기 전에 국내 최고의 부자 중 하나로 등극한다. 드라마에선 분당 땅값을 성인이 될 무렵에 받는다.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가 초딩에서 성인으로 연기됐다.



인물과 상황 설정이 변했다. 기둥은 그대로인데 잔가지가 뻗는 곳은 방향이 다르다. 변화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개연성을 살리고 영상매체에 적합한 구성을 하기 위해서다. 원작에서 다소 개연성 떨어지는 부분을 과감히 쳐냈다. 국민학생 신분으로 걸출한 미국 사업과들과 친분을 쌓고,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배후에서 국내 경제를 조종한다. 책은 흐린 눈으로 어찌어찌 봤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며 델 컴퓨터, 구글 설립자와 만나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장면이 스크린을 타면 흐린 눈 하기 쉽지 않다. 제2의 꽃보다 남자의 수영장 씬이 탄생할 수 있다. 장르의 특성도 있다. 소설의 특성상 심리 묘사가 쉽다. 인물의 생각을 글이라는 엄밀한 도구로 표현한다. 드라마는 누군가의 대사, 미장센, 표정 등으로 표현을 우회한다. 압축할 필요가 있다.



시청자 반응은 뜨겁다. 연말 가장 뜨거운 드라마로 등극할 조짐이 보인다. 첫 주 방영으로 시청률 10%를 넘겼다. 2회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드라마 관련 글이 여러 번 등장했다. 특히 진양철 역을 맡은 이성민의 연기를 편집해 올린 글이 많았다. 순양이라는 국내 1위 기업 오너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책과 드라마를 저울에 올린다. 재미란 기준에 놓으면 책이 우위다. 평생 이처럼 재밌는 책이 있을까 싶었다. 책을 비교 대상에 놓고 보니 드라마에서 받는 재미는 반감됐다. 작품성은 판정 보류다. 애초에 재미를 최대 기치로 둔 웹 소설이다. 다소 작품성을 포기하더라도 카타르시스 주는데 방점을 찍는다. 한자와 나오키처럼 당하면 갚아준다. 몇 배의 이자를 쳐서. 사이다의 연속이다. 드라마는 재미에 시대의식을 담고, 여백, 그러니까 생각할 지점을 만들려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상업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쉬어가는 타임 없으면 시청자가 지쳐 떨어진다. 감초의 존재 이유를 이해한다. 그들의 활용이 아쉽다. 부자연스러운 감초 캐릭터들의 행동에 몰입이 깨진다. 서태지 빙의한 송중기 친형과 미라클 사장의 첫만남은 환생이란 컨셉보다 어색하다. 시종 무겁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오세현은 세계 최고의 투자자의 툴이다. 투자에서 미래를 아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최고 수익률을 주는 기업에 돈을 넣고 국가 위기에는 공매도를 하거나 파생상품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다. 송중기는 새롬데이타맨,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가 얼마나 성장할지 알고, IMF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국내외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안다. 지식을 활용한다. 정치하느라 바쁜 그를 대신해 그의 돈을 운용해주는 이가 오세현이다. 그와의 만남이 그려졌다는 것은 굵직한 투자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돈은 송중기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무기 강화 과정을 구경하는 게 꿀맛이다.



남은 13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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