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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Feb 13. 2024

모든 성공한 사업은 닮았고, 망한 사업은 제각각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시작은 비유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이는 다양한 시간과 장소에 적용되는 명비유다.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성공한 사업은 닮았고, 망한 사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망한다. 나는 사업준비생이다. 앞선 사업에서 훌륭한 전우들 덕에 과분한 성공을 거뒀다. 여기서 내 기여도는 잘 봐줘야 1%다. 내게 염치가 있다면 언제까지 받을 순 없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성공의 과녁을 향해 마음가짐과 행동의 영점을 맞추고 있다.



집에서 PPT 작업을 하던 중 급하게 시티로 향했다. PPT 구상 단계에 있다. 구상은 파워포인트 없어도 가능하다. 구조를 짜고, 슬라이드 별로 담을 내용을 축약하는 단계다. 후에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작업을 하면 된다. 반면 사람은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다. 절친한 친구 겸, 동업자 겸, 숙련된 사업가가 있다. 여러 사업을 운영 중이고, 몇 가지 새로운 사업의 구조를 짜고 있다. 워낙 바쁜 탓에 친분과 무관하게 만나기 어렵다. 그에게 마침 시간이 생겼다. 친목 다지며 커피 홀짝일 겸, 사업계획서 초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겸 약속을 잡았다. 일을 멈추고 길을 나섰다. 



약속 장소인 단골 카페 멜번 Hikari로 향했다. 2024년의 신년 계획 중 하나는 '카페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커피 사주기'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에게 밥까지 사주고 싶지만, 나의 통장이 불가능 팻말을 들었다. 만나는 이들에게 반가움과 사소한 기쁨을 전하고 싶다. 그런 의지가 커피 사주기에 담겼다. 친구 커피를 사주기 위해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친구보다 먼저 도착해야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도착한 내게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첫째, 내가 모르는 두 명의 동행. 둘째, 그들이 앞선 도착. 친구는 다른 절친한 친구, 초면인 커플들과 함께 있었다. 네 명은 나보다 1분 정도 앞서 도착했다. 마침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았다. 올해의 계획을 실천했다



직원 분이 커피 5잔을 테이블에 올렸다. 고소한 커피맛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나는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를 새로운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고, 친구 체면을 세웠고, 친구는 편한 분위기에서 나를 소개할 수 있었다. 친구의 "저번에 말했던 그분들"이란 짧은 소개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로, 한국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와 그의 파트너다. 호주에 마켓 조사 겸 관광 겸 왔고, 친구가 그들의 의전을 맡았다. 일이 잘 진행된다면, 오래지 않아 둘의 합작 회사가 호주에서 맹위를 떨칠 것이다. 같은 일을 성공적으로 하는 사람과 만나면 매번 즐겁다. 공감대와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친구 덕에 천금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자연스럽게 사업계획서를 브리핑했다. 뭐 하시는 분이냐는 질문에 사업준비생이라 답했다. 무슨 사업을 준비하냐는 질문에 머쓱한 웃음과 행동으로 답했다. 챙겨온 랩탑을 펴서 스크린에 사업계획서를 띄웠다. 그들의 허락을 구하고 짧게 어떤 사업을 준비 중이며 어떤 과정에 있는지 선보였다. 축약해서 3분 정도에 설명하려던 계획은 실패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그들의 질문에 답하고 피드백을 받다 보니 20분도 모자랐다. 결과적으로 만남의 절반이 신규 사업에 이야기에 사용됐다. 그 결과 친구와 한국에서 온 커플에게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유익한 조언을 들었다. 



이후에 처음 본 분에게 어떤 과정으로 사업을 키웠는지 물었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누구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다. 그들의 성공담을 듣는 것은 그 갈망을 해소시켜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의 성공에서 재미와 감동,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내 말을 경청해 주고 의견 나눠준 데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리액션 했고, 질문을 건넸다. 이내 의식하지 않아도 리액션과 질문이 나왔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들의 합리적 경영에 감동했다.



합리적인 사람은 성공한다. 높은 확률로 성공한다. 특히 사업 영역에서 그렇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왜'를 겹겹이 쌓는다. 사업의 제1 가치는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벌려면 매출을 올리고 지출을 줄이면 된다.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서비스/재화의 값을 올리거나 손님을 많이 받으면 된다. 지출을 낮추는 방법은 고정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고정 비용엔 월세, 임금, 서비스 비용, COGS 등이 있다. 한 가지 요소는 큰 차이가 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영역에서 비용을 줄이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고정 비용을 낮추는대서 매출 올리기가 가능하다. 고정 비용이 줄면 '압도적 경쟁력'이란 것이 생긴다. 압도적 경쟁력은 경쟁자와 붙었을 때 생존능력을 뜻한다. 100원짜리 사탕을 판매하는 매장 2곳이 있다. A의 고정 비용은 50원이고, B는 30원이다. 경쟁이 붙는다. 치킨게임이다. 사탕 값이 50원 아래로 떨어지면 A는 죽고, B는 산다. 



커플에게서 B의 탄생 비화를 들었다. 그들의 브랜드는 목적이 분명했다.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고정비 줄이기부터 시작했다. 큰 고정비 중 하나가 월세다. 계약 단계에 월세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마진율이 달라진다.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취한다. 기업 보유 건물이라면 숫자를, 개인 보유 건물이라면 감정적 호소를 활용한다. 설비 비용도 마찬가지다. 판매에 적합한 물건 후보를 정리한다. 최고로 낮은 단가를 요구한다. 수락한 곳에서 물건을 들인다. 사탕을 예로 든다. 사탕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매대, 가게 월세, 사탕 들여오는 단가, 임금 등을 조율한다. 여기서 2원, 저기서 3원 줄이다 보니 50원의 고정비가 30원으로 줄어든다. 20원의 차액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20원의 차이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경쟁자를 때려눕힌다. 50원의 고정비 30원으로 줄이는 다양한 방식을 이야기했다. 듣다 보니 그들은 질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시작부터 이기고 들어간다. 



세상은 재밌는 곳이다.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지는 역설이 생긴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세상이다. 가까운 예로 Covid-19이 있다. 아무리 준비를 잘 했다 해도 세계적 대유행을 예측할 수는 없다. 큰 사업을 운영하면 사소한 실패를 필연적으로 마주한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성공한 사업가와 아닌이를 가른다. 문제의 근간을 파악한다. 당장 발생한 문제 처리하는 것 이상을 한다. 왜 그 문제가 생겼고, 추후에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다. 당장 발생한 손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리고 예방해야 하는 일 목록에 하나를 덧붙인다. 그 결과 '더더욱 질 수 없는 싸움'을 하게 된다.



고정비가 사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고정비 줄이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한다. 이는 친구의 방식이기도 하다. 매장을 계약할 때도 그렇다. 어떤 때는 부동산에 생길 미래 이득을 근거로 지원금을 타고, 어떤 때는 다른 가게들과의 시너지를 근거로 임대 경쟁자를 쫓아내고, 어떤 때는 시공의 까다로움으로 반년 치 월세를 면제받고, 어떤 때는 막무가내로 월세 낮춰달라 떼쓴다. 그 결과 경쟁 업체와 같은 돈 쓰고, 두 배 크기의 매장과 계약한다.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더 많은 고객을 받는다. 상품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 비슷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경쟁에서 승리한다. 



브랜딩도 중요하다.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SNS, 매장, 상품, 심지어 사용하는 폰트, 메인 컬러, 인플루언서 활용, 타깃 고객, 매장 설비 소재, 소품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같은 금액을 내고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어떤 사업인지, 무엇을 제공하고 싶은지, 어떻게 제공할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핵심에 근거해 다양한 결정을 한다. 틀을 잘 짜야 시행착오가 없다. 시행착오는 큰 지출, 상행위 공백을 만든다. 확실한 브랜딩, 시너지 내는 다른 사업 등을 모색해 최고의 효율을 낸다. 동네 가게에선 대충 해도 이해해 준다. 하지만 규모를 키우고 더 성장하기 위해선 위의 작업이 필요하다. 위의 작업을 적절히 수행한 이가 기업가로 거듭난다. 동네 가게 사장님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기업가는 아무나 될 수 없다. 



어느 궤도에 오른 사람이 주는 피드백은 주옥같다. 같은 핵심을 갖고 있다. 왜?라는 질문 남기지 않는 분명한 브랜딩, 추가로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소거법을 이용한다. 예상되는 문제가 있으면 시작 단계에서 그 예상 문제를 제거한다. 예를 들면, 가게를 위기에 빠트릴 요소 중에 도난이 있다. 빌딩 진입로가 낡았다. 계약서에 도난으로 인한 물건 배상과 매출을 보장 단서를 단다. 다른 예로, 건물주에게 특정 업종에 적합한 부동산이 두 개 있다. 경쟁자가 들어오면 매출에 직격탄이다. 이 경우 계약 시 업종제한약정 단서를 달면 된다. 그럼 추후 생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 나심 탈레브의 '안티 프래질'의 핵심이 이것이다. 사람도 사업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길 원한다. 리스크를 예측하고, 위험 회피 전략을 세우고, 비용을 지출한다. 더 많이 준비한 이가 생존한다. 




성공한 기업가들과 대화로 다시 깨닫는다. 분명한 브랜딩, 낮은 고정 비용을 통한 경쟁력,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편리함이나 즐거움, 예상 문제 진단 및 예방, 구체적 숫자가 필요하다. 요컨대 '질 수 없는 싸움'을 한다. 성공한 사업가의 범주에 들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경기 전에 경기장을 기울여야 한다. 공에 발만 대면 골문으로 굴러가도록 말이다. 스포츠에선 부도덕이지만 사업에선 도덕이다. 나와 가족과 투자자와 고객을 위한 이타적 행동이다. 모든 성공한 사업은 이렇게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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