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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y 07. 2024

고레에다 히로카즈 파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명감독이다. 이 시대의 감독이다. 일본의 국가 대표 감독이다. 한국에 봉준호 박찬욱이 있다면, 일본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하마구치 류스케가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비교적 신성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연출한 작품이 꽤 된 베테랑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믿고 보는 감독이 됐다. 



그의 작품 중 보지 못 한 작품이 많다. 한 가지 사사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의 모든 작품을 독파하는 계획이다. 공기인형,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을 봤다. 연출한 작품이 총 16편이다. 그중 4편을 봤다. 1/4이다. 필모를 보며 깨달았다. 생각보다 못 본 작품이 많다. 직접 감상한 작품 수에 비해 더 친밀하게 느꼈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동진의 방송에서, 각종 팟캐스트에서 히로카즈 감독을 다룬 에피소드를 여러 편 봤다. 보지 못 한 작품도 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남은 3/4를 채우는 기획이다. 



진행 순서는 오름차순이다. 그의 데뷔작인 '환상의 빛'부터 시작해서 최근작인 '괴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 편이 한 감독의 삶의 흐름과 시선의 변화를 목격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장하기 않기 때문이다. 신파가 없다. 명령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준다. 좋은 문학작품의 요소와도 맞닿는다. '주인공은 슬펐습니다'보다 '주인공이 눈물을 흘렸습니다'가 낫고, 그보다 '주인공이 이불을 덮었습니다'가 낫고, 그보다 '주인공이 고개를 들고 한동안 내리지 않았습니다'가 낫다. 해석의 방향이 넓어진다. 더 많은 감정이 담길 수 있다. 더 사실적이다. 여러 상황이 눈물로 퉁칠 수 있지 않다. 눈물 밖에 더 많은 감정이 있다. 그것을 행동과 대리물을 통해 전달하는 게 세련된 방식이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은 주변을 배회한다. 관객이 저마다의 해석을 하도록 돕는다. 종종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매우 일상적인 장면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 현실에서 우리의 감정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폭발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순간은 자신의 경험과 유사한 상황을 연출해서 깊은 공감으로 이끈다. 또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자세히 묘사할 때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나온다. 또한 무의식적 드러내는 장면으로 사용이 가능하기에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다음으론 딜레마다. 나는 고유한 개체성은 딜레마에서 드러난다고 믿는다. 일상의 대부분은 자율주행으로 산다. 조건반사적이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바쁘면 욕망 유예하고, 당장 눈앞에 발생하는 자극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그 자극이라는 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몇 가지 패턴이 있고, 가장 적합한 한 가지를 고른다. 익숙해지면 선택에 필요한 시간이 거의 필요 없게 된다. 우리 일상은 이런 식이다. 이런 와중에 A가 A인 이유를 찾기 위해선 특수한 상황이 필요하다. 예를 든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두 가정이 나온다. 산부인과의 실수로 자식이 바뀐 것을 6년 만에 알게 된다. 감독은 묻는다. 낳아준 정이 큰가 기른 정이 큰가? 무엇이 아버지를 만드는가?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아버지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회가 아버지에게 무엇을 기대하며 이것이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가치관의 충돌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다고 말할 권리가 있는가? 등장인물은 딜레마를 겪으며 입체적 인물로 거듭난다. 판단 요소를 이야기에 집어넣는다. 가족을 무엇이 만드는가? 모호한 영역을 파고든다. 다른 예를 든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선 세 자매 앞에 생면부지의 이복동생이 등장한다. 혈연을 넘어 선택과 사랑을 기반으로 한 가족을 그린다.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탐색한다. 딜레마를 통해 관객은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하고, 감정적으로 깊게 연결된다. 그들의 감정을 따라 함께 고민한다. 한층 깊은 사유에 다다른다.



사회적 발언도 무시할 수 없다. 감독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을 상정하고, 그 상황에서 소외받는 누군가의 삶을 그린다. 과장하지 않는다. 인간은 시각 자극에 민감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우리 사회 이면에 있던 소수자의 삶을 조망한다. 이야기가 인물에 집중하게 만든다. 대리 경험으로 이끈다. 순간적이지만 내가 인물이 되는 경험을 통해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된다. 현대철학에선 모든 발언이 사회적 발언이라 생각한다. 언어와 텍스트가 단순히 개인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회적 구조와 권력 관계에 따라 형성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극단에 위치한 계층의 언어를 통해 사회 구조와 권력관계를 꼬집는다. 이야기를 통해 세련된 방식으로 지적한다. 



적절한 인재 활용도 감탄하는 요인이다. 콘텐츠도 중요한데 폼도 중요하다. 좋은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필요하다. 그는 능력 있는 촬영 감독과 음향 감독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의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든다. 그의 작품엔 일본의 특유의 느끼하고 과장된 연기가 없다. 배우들의 실력과 감독의 연출이 만나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것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꼴랑 4 편 보고 이 감독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다. 남은 12편을 보고 조금 더 발언에 무게를 실어볼까 한다. 한 감독의 모든 연출작을 시간 순으로 확인한다. 흥미로운 작업이다. 한 인물의 성장, 한 사회의 변화를 지켜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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