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일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내 대자의 아버지이자, 동업자이자, 타고난 사업가의 한국 비즈니스 출장에 동행했다. 일정은 길지 않았지만 밀도는 높았다. 하루에 두세 팀씩 사람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책으로만 이해하던 몇 가지 원칙을 실제 장면으로 확인했다. 단순한 출장 동행이라기보다, 사업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점검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선택과 집중이었다. 친구는 만날 사람을 미리 정해두고 움직였다. 부동산 업계 대표, 여러 사업을 병행하는 선배 사업가, 요식업 프랜차이즈 임원, 어린 나이에 큰 자산을 만든 또래, 가맹점주와 본사 임원들. 일본 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벤치마킹이 필요한 야키토리집과 오마카세, 난바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동선을 짰다. 무작정 많이 만나는 방식이 아니었다. 왜 만나야 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협업이 가능한지, 각자의 강점이 무엇인지가 사전에 정리돼 있었다. 일이 잘 풀렸을 때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까지 계산된 만남이었다. 자연스럽게 핵심 이해관계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두 번째는 시간과 컨디션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일정이 짧을수록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호텔은 침대 두 개짜리 방을 각각 사용했다. 하루 20만 원, 열흘이면 200만 원이다. 둘이 쓰면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지만 그 선택지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컨디션이 무너지면 하루 일정이 통째로 날아간다는 판단이었다. 이동은 전부 택시였다. 몇 만 원을 아끼는 대신 그 시간에 한 사람을 더 만나는 편이 낫다고 봤다. 한국과 일본 일정 동안 지하철은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이 비용 구조를 다시 생각해보면 계산은 단순하다. 호텔과 택시에 추가로 들어간 200만 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새로 여는 가게의 완성도가 올라가고, 협업 구조가 정리된다면 결과는 몇 천만 원, 혹은 그 이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적 기여를 근거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고, 핵심 인물과의 관계 하나로 사업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사업에서는 절약보다 대범함이 유리한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색한 태도는 협업의 문턱에서 바로 드러난다.
처세 방식에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친구는 한국에서는 자신의 능력과 비전을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대화의 출발선이 맞춰진다는 이유였다. 나는 늘 낮은 자세를 선호해왔다. 일부러 한 발 물러서고, 천천히 신뢰를 쌓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짧은 일정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친구의 방식이 더 합리적으로 보였다.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고 있는 일과 계획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야 상대도 그에 맞는 태도로 응답한다. 빠르게 녹아드는 전략이었다.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친구는 만난 이들에게 호주 방문을 자연스럽게 제안했다. 오면 숙소를 잡고, 이동을 돕고, 투어를 해주겠다고 했다. 시드니 일정이라면 직접 내려가 의전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유 없는 초대는 아니었다. 호주라는 장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오기만 하면 누군가가 책임지고 챙겨준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다. 실제로 그는 그런 약속을 지킬 사람이다. 자신의 공간으로 누군가를 초대하는 행위가 신뢰의 표현이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출장을 따라다니며 투자와 사업의 차이도 다시 정리됐다. 내가 따르는 가치투자의 핵심은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싸게 사서 적당한 가격에 판다. 자산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반면 사업은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낭비처럼 보이는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른 채 비용을 흩뿌린다. 많이 만나고, 많이 이야기하고, 많이 움직인다. 그래야 구조가 생긴다.
이번 출장은 그 차이를 몸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고, 보는 것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또 다르다. 나는 사업도 투자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각각에 필요한 태도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배웠다. 투자에서는 지키고, 사업에서는 풀어야 한다.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다시 흐를 수 있을 때, 그제야 사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