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매도하며

by 띤떵훈


(작년 6월 현기차 매수 후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글: https://brunch.co.kr/@critic/402 )


현기차를 매도했다. 현기차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별도로 상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한 기업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묶어서 표현한다. 각자 강점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현대차와 기아차 두 종목 모두를 담았다.



2025년 5월, 비전 독서모임에서 『2025 박태웅의 AI 강의』를 읽었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중 한 챕터는 휴머노이드를 다뤘다. 업계를 선도하는 몇몇 기업을 나열했는데, 그중 수좌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였다. AI를 접목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몇 개월 내 시운전을 거쳐 3년 안에 현장 배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주주가 현대자동차라는 사실도 함께 언급됐다.



휴머노이드에 관심이 생겨 네이버 주식에서 현대자동차를 검색했다. 자동차는 한국 시장에서 흔히 ‘가치주’로 분류된다. 낮은 멀티플이 늘 근거로 따라붙는다. 나는 돈을 버는 데 있어 가치와 성장의 구분이 본질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반드시 느린 것도 아니다. 오랜 기간 매출을 유지하고 평판을 쌓으며 안정성을 담보해온 기업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는 그런 기준에서 생각보다 더 저평가되어 있었다. 구매해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당시 증권 계좌의 대부분은 미국 주식이었다. 환율 수혜 덕에 원화 기준 소득도 커졌다. 주식시장 선진화를 믿고 한국 주식 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적당한 가격을 받은 미국 주식 일부를 정리했고, 그 자금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매수했다. 한국과 미국 주식 비율이 반반이 됐고, 그중 현기차가 절반을 차지했다. 전체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약 4분의 1 정도였다.



GPT를 활용해 투자 적합 기업을 분석하는 몇 가지 도구도 만들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기계적으로는 쓸 만한 투자처로 나왔다. 생각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된다면 영업이익률 개선도 기대할 수 있었다. 자회사 매출 증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계산에 넣었다.



기계적으로 보자면, 생산 업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노동자다. 인간이 하는 일에는 기복이 있다. 인건비 지출은 물가와 연동되거나 그 이상으로 오른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기업일수록 요구 조건을 외면하기 어렵다. 휴머노이드는 이런 변수를 줄여준다. 여러모로 계산이 맞아떨어졌다. 매수 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오래 보유할지는 알 수 없었다. 내 투자 방식은 단순하다. 좋은 기업을 싼값에 사서, 적당한 값에 판다. 코스톨라니가 말했듯 가격은 언젠가 가치를 따라온다. 이 진리를 믿고 기다릴 뿐이다. 현대차는 워낙 오랜 기간 저평가를 받아왔다. 10년 전 주가는 14만 원, 2025년 5월에는 18만 원이었다. 10년 투자로 4만 원 오른 셈이니 연평균 수익률은 2.5% 남짓이다.



시장은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얼마나 보유할지는 늘 모른다. 다만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2~3년 뒤라면 재평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끝내 재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배당을 받으며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은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시장 예측은 내 한계 범위를 넘는다. 2026년 1월, 코스피가 5000을 목전에 두고 있고 현대자동차 주가가 49만 원에 근접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작년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시장 선진화 공약을 보고 글을 쓰며, 두 배 상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아주 좋은 시나리오라 해도 3500 정도가 상단일 거라 믿었다. 3500을 찍었을 때 고점이라 여겼고, 이후에는 횡보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3700을 넘고, 3800을 넘고, 4000을 넘어섰다. 급락을 떠올렸지만 시장은 4900을 돌파하며 나를 비웃었다.



이것은 가치 선반영의 결과다. 농담처럼 킹반영이라고도 부른다. 실적 없이 기대감만으로 평가를 배 이상 끌어올리는 위력이다. 주가의 고공행진은 추진체 2단 분리처럼 느껴졌다. 1단 분리는 작년 말의 이른바 깐부 회동이다. 정의선 회장이 젠슨 황, 이재용 회장을 만나 치킨을 먹었다. 엔비디아 칩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붙었고, 20만 원대이던 주가는 30만 원을 돌파했다. 초장기 보유를 예상했던 내게는 너무 빠르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압권은 2단 분리였다. 며칠 전 CES 2026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기술은 충분히 현장 배치가 가능해 보였다. 물론 아직 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감은 즉각 주가에 반영됐다. 주가는 곧바로 40만 원을 돌파했다.



이틀 전, 비전 독서모임을 했다. 발제 도서는 『진보를 위한 주식 투자』였다. 책 내용에 맞춰 주식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현대차의 최근 상승 이야기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반년 전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눈 책 덕에 매수했던 기업이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책이 수익에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주가를 확인하니 41만 원이었다. 재무제표를 보니 PER이 10에 근접해 있었다. 매수가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주가가 어깨 위로 올라왔다는 판단이 들었다. 매도를 결심했다. 월요일 장이 열리면 시장가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다. 급격히 오른 주가였기에 40만 원 초반대에서 정리될 거라 생각했다.



월요일이 되자 주가는 다시 한 번 예측을 비웃듯 15% 상승했다. 나는 46만 원대에서 현대차를 절반 시장가로 매도했다. 이후 주가는 재차 올라 48만 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장중에는 잠시 50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시장은 몇 번이나 나를 희롱한다. 이런 희롱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기아차 역시 단기간 급등했고, 마찬가지로 절반을 매도했다.



가치에 비해 싸다고 믿고 샀다. 언젠가 오르겠지, 정도의 마음이었다. 아틀라스가 현장에 배치되는 몇 년 뒤엔 실적이 개선되고, 가격도 오르리라 생각했다. 10년 넘게 횡보한 종목이 이렇게 빠르게 오를 줄은 예측하지 못 했다. 두 가지를 다시 확인했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상승은 언제고 기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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