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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b, 기아, 현대차, 서희건설

4개 종목으로 투자 점검

by 띤떵훈



전날 회계 사무실에서 미팅을 가졌다. 돈 얘기 하러 간 곳이어서 그런지, 말미에 자연스럽게 주식 이야기가 나왔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주식 덕에 편하게 살아요." 7년 동안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결과를 냈고, 그 수익 덕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으며, 부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레이 달리오가 말한 '알파'—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를 실현해 낸 셈이다. 이런 성적표를 바탕으로, 주식 투자에 있어선 스스로 '잘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참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로 했다. 아침에 문득, 내가 정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게 됐다. 수익률은 나쁘지 않지만, 종목을 고른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가? 여기에 답하지 못한다면 '잘한다'는 말은 공허하다. 늦게 잔 탓에 몸은 무거웠지만, 투자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나를 서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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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의 도움을 받아 도표를 만들고, 기업별 판단 근거를 정리했다. 내가 추종하는 건 가치투자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 가치평가를 정밀하게 할 것. 둘, 시간이란 검증을 견딜 인내심을 가질 것.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하고, 가격이 언젠가 가치를 따라오리라는 믿음으로 기다린다. 코스톨라니의 조언대로, 시장은 결국 가치를 향해 간다. 오늘 내가 한 일은, 그 믿음이 여전히 정당한지를 다시 묻는 일이었다. 재무제표를 정리해 GPT가 조건별로 보기 좋게 나열하도록 했다.





현재 내 포트폴리오는 네 종목이다. 미국 상장사 Grab, 한국 상장사 기아, 현대차, 서희건설. 최근 박태웅의 『AI 강의 2025』를 읽고 현대차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 주식을 일부 정리하고, 그 자금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추가 매수했다. 기아는 내실과 수익성에, 현대는 광범위한 투자와 비전에 초점을 둔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전략이 갈린다. 두 종목은 서로의 거울이자 보완재다.





Grab은 전통적인 가치투자의 틀에는 맞지 않는다. 수익보다 점유율과 시장 선점에 집중하는 성장형 플랫폼이다. 그러나 2025년 1분기에 흑자 전환했고,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을 장악했다. 동종 기업인 우버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쿠팡이나 카카오처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며 가치를 증명하는 모델이라면 지금이 매수의 타이밍일 수 있다. 이례적인 예외지만, 명확한 성장 논리가 있다면 편입할 수 있다. 다만 비중은 보수적으로 유지한다.





서희건설은 내 포트폴리오에서 유일하게 '내가 직접 발굴한' 종목이다. 추천이 아닌 스스로의 판단으로 매수했다. 성장성은 제한적이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꾸준한 부채 감소, 점진적인 이익률 개선을 보여준다. 초저 PBR에 더해 꾸준한 배당과 두터운 현금 보유력까지 갖춘 이 기업은, 폭풍우가 몰아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무게추 같은 존재다. 시장은 이 기업을 저평가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에 대한 막연한 우려, 오너 리스크,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분기마다 쌓이는 이익과 줄어드는 부채, 그리고 시장 평균을 웃도는 배당 수익률은 이 기업의 체력을 역설한다. 나는 여전히 이 기업의 저력을 신뢰한다. 한국 건설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다 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회사는 존재한다. 나는 서희건설이 그중 하나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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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Grab, 기아, 현대차, 서희건설—이 네 종목 모두 나름의 명확한 투자 논리를 갖고 있다. 기아와 현대는 재무제표로 검증된 전통적 가치주이며, 서희건설은 보수적 안정성과 저평가 매력이 공존하는 장기 보유 자산이다. Grab은 이례적인 선택이지만, 성장 스토리가 납득된다면 충분히 포함 가능한 카드다. 다시 점검한 결과, 판단은 여전히 유효했다. 수익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자 논리의 합리성이다. 오늘의 점검은 나에게 다시금 확신을 줬다. 이 포트폴리오는 내 가치 투자의 정의에 부합한다. 투자란, 결국 스스로의 신념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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