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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y 25. 2017

조선족 포비아


 역설적이게도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액정을 보며 세상의 넓이를 실감한다. 인터넷엔 별의별 이야기가 있다. 그중 조선족 괴담은 스테디셀러다. 괴담에 달린 네티즌 반응은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조선족을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조선족은 위험한 사람들이다. 조선족은 지저분하다. 조선족은 필요에 따라 국적을 바꾼다. 중국에선 중국인, 한국에선 한국인 코스프레를 한다. 조금 심하면, 조선족 새끼들 다 죽이고 싶다. 조선족은 잠재적 살인자다. 조선족은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인다. 뜬금없이 조선족에 분노를 터트린다. 조선족에  집단적 트라우마, 혹은 공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선족이라 하면 보통 광복 이전에 만주에 넘어간 한민족을 가리킨다.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정치, 경제적 상황에 타향살이를 결정한 것이다. 같은 뿌리를 가진 그들이지만, 국내에서 대우는 다르다. 그 어떤 외국인 보다도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 중인 조선족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은 예사며, 무시와 편견, 차별의 매일을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국제적 규범을 학습하며, 문화지체를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올바른 행동이 무엇인지 같이 토론하고, 지식인들의 사상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족 문제 만큼은 시대를 역행한다.


 2012년도에 벌어진 오원춘 사건을 기점으로 조선족 혐오와 공포는 극에 달했다. 지나가는 여자를 납치해 살해하고 토막 낸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오원춘은 살인자이다.라는 사실을 넘어, 네티즌은 조선족의 폭력성, 조선족 범죄자 수에 주목했다. 혐오의 기초 전제인 일부의 전체화가 이루어진다. 매스컴을 통해 접하는 몇 가지 사건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든다. 그 이미지는 차별, 증오를 만들고, 조선족을 객체화한다.


 지난 5년 이문화 속에서 생활하며, 차별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호주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인종차별을 겪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제도적, 도의적으로 인종차별은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취급한다. 반인종차별을 위한 교육, 정책과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분위기가 차별의 방파제 역할을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다양한 인종의 친구를 만난다. 집 밖을 벗어나며 다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 학교 수업은 다양한 인종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다름이 차별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인종차별에 현지 반응은 굉장하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단어'이다. 사회적으로 인종차별을 저지르는 사람에 대해 지탄이 쏟아진다. 인종차별자는 못 배우고 인격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 칭챙총! 양 손으로 눈을 쭉 찢어 아시아 사람을 조롱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덜떨어진 놈' '못 배운 놈'이란 수식이 붙는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기 안에 내재된 타인종 혐오, 혹은 무시가 소거되거나 봉인된다. 결국 누구도 차별에 동조하는 언행을 할 수 없다.


 얼마 전 있었던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사 사건에 많은 한국인이 분노했다. 미친 것 아니야? 힘으로 승객을 끌어내다니, 몰상식하다. 성숙하지 못 한 항공사 직원들의 태도에 쓴소리를 뱉었다. 중국인 승객은 피를 흘리며 보안요원에 의해 밖으로 내쳐졌다. 백인에게 핍박받는 왜소한 동양인의 모습은 강한 감정을 불러왔다. 동양인이라는 공통점을 토대로, 자신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다며 감정이입을 했다. 사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문제라기보다 항공사의 강제적, 물리적 약관 집행에서 나온 문제이다. 강제기하를 당한 승객이 동양인이란 이유에서 이 사건은 인종차별 사건로 분류됐다. 언론 또한 기사 전반에 인종차별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적극 사용했다.  


 국제인권법 제1조 3항에 따르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또는 인도적 성격의 국제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은 국적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차별받는다. 차별은 안 되지만, 조선족은 예외란 식의 분위기가 인터넷에 형성되어 있다. 몇몇 인물의 잘못을 전체로 확장해 차별의 근거로 삼는다. 오원춘이 저지른 범죄에서 파생된 두려움과 분노는 조선족을 향한다. 자성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모든 조선족이 저런 것은 아닙니다.' '조선족이 다른 외국인에 비해 범죄율이 높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범죄자 수가 아닌 범죄율을 봐야 합니다. 조선족은 체류 외국인의 33%를 차지합니다. 당연히 범죄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고 인구당 범죄율을 보면 다른 외국인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밑으로 조롱 섞인 답변이 달린다.


 위선이 악보다 나쁘다. 악은 악이라는 하나의 잘못이 있지만, 위선은 악에 거짓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한국인임을 자처한다. 그들은 뼛속까지 중국인이다.라는 주장은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돌아온다. 차별의 대상이 됐을 때 거센 비난을 하지만, 차별의 주체가 됐을 땐 자신의 정당함을 역설한다. 정당함의 근거는 모두 터무니없다. 요즘 말로 뇌피셜일 뿐이다. 나는 로맨스, 너는 불륜이다. 같은 행위에 다른 기준 들이미는 언사가 있다.


 조선족 오원춘은 중국 인육 공급책으로, 중국의 사주를 받고 한국에 왔습니다.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매년 늘어나는 실종자는 조선족 범죄의 피해자입니다. 조선족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고,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인을 깔봅니다. 하나의 잔혹 범죄로 소설을 쓰고 확산시킨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조선족을 향한 분노의 이유로써 존재하면 될 뿐이다.


  한국은 성형 왕국이다. 한국인은 제멋대로다. 한국인은 남 눈치를 보지 않는다. 몰상식하다. 한국 남성은 성기 크기가 작다. 한국인은 이기적이다. - 외국인이 가진 대표적인 편견이다. 편견에 대해 많은 한국인은 말한다. 이런 사람도 있는 반면, 저런 사람도 있다. 4가지 혈액형으로 60억의 성격을 다 나타낼 수 있냐며 반문한다. 진보적 대답 뒤에 조선족에겐 편견을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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