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비평의 목적은 작품을 조금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여기서 수준이 나뉠 수 있다. 유모아를 섞어 가며 글의 이해를 도울 수 있고, 글 너머에 있는 본질을 소개할 수도 있다. 어떤 장르던 비평엔, 그 장르 외적인 지식이 선행돼야 한다. 사유를 통해 다각도로 작품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생애, 특징 등을 알고 있다면, 작가의 의도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작품이 출판된 시대로 하여금 다른 판단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 덕분에 직업인으로서 비평가란 타이틀을 갖게 된 인물은 학식이 풍부하다. 대중이 보지 못 하는 사각지대를 찾아, 이런 곳이 있었습니다. 하고 훈수 두는 인물인 셈이다. 

 글쓰기엔 여러 장르가 있다. 소설, 에세이, 비평, 독후감, 일기 등.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일정 이상의 수준을 보이기 힘든 장르가 비평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의 글쓰기가 끊임없이 써서 성장하는 것이라면, 비평은 쓰기보다 읽기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읽기도 단순히 읽는다는 행위를 벗어나 읽어서 이해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 지식을 통해 작품에서 가치를 발견, 혹은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덕분에 차세대 문학인을 뽑는 신춘문예 시스템에 비평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에 따라 같은 작품을 봤을 때 해석하는 양과 질이 다르다. 누가 곡성을 보고 막연히 '무당이 결국 나쁜 놈이었지. 이 작품이 하는 말은 토속 신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는 거지?'라고 하는 반면, 전문 영화 평론가는 토속신앙, 기독교 신앙, 일본의 전설 '오니'가 감독의 표현을 돕기 위해 사용됐음을 언급한다. 더불어 각 분야의 배경 지식을 갖고 닭이 우는 횟수가 어떤 의미인지, 심지어 단순히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의도라 치부한 부부가 자녀에게 카섹하는 장면을 들킨 장면이 가진 의미마저 분석한다. 다양한 분야의 학식과, 비평하는 장르의 역사, 기법이 가진 의미, 성질 모든 것을 종합해 막연한 것 같은 감독의 머릿속에 다가간다. 

 문학 비평, 사회 비평, 영화 비평 등의 모든 비평에서 공통되는 요소이자, 흥미를 끄는 요소는 상징 찾기이다. 숨은그림찾기 게임 속에서 일견 자연스러워 보이는 장면 속에 교묘하게 다른 용도의 사물이 있다.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인간이 공유하는 즐거움이다. 손바닥 크기의 간단한 그림에서 숨은 그림을 찾는 행동의 심화가, 작품의 스토리, 배경, 인물의 대사에서 숨은 어떤 것을 찾는 행위다. 조금 더 복잡해지는데, 여기선 상징이라는 도구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 상징은 작품 속 상황을 단순히 그려내는 요소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상징은 뭔가 더 깊은 근본적인 것을 드러낸다. 틸리히가 말한 대로 상징은 언제까지 닫혀있는 현실의 이면을 비춘다. 비평가들은 숨은 상징을 찾고 그 조각들을 모아 큰 의미와 메시지를 발견한다. 

 발견의 재미는 상당하다. 직, 간접적 발견 모두 그러하다. 덕분에 우리는 누군가의 발견의 과정을 답습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낀다. 가까운 예로 고전 소설 셜록 홈즈, 만화책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등의 탐정물이 있다. 위선 속에 가려진, 알리바이 속에 가려진 진실을 탐구하는 행동은 지적 만족감을 준다. 비평도 이런 의미로 탐정물과 같다.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실, 그것은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자신의 학문적 지식을 적극 사용해 이야기와 현실을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문화 비평가는 경우 실재하는 사건과 시대상의 진실을 찾는 탐정이다. 

 숨은그림찾기보다 비평이 고상하다. 비평은 단순히 발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찾아낸 진실을 사유를 통해 해석한다.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이 죽은 아내를 발견하고 오열할 때, 독자는 하루의 운이 실은 비극의 징조였음을 발견한다. 비평가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배경을 본다. 1920년대 암울한 시대상, 한국식 사실주의의 태동 등의 작품 밖의 사실에 주목한다. 가난한 노동자, 빈민의 이야기에서 식민시대 속에서 우리가 겪는 아픔이란 의미를 부여한다. 결국 비평은 발견에 적극적인 지적 노동을 더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