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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y 22. 2017

단편] 편의점

 딸랑 - 


"흡.. 어서 오세요."


 편의점 문이 열렸다. 손님이 가장 적은 새벽 시간으로, 점내는 고요하다. 꾸벅 졸던 알바는 정신을 차리고 손님에게 인사했다. 낡은 검정 데님에 목 늘어난 회색 티셔츠, 패딩 점퍼를 입은 20대 손님이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알바생은 손님을 힐끗 쳐다봤다. 손님은 컵라면 코너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디피된 컵라면을 한 번 훑더니 눈썹을 찡그린다. 한참 컵라면 앞을 서성이다 빈 손으로 돌아왔다. 


"저... 혹시 교통카드 백 원 단위로 충전돼요?"


"죄송합니다. 교통카드는 천 원 단위로만 충전 가능합니다"


"아.. 그렇죠. 죄송해요"


 멋쩍은 표정을 짓고 손님은 컵라면 하나를 집어 온다. 아쉬운 듯 손에 쥔 작은 컵라면을 본다. 머뭇거리다 알바생에게 컵라면을 내민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구겨진 돈 3천 원과 교통카드를 꺼낸다. 꼬깃한 지폐가 민망한지 손날로 지폐를 몇 번 눌러 편 다음 알바에게 건넨다.


"이거랑 교통카드 2천 원어치 충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 저기.. 혹시 컵라면 큰 것 중에 천 원 안 하는 거 있어요?"


"죄송합니다. 현재는 없어요. 가장 저렴한 게 1200원이에요."


"그렇죠.. 이거 계산해주세요"


  알바는 비슷한 또래의 손님이 준 지폐를 받았다.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동작을 멈췄다. 바코드를 찍지 못하고 고민을 옅게 입 밖으로 낸다. 음.. 아... 


"혹시 뭐 잘못된 거 있나요?"


"아.. 아뇨. 제가 생각해보니까 큰 컵 중에서 행사 제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잠시만요. 확인하니 맛좋은라면 왕컵은 200원 할인해서 천 원이네요."


"그래요? 그럼 그걸로 할게요"


"그런데 지금 전산에 문제가 있어서 세일 제품이 등록이 안 된 상태예요. 혹시 영수증 필요하지 않으시면 제가 현찰로 받고 나중에 찍고 넣을 수 있는데..."


"영수증은 필요 없어요."


"그럼 일단 교통카드 2천 원어치 충전할게요. 라면값 천원은 제가 나중에 처리되면 찍어서 넣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알바생은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영수증을 전해줬다. 영수증을 받은 손님은 라면을 집어왔다. 알바가 봉투에 젓가락과 함께 라면을 담아줬다. 손님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목례를 하고 편의점을 나선다. 떠나는 그에게 알바생은 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손님이 나가자 알바생은 청년이 사간 라면을 들고 카운터로 돌아왔다. 바코드를 찍고, 손님에게 받은 천 원짜리 지폐와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200원을 더해 포스 머신에 넣는다. 하품을 하고 크게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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