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통제하는 아홉 감정들의 좌충우돌 이야기.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픽사는 탁월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월-E>, <업>,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 <소울>, <엘리멘탈> 등의 다양하면서도 우수한 작품들을 거의 매년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영화는 켈시 맨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 2>이다. 사춘기 소녀의 라일리의 마음을 통제하는 아홉 감정들의 좌충우돌에 대한 이야기.
<인사이드 아웃 1>은 그리운 고향을 떠나 우울에 빠진 여자아이의 감정본부에서 분투하는 기쁨이와 소심이, 까칠이와 버럭이, 슬픔이의 활약을 다룬다. 그들은 우리에게, 인생에는 하나의 감정만으로 단순히 서술할 수 없는 찬란한 순간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그 후속작 <인사이드 아웃 2>의 캐릭터들은, 관객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을까.
전작의 충돌이 기쁨이와 슬픔이 사이의 갈등이었다면, 본작의 내분은 기존의 집단과 불안이, 따분이, 당황이, 부럽이로 구성된 새로운 세력 사이의 대립이다. 바람직한 배척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냐마는, 이는 특히 그릇된 상황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인간의 감정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다양성이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안이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을 고수할수록 라일리가 자기 자신을 점차 잃어버린 것 역시, 이에 기인한다.
한창 즐거워야 마땅할 사춘기 소녀의 앞날이 걱정될 만큼의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도, 그리고 모두가 짐작한 대로,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불안이 또한 다른 감정들처럼 라일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여 아집을 거두고, 기쁨이 역시 그녀의 성장에는 긍정적인 기억만큼이나 좌절의 순간들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관객은, 아홉 색깔의 주인공들이 마침내 서로를 감싸안는 장면을 통해, 예측 가능한 무엇을 예상을 뛰어넘는 벅차오름으로 전달하는 픽사의 굉장한 능력을 확인한다.
너무나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기에 그들 각각의 존재감을 다르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음은, 분명 이 작품의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인사이드 아웃 2>는 많은 이들이 지난 추억을 회상하도록 이끌며 선명한 감동을 선사하는 수작이다. 훗날 <인사이드 아웃 3>가 개봉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놀라움과 즐거움을 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2025. 0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