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했던 소녀는 대체 어떻게 강인한 황무지의 여제가 되었는가.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를 처음 봤던 순간이 생각납니다. 그 제목처럼, 미친 세상 속 정신 나간 액션과 질주가 선사하는 최대치의 쾌감을 만끽하였기에 한동안 얼얼한 기분에 빠져있었는데요. 특히나 황무지 위를 활주하던 퓨리오사라는 이름의 외팔이 여전사가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후속작임과 동시에 프리퀄인 작품입니다. 조지 밀러가 연출에 더욱 힘을 준 것이 후자라면, 서사에 집중하여 만든 영화는 전자겠지요. 개봉 당시 꽤 호불호가 갈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두 시간 반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거든요.
줄거리를 다소 거칠게 요약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디멘투스 일당에게 납치된 그녀는, 자신을 구하러 온 어머니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러다 거래에 의해 임모탄의 아이를 가져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죠. 그건 너무나도 싫었기에 그녀는 예비된 불행에서 도망쳐 일개 기술자로 자라납니다. 그러다 자신의 은인인 잭을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아 막강한 드라이버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안타깝게도 디멘투스의 공격에 의해서 잭과 자신의 한쪽 팔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품은 복수의 결심은 너무나 굳센 것이어서, 끝내 디멘투스를 무찌르고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디멘투스에게 자신이 바로 그 소녀임을 인지시키는 장면에서의 들끓음은, 보는 이에게 굉장한 통쾌함을 선사했지요.
아무튼, 스토리는 여기까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이야기는 우리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퓨리오사의 비밀과 진심이 무엇인가를 잘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연약한 한 명의 소녀였을 누군가가 대체 어떻게 강인한 황무지의 여제가 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영화의 만족스러운 응답을 보았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분노의 근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관람이었습니다.
다만,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흥행에 실패하여 후속작이 이른 시일 내에 관람하기 어려워진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이번엔 어떤 요소들로 관객을 즐겁게 만들지 기대가 컸는데, 세상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네요. 부디 조지 밀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2025. 0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