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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오정민) 리뷰/감상문

우리나라의 정서와 풍경을 제대로 품은, 2024년 최고의 한국영화.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손자는 본인을 향한 가족들의 기대가 버겁기만 합니다. 자신에게는 가업을 이을만한 책임감도, 꿈을 이룰만한 능력도 없는데, 고향집에만 오면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하니 부담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이는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2024년 최고의 한국영화로 뽑은, 오정민 감독의 영화 <장손>의 배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작품의 전반부는 한 편의 시트콤 같기도 한 휴먼드라마입니다. 명절이 되면 더욱 고생하는 여자들과 한가로운 남자들, 부유함을 뽐내는 이들과 어려운 처지를 숨길 수 없는 자.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들을 키워낸 두부공장의 현재와 미래. 관객은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저마다의 추억에 잠겨 서서히 영화 안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할머니의 죽음 이후, 이야기의 분위기는 갑작스럽게 어두워집니다. 서사의 진행에 따라 그동안 애써 감춰둔 누군가의 괴로운 감정이나 어떤 이의 비참한 진실 등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마치 스릴러 장르와 같은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까를 궁금해하며 스크린에 초집중하게 되지요.



마침내 결말에 도달하면, 감동적이면서도 스산한 할아버지의 애정을 깨달은 주인공의 기막힌 표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감당하기 힘든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떤 선물에 담긴 진심은, 이를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여태껏 드문드문 연락했을 자신들의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을 오랜만에 찾아가고 싶도록 만듭니다.



저는 이 영화가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문화와 정서는 어느 나라에도 비슷하게나마 존재하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뛰어난 작품들이 계속해서 한국 영화계에 등장했으면 좋겠는 의견을 밝히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2025.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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