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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갓랜드>(흘리뉘르 팔마슨) 리뷰/감상문

낯섦과는 내내 충돌하고 신념은 조금씩 잃어가는 이와 무심한 대자연.

by 우언타이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흘리뉘르 팔마슨 감독의 영화 <갓랜드>는 신비롭고도 진중합니다.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종교적 사명을 품고 먼 길을 떠난 선교사의 모습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서 내내 포착하며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앞서 말했듯, 주인공의 직업은 선교사입니다. 그는 덴마크 출신으로, 머나먼 아이슬란드의 땅에 주님의 뜻을 전파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지닌 채 기나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도중 불의의 사고로 통역사를 잃게 되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이들과의 불안한 여정 가운데에서 충돌과 혼란을 겪습니다.



그리고 고생 끝에 도착한 그곳에선, 다행히도 자신을 환대하는 이들이 존재했습니다. 희구하던 교회의 건설이 드디어 시작되고, 아리따운 여인과의 로맨스도 은밀히 펼쳐지니, 그는 속으로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주인공이 조금씩 신념을 잃어가고 있음을 눈치채게 됩니다. 그가 억눌러온 거친 공격성을 마침내 드러내는 순간을 보며,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거든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국 선교사의 최후는 비극적입니다. 한 편 그와 대비되는 일정하고도 무심한, 대자연은 우리에게 굉장히 오묘한 느낌을 주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신의 계획은 온전하게 성취되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끝내 교회는 완공되었으며, 앞으로 그 장소에서는 거룩한 음성들이 가득할 테니까요.



이 멋진 작품을 영화관에서 관람한 분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사실로 제게 다가옵니다. 물론, 저 역시 여건이 되지 않아 OTT로 시청했고요. 때로는 색다른 시도를 통해 새로운 예술을 접하려는 태도가,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금요일 밤입니다.


2025.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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