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구세주를 숭배하는 어느 용맹한 남자를 지켜보며.
※ 스포일러 있음.
※ 아래 이미지들의 출처는 왓챠피디아.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 2>는 장엄합니다. 전작의 주인공인 폴 아트레이데스는 (티모시 샬라메) 물론이고, 챠니나 (젠데이아) 페이드 로타 (오스틴 역시) 굉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드넓은 사막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시각효과는 덤이고요.
그러나 제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대상은, 개봉 이후 수많은 이들에게 밈화된 스틸가라는 (하비에르 바르뎀) 용맹한 전사입니다. 그동안 절절하게 기다려온 구원자와 마주한 모든 이들을 대표하는,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캐릭터.
주인공이 자신은 구원자인 마디가 아니라 고백했을 때, 오히려 겸손함을 이야기하며 그가 진정한 메시아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는 스틸가의 모습을 보며 아마 많은 분들이 웃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슬프도록 갈망하던 대상을 드디어 발견했다는 기대가 깨어질까 두려워하는 자의 간절한 마음을 생각해 보면, 어쩐지 가슴 한 구석이 아파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모두의 인정을 받아가던 주인공이 회의장에서 어마어마한 박력을 내뿜은 그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요. 발언권을 얻기 위해 스틸가를 살해하라는 윗선의 명령을 들은 주인공이, 우리 중 가장 강력한 전사를 죽이는 게 합당하냐고 받아친 그 순간, 아마 스틸가는 태어난 이래 가장 큰 기쁨과 감격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 이상의 무언가도 바치겠노라 다짐한 건 당연지사일 테고요.
작품의 주인공도 아닌 어느 광신도 한 명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서술하였기에 글의 균형은 조금 무너졌지만, 제게는 이 인물이 <듄: 파트 2>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만 그런 거 아니겠지요? 그나저나 스틸가, 폴, 챠니 등 사막 위 여러 영웅들의 다음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후속편이 기다려집니다. 올해 여름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2025. 0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