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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awa Sep 26. 2021

종합광고대행사로 이직하다

#1

올해 5월, 종합광고대행사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기간을 가지고자 디지털대행사에서 퇴사를 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연휴이거나 항상 노트북 앞에 앉아 디지털 광고의 입찰가를 모니터링해야한다는 일이 너무 답답했고 재미가 없었다. 내 일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들에게 좋은 첫 인상을 남기는 광고나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할 때인데, 단순 반복되는 업무들이 나를 많이 지치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박차고 나오니 막막했다. 믿고 있던 제일기획에서 떨어져버리다니. 준비를 쫌더 할 걸. 괜히 퇴사를 했나 후회도 되고, 어디서부터 이직 준비를 해야할지 막막했다. 퇴사를 결심한 후 가족들에게 바로 선언을 했고, 언니는 내게 말했다. 


"회사가 전쟁터같지? 바깥 세상은 더 치열한 전쟁터야. 퇴사하면 더 힘들어질거야."


그 때는 이 말이 들리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로 원하던 대형 광고회사에 1차 서류 합격을 했었고, 두 번째로는 또다른 메이저 광고회사에 면접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둘 중에 하나는 붙겠지'라는 자신감으로 가득찼고, 직무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 찼었던 시기였기에 큰 고민없이 사직서를 냈다.


#2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좌절됐다. 다급해진 나는 상반기 채용 시즌이었기 때문에 일단 닥치는 대로 공채에 지원을 했다. 종대사에 갈거라고 다짐하며 퇴사했지만 사실 절실하게 원했던 직업이 아니었었나? 

빠르게 이직해야겠다는 욕심이 계속 커졌고 마음이 조급해져 광고회사 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지원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타트업에도 지원을 했다. 취준생 실무 프로젝트 플랫폼 <코멘토>에도 가입해 마케터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이터 자격증을 따고 내 이력에도 남기기 위해 뜬금없이 SQL 강의를 듣기도 했다. 목표와 명분이 추상적이고 희미했던 탓에 역시나 뚜렷한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마냥 환상을 가지고 퇴사를 했던 걸까? 나는 나와의 대화를 충분히 거쳤다고 생각했지만, 연이은 불합격 메일을 받을 때마다 그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3

왜 떨어졌을까? 도대체 왜?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했고 내려진 결론의 종착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유튜브를 보다가, 취준생 멘토링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면접왕이형>에서 챌린지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무너진 생활패턴을 바로잡아 취업에 다시 도전하세요!' 라는 문구에 홀린듯이 월 회원권을 결제했고, 그렇게 취준 스터디를 시작하게 됐다.  


#4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줌을 켜서 기상 인증을 했고, 매일 모각공 스터디를 하고 격일로 독서와 생활패턴 바로잡기, 자소서와 면접 스터디를 진행했다. 무엇이든 원동력을 찾고 싶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신나게 스터디에 참여했다. 마음 한 켠엔 불안함이 있었지만 스터디원들과 항상 주문처럼 이 말을 하고 잠에 들었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내가 원하는 직무에 대해, 내가 이 일과 잘 맞을 지 사실 명확한 답을 얻었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모든 것의 원인이 내 마음가짐에 있었구나 한가지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과 확신이구나. 내가 지금 정체돼있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데, 어느 회사에서 날 뽑아줄까?' 


#5

이런 생각이 든 이후로 취업 준비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경험부터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는 26살이고 대학도 이미 졸업했지만 이제 더이상 재고 따지는 것은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노선을 조금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앉아 자소서만 쓰고 있으니 효율이 오르지 않았다. 빠르게 기업 헤드헌터로부터 제안을 받기 위해 잡코리아에 이력 등록을 했다. 그리고 계약직이든 파견직이든 기획과 관련된 일은 뭐든 지원했다. 내가 완전히 원하는 회사들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원하는 직무들에 서류가 붙고, 면접이 붙기 시작했다. 내가 갈 회사가 아니더라도 면접 경험을 쌓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다. 인스타그램 SNS 계정도 만들었다. '트렌드세션'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매일 트렌드를 확인하고 콘텐츠를 올렸다. 매일 성실히 콘텐츠를 올려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구독자가 늘었고 한 두달 만에 팔로워 200명을 찍기도 했다.


#6

그러다가 내가 퇴사 후 이력서를 보낸 광고 회사로부터 면접 제안이 왔다. 정말 뛸 듯이 기뻤고, 총 4번의 면접을 본 끝에 최종 입사를 하게 됐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게 연락을 주신 이유 중 하나가 '공고를 올린 후 가장 첫 번째로 지원을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인생은 모두 타이밍인 것 같다. 퇴사 직후에 면접을 봤으면 분명 떨어졌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퇴사 후 내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간을 가졌던 시간 이후에 면접을 보게 됐다. 분명 좋은 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좋은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계속 자기계발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던 경험이었다. 지금 회사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앞으로도 다른 직무들에 한눈팔지 않고 '직진'할 수 있는 일을 만났다.:)


#7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만 환절기 몸살을 앓는 게 아니라, 환경이 바뀌거나 머무는 곳이 바뀔 때 새로운 머물 곳이 찾아오기 전의 그 쓸쓸한 길목 또한 인생의 환절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이 바뀌기 전 나는 방황했었고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었지만 내가 찾아가야 할 곳을 가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

다소 안정을 찾은 지금, 가장 큰 고민은 글을 어떻게 재밌게, 부담없이, 편하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나는 광고기획 직무가 어쩌면 작가라고도 생각이 든다. 짧은 문구로든 인사이트든, 보고서든 사람들에게 다른 관점을 던져주는 일을 하니까. 그래서 일상 속에서 계속 편집하려는 노력을 한다. 드라마든 영화든 책이든 그냥 보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 기준을 가지고 그 콘텐츠를 편집하는 것, 그리고 기록하는 것.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써내는 게 내 목표다. 내 활자들에 더 진한 색이 담기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써내고 남기고 기록하려는 노력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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