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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기빵맨 Sep 07. 2022

짠내 나는 창업 진행기

  2020년 1월 12일 카페를 막 오픈했을 때의 이야기다. 초창기에는 오전 8시 오픈, 오후 11시 마감이었는데 이 긴 시간을 혼자서 했다. 오픈 초기 홍보도 안되고,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시절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 만했다. (그러다 크게 아파서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쉬고 있다)



오전 8시에 오픈을 하려면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오후 11시에 마감을 하면 도보로 30분 정도 떨어진 대형 마트에 가서 가게에 필요한 물품과 재료를 사서 다시 도보로 30분 떨어진 집까지 걸어갔다.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가면 마트 내에 완제품 코너를 지나쳐야 했는데, 그때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닭 꼬지가 너무 맛있어 보였는데, 매번 갈 때마다 그 몇 푼 아낄 거라 한참 동안 쳐다만 보다가 결국 돌아서곤 했다. 오늘은 사 먹어야지 다짐하다가도 막상 돈을 쓰자니 돈이 너무 아까웠다. 시간이 흘러 가게가 흑자 전환이 시작되고 젤 처음 사 먹은 게 마트에서 파는 완제품 꼬지였다. 막상 먹어보니 맛은 없더라.


장을 보고 돌아서 나오는 길은 술 집들이 모여있는 유흥가였는데, 내 또래의 사람들이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떠들고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 그래, 나는 니들 놀 때 열심히 일해서 니들 나중에 일할 때 나는 놀 거다!! " 하며 이를 앙다물고는 굳게 다짐을 했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혼자 그러고 있었다. 시기 질투였다.


재료 중에는 두유, 생과일 등이 주를 이루었는데, 한 두 개 일 때야 괜찮지만 모아 놓으니 가방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6~7kg에 양손에 든 것까지 들고 집까지 걸어가려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았던 때는 차있는 친구가 마감 시간에 놀러 왔을 때였다.


당시 통장에 여유 자금으로 가지고 있던 천만 원 남짓한 돈을 매장 운영과 생활비로 써야 했기에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근할 때만 버스를 타고 퇴근길은 늘 걸어 다녔다. 점심은 늘 라면으로 때웠고, 집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곤 했다. 이번에 느꼈던 건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제품을 많이 먹다 보면 화학제품의 그 특유한 맛까지 느끼게 되더라는 것.


이렇게까지 짠내 나게 매장을 운영하다 3개월째에 매장이 흑자전환이 시작되었다. 이때가 2020년 4월이었는데 당시 코로나가 창궐했음에도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저렇게 짠내 나게 모은 돈을 모두 재료에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냉동 과일 쓰고 시럽 넣고 만들 때, 나는 진짜 생과일 가져다 쓰고 눈앞에서 음료를 만들어 주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에서 좋은 원두를 구해다가 커피를 만들어 팔았다.


처음에는 과일이 나가지 않아 버린 경우도 있었다. 또 우유 회사에서 제일 좋은 우유를 가져다가 음료를 만들어서 팔았는데, 다 못 팔아서 한 박스를 그대로 버린 적도 있었다. 코로나가 터진 해 11-12월에는 항공기가 뜨질 못해서 과일 값이 두, 세배로 뛰었는데 과일 음료를 팔 때마다 마이너스가 되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백종원 대표님 식으로 가격을 정했다. 딱 봤을 때 얼마면 먹겠는가? 했을 때 나오는 가격으로 설정했다. 때문에 매장에 판매되고 있는 음료들은 전부 마진이 다 다르다.


마진이 적게 남든 많이 남든 아랑곳하지 않고 좋은 재료 구해다가 매장 운영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하고 이글이 끝을 내면 좋겠지만 아직도 고군분투 중이다. 어느 날은 잘되었다가, 어느 날은 심각하게 안될 때도 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 짠내 나는 창업 진행기 ]이다. 이렇게 까지 짠내 나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브런치 북 [ 혼자 남은 25살의 봄 ]을 보시면 알겠지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픈 초기에 비하면 먹고살만한 수준까지 와서 한시름 덜어내고 있다. 어휴 그때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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