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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기빵맨 Oct 03. 2022

늙는다는 건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TV를 보는 소년, 그의 어머니가 소년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순간 소년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죠. 마치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인간으로 변한 순간처럼 소년에게 자아가 생긴 순간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순간이자, 저에게 자아가 생긴 순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오기 전이니 아마 3~5살 시절입니다.



  자아가 생기고 근 30년이 흐른 지금, 거울 앞에 서있는 저는 늙어있습니다. 3살의 저도, 30살이 넘은 저도 똑같은 사람인데, 더 이상의 성장은 멈춘 채 늙어가고 있지요. 유연하던 몸도, 지치지 않던 체력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아직젊은 나이인데 벌써부터 늙어 간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조금은 서글퍼져 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얼굴에도 못 보던 주름이 생겼네요. 팽팽하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이제 사라지고, 너도 이제는 늙었다며 오고 가는 농담 속에 왠지 씁쓸함이 묻어 나옵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나가는 40대, 50대, 혹은 7~80대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저들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텐데, 거울 앞에 서서 늙어버린 자신을 보면 무슨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저는 공간이 협소한 탓에 뜻하지 않게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중 자주 오시는 단골 어르신들이 나누시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 우리 나이는 이제 죽는 연습을 해야 해 '


아직 30대 초반인 저에게 늙어간다는 것은 그저 나이가 조금 더 든, 과거보다 생기가 사라져 서글픈 정도였습니다. 그런 나에게  [ 죽는 연습 ] 은 꽤나 센세이션 한 말이었지요.  나이의 늙음은 죽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구나. 한 동안은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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