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잃은 해에는 많이 걸었다. 걷고 걷다보면 지나가는 온갖 것과 엄마가 연결된다. 엄마가 살던 집 이웃 할머니가 엄마 죽던 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딸내미가 햇볕에 모자도 안쓰고 다닌다고 걱정을 하더라고... 이 모자를 준다고 하던데..."
엄마가 주려고 했다던 모자는 신발장 손잡이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얼굴이 타건 말건 모자고 안 쓰고 산에 쏘다니는 딸이 맘에 걸렸나보다.
'엄마는 참 별 걱정을 다해'
하고 속으로 툭 내뱉다 눈물이 핑 돈다.
다시 걷는다.
걷다보니 전화가 걸려온다.
"어딜 그렇게 걸어가요?"
서글서글한 A의 전화다. 차로 지나가다 날 본 모양이다. A는 남편회사의 동료다. 엄마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고 아이들을 차에 태운 뒤 남편에게 전화했다. 하필 남편 폰이 고장이 나 연락할 길이 없어 A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같이 울먹이는 내 전화에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그날 내 전화를 받아 준 그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걸 그는 알까.
다시 걷는다.
고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걷는다. 나 고 3때 생각이 난다. 서울대 합격했다는 말에 엄마 표정이 어둡다. 겨우 먹고 산다고 할만큼 힘들었었다. 엄마는 돈 걱정에 맘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눈물이 왈칵 난다.
벤치에 앉아 한참을 흘쩍이다 다시 걷는다.
그러게 걷다가 울다가 지독했던 그 해를 보냈다. 지금도 걸으면서 엄마를 만난다. 그 해만큼 울지 않는다. 대신 내가 울었던 그 벤치에서 이렇게 쓴다. 쓰고 다시 읽는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