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던 진경산수화 속 여행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특별전에서 만난 진경산수화의 아름다움

by 박지훈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갑작스럽게 본 뉴스 기사 하나. 바로 「겸재 정선」 특별전에 대한 기사였다.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겸재 정선>은 6월 29일까지 두 달간 열리는데,

<인왕제색도>는 5월 6일까지 전시되고, 해외 전시를 떠난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호암미술관에서 겸재 정선 특별전을 하는데, 인왕제색도는 5월 6일까지라는데 언제 갈까요?"

"음...내일 갈까?"


이렇게 바로 다음 날, 휴가를 쓰고 호암미술관으로 엄마와 향했다.

5월은 가족의 달답게 이런저런 일정이 많아서 정말 인왕제색도를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는 실물을 꼭 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업으로 열린 전시를 놓칠 수 없었다.


아침 일찍 호암미술관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전시회장으로 바로 입장했다.


어두운 복도 하나를 지나니 눈앞에서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가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멀리서 보니 정말 금강산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왕제색도 2.PNG

그림을 향해 한 발자국 씩 옮기는데 점점 더 선명하고 가까워지는 그림은

점점 사람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림 앞에 바로 서니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러 갈까 말까라는 고민조차 하게 만들지 않았던.


그림 가까이에 가서 능선을 따라가며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사람, 동물, 암자 등이 아주 작은데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고

비가 개인 뒤의 인왕산과 내금강의 풍경은 정말 이런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서 눈길을 옮겨 가니 마치 인왕산과 금강산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금강전도는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시간이 한참 걸렸다.

금강전도 1.jpg


겸재 정선은 그 시절, 과연 정확히 어디서 무엇을 보며 그렸길래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같은 그림을 한참 바라보니 겸재 정선의 생각과 시선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인왕산은 익숙한 장소이지만

금강산은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기에 이게 내 첫 금강산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를 뒤로 하고,

겸재 정선의 다른 그림들을 보러 다음 공간으로 넘어갔다.


그 이후 공간부터는 정말 금강산에 여행온 게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금강산의 이곳저곳을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같은 곳이지만 그린 시기가 달라 약간 차이가 나는 점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림 곳곳에 숨겨진 사람과 동물을 찾는 재미 또한 있었다.


겸재 정선의 그림은 언젠가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많이 보니

올해 문화생활의 끝판왕은「겸재 정선」 특별전이 아닐까 싶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 였기에 2층 전시까지 보고

다시 1층으로 와서 한번 더 보러 들어갔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다들 그림에 대한 깊은 호기심과 경외감으로

가득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아쉬움 탓인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돌아서면서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만나자...해외 잘 다녀오고'


학창 시절부터 미술책에서 빠지지 않던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를 실제로 보고 나오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고 인생의 숙제 중 하나를 해낸 느낌이었다.


그림을 다 보고 나서 기념품샵에 있는 전시 도록을 펼치니 아주 반가운 분의 인사말이 있었다.


바로 이번 특별전을 통해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추대된 홍라희 여사님이셨다.


이건희 회장님과 함께 수많은 미술 작품을 수집하고 사회에 기증해서

더욱 많은 이들이 훌륭한 그림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신 덕분에

오늘의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건희컬렉션 전시에 갔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컬렉션명을 이건희컬렉션이 아니라 '이건희홍라희컬렉션'으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이렇게 좋은 그림들을 수집하고 기증하는 데에는

홍라희 여사님의 안목과 결단이 큰 역할을 했을 테니.


앞으로 리움과 호암미술관에서 펼쳐질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향연이 기대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와 그림을 보고 난 느낌을 이야기하고

겸재 정선 그림의 특징, 풍경에 대한 생각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전시를 다녀온 후에도 다른 이들에게 특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꼭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언젠가 <인왕제색도>와 <금강전도>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그림을 통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그때는 겸재 정선의 생각과 느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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