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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19. 2017

사라진 '집'에 대한 섬뜩한 향수 <다크 하우스>

비극으로 남은 과거와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울 미래 사이

부동산부 기자인 싱글 여성 줄리아(제시카 론디스 분)에게 혈육이라곤 언니 사만다뿐이다. 여느 날처럼 언니 가족의 집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줄리아는 다음날 괴한의 침입으로 언니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다. 사건 현장을 찾은 그는 살인이 발생한 방이 통째로 뜯겨 나간 기이한 광경을 발견하고, 옛 연인인 경찰 그래디(조 앤더슨 분)의 도움을 받아 석연찮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줄리아는 과거 50년 동안 살인이 발생한 집들에서 수차례 살인 현장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모두 '뉴잉글리시'라는 마을과 관련돼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다크 하우스>는 '살인'이란 장치를 이용해 그 비극성이 지닌 공포를 조명한다. 주인공 줄리아가 겪은 언니의 죽음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자 헤어날 수 없는 과거로 그리고, 여기에 얽매여 진실을 찾아가면서 극단으로 치닫는 그의 심리를 깊숙이 담아낸다. 범죄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배경과 동기, 후폭풍에 집중하는 영화의 시각은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의 전작 <쏘우> 시리즈와도 결을 같이 한다. 말하자면 <다크 하우스>가 자아내는 섬뜩함은 살인을 대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각각 드러내는 광기를 동력으로 하는 셈이다. 

공포를 조성하는 데 있어 쓰이는 영화의 주 무기는 일종의 샤머니즘이다. 이는 서사 중반 이후 줄리아와 그래디가 뉴잉글리시를 찾은 뒤 맞닥뜨리는 진실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수십 년 간 외부와 유리된 채 지내온 마을 사람들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무표정하고, 크론이라는 미지의 인물을 중심으로 베일에 싸인 이들의 커뮤니티는 소규모 종교 집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 뉴잉글리시에서 있었던 결정적 사건이 언니의 죽음, 나아가 줄리아의 고통과 맞물리는 지점은 섬뜩하면서도 울림이 깊다.


미스터리를 대하는 줄리아의 태도는 '집을 떠나는 것'과 '과거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사이에서 의미심장하다. 특히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던 줄리아가 진실에 가까워지는 와중에 겪는 혼란은 무력감을 넘어 중독성마저 지닌 비극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조명한다. 잠자리를 내어준 뉴잉글리시 주민 앨리(린 사예 분)와 보안관의 경고에도 마을을 떠나지 않는 줄리아와 그래디는 그렇게 과거의 비극에 중독된 개인의 심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비극으로 남은 과거'와 '비극에서 자유로운 미래'를 향한 양가적 집착이기도 하다. 

마을 외딴 숲 속 '다크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클라이맥스 시퀀스는 영화 속 공포의 정점이다. 피비린내 나는 온갖 공간이 뭉뚱그려진 집에서 끝없이 반복 재생되는 살인 장면들은 실재와 환상 사이에서 지리멸렬하게 다가온다. 영화 말미 줄리아가 이 곳에서 맞닥뜨리는 '비극 컬렉션'들은 그 자체로 무간지옥이나 다를 바 없고, 여기에 맞서 벌이는 마지막 사투 역시 무게감이 상당하다. 진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 진실에 매료되는 줄리아의 아이러니한 내면은 묘하게 설득력을 지녀 퍽 아릿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다크 하우스>가 내내 역설하는 건 행복한 안식처였다가 하루아침에 악몽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집'에 대한 그의 노스탤지어인지 모른다. 2017년 6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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